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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과 검찰총장을 선출제로 하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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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과 검찰총장을 선출제로 하면 어떤가?

[기고] '제왕적 대통령제' 비판의 맹점들

정치권에서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를 문제 삼고 이를 해결하자고 주장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것은 다분히 수사적 표현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은 그 개념 자체에 이미 부정적 평가가 내포되어 있다. 나쁜 사람이라는 표현은 나쁘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논의들은 제왕적이지 않을 수도 있는 대통령제에 대한 논의나 검토를 생략한 채 바로 대통령제가 아닌 다른 제도로 건너뛰고 있다. 이런 식의 논의방식에 주로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이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도가 읽힌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직접적인 원인이 대통령중심제라는 현 권력구조의 문제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가 대통령의 검찰과 사법부 장악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는 일정 부분 원인이 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현 대통령중심제가 갖는 문제 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는 있다. 그러나 현행 대통령중심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곧바로 의회가 행정권을 장악하는 의원내각제나 혹은 이원집정부제로 등치될 수는 없다.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제에 비해 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여러 방안 중 일부일 뿐이기 때문이다.

의원내각제가 권력독점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없거나 있어도 상징일 뿐인 의원내각제는 우리나라처럼 정당의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고, 정치노선과 당원 중심이 아니라 소수 엘리트 중심의 정당문화가 지배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오히려 제왕적 총리가 제왕적 대통령을 대신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의 혼합 형태인 이원집정부제는 연합정부의 경험이 일천한 우리나라에서 대통령과 의회 다수당이 다를 때는 대립과 정쟁이 격해지고 내치와 외치의 경계를 둔 싸움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대통령과 의회 다수당이 같을 때는 여전히 또 다른 권력독점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와 같이 정당 내 민주주의 수준이 낮고 계파가 난립하며, '~빠' 문화가 팽배해 있는 조건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촛불광장이 적폐청산과 민주주의 확대를 요구하는 지금 시점에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표현으로 마치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재발을 막는 해법인 듯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바보로 여기고 우롱하는 처사에 다름 아니다.

이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박근혜-최순실 사태의 원인으로 몰며 이원집정부제(분권형대통령제)나 의원내각제 등을 하지 않으면 또 다시 이와 같은 국정농단이 일어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뜬금없는 일이다. 이는 국민에 대한 일종의 겁박이며,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들의 권력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를 감춘 삿된 행위다. 행정부는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헌법에 위반되게 휘두르고, 의회는 자기에게 부여된 행정부 견제 권한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초래된 것 아닌가. 이들은 의회의 행정부 견제 수단을 강화하는 문제를 의회가 행정부를 구성하는 문제로 치환해버리고 있다. 게다가 사법부 독립성 확보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원인이 이런 권력구조가 아니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주장은 척추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뇌 수술하자고 덤비는 꼴이다.

과도하게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과 그 오남용으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입법-행정-사법의 독립성과 상호견제를 최대한 실현하는 것이다. 철저한 삼권분립 원칙에 입각한 권력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정부입법권을 폐지 혹은 제한하고, 시행령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남발되는 상위법 위배 시행령을 무력화시킬 수단을 국회에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대법원장과 검찰총장 임명권을 폐지하고 선출제로 전환하여 사법부의 실질적 독립성을 회복해야 한다. 이 중 정부입법권과 대법원장 임명 관련은 헌법 개정 사항이지만 나머지는 법률개정 사항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개헌은 필요하지만 권력구조의 개편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확대, 강화하는 개헌이 필요한 것이다. 국민기본권의 신장, 특히 국민의 정치참여를 확장하는 개헌, 재벌의 경제 지배를 보다 강력하게 금지하는 개헌, 정경유착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개헌이 필요하다. 이런 개헌은 "가급적 3개월 이내에 개헌안을 도출해 조기 대선이 치러지더라도 그 전에 개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새누리당 이주영 개헌특위장 식으로는 절대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정치권은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로 '대통령제=제왕적'이란 등식을 조작해 내 이를 권력구조 개편의 논거로 활용하지 말라.

어떤 권력구조가 더 합당한가를 따지기에 앞서 의회가 제 역할을 못해서 오늘날 국정농단 사태가 초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반성은커녕 오히려 이번 기회를 의회 권한 확대 기회로 악용하려는 작태가 괘씸하기 짝이 없다. 반성과 사죄가 없는 20대 국회가 개헌을 논할 자격과 능력이 있는지 묻고 싶다. 백번 양보해서 설사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가 우리 현실에 적합한 합리적 제도라 결론이 날지라도 촛불혁명 이전에 구성된 현 20대 국회가 그 적용대상이 되는 것은 자격 미달자에게 엄청난 권력을 쥐어주는 꼴이 될 뿐이다. 제대로 된 정당과 의회의 다양성이 확보되는 선거제도 개혁 이후 구성되는 국회에서나 고려해 볼 문제다. 박근혜-최순실과 한 몸이거나 간판만 바꿔달은 정당들이 엄존해 있어 엄밀히 말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책임을 나눠져야 할 정당들이 의회권한 강화를 위한 개헌을 논하는 것은 우리 역사를 또 다시 후퇴시키는 것이다. 이는 그 책임의 정도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야당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한 적이 없지만 20대 국회는 특별히 더 겸손하고 자숙해야 마땅하다. 오로지 국민의 뜻을 묻고, 그것을 이행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만 20대 국회가 그 존재의미를 찾고 역사적 소임을 다하는 것이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2017년 대한민국 국민들은 1987년 6.29 항복 선언을 받고 이후 수습과정을 전적으로 정치권에 위임했던 전철을 다시는 되풀이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노태우 정부 이후 최근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까지를 감내하는 뼈아픈 대가를 치르고 얻은 학습효과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들은 전 세계를 놀라게 하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국민들의 정치의식과 정치력이 결코 여의도 정치인들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따라서 국회는 시민참여 없는 개헌, 권력구조에만 집중하는 개헌, 초단기 인스턴트 개헌 시도를 중단하고 국민참여형 개헌 절차를 즉각 마련해야 한다.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단 수준의 요식행위가 아니라 국민적 개헌준비기구를 구성하고 운영해야 한다. 권력구조 개편은 그 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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