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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보다는 '바보'가 되기로 한 김상률 전 靑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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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보다는 '바보'가 되기로 한 김상률 전 靑수석

헌재 7차 변론기일 증인으로 출석...주무수석임에도 시종 "몰랐다"

'내부자'가 되기보다는 '바보'가 되기로 작성한 듯 했다. 19일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박근혜 정부의 인사 농단에 가담했다는 의혹 관련 집중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수석 재직 당시 "미숙해서 알지 못했다"며 자신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김 전 수석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외삼촌이다. 차 전 단장이 최순실 씨에게 추천했고, 그 결과 수석으로 임명됐다.

현재 김 전 수석과 관련된 의혹은 '정윤회 문건' 보도 당시 세계일보 인사개입, 그리고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 해임 등이다. 하지만 관련해서 김 전 수석은 "모르는 일", "대통령 지시사항" 등으로 자신과의 연관성을 모두 부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지목된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과 진재수 전 문체부 체육정책과장의 좌천성 인사발령을 두고도 이와 같은 태도로 일관했다. 관련해서 김 전 수석은 "대통령에게 산하단체로 옮기라는 지시를 받았다"면서 "하지만 당시에는 그들의 이름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탄핵소추의결서에 따르면 2013년 4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한국마사회컵 승마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자 청와대의 지시로 문체부가 승마협회를 감사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감사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자 노 국장 등 2명을 "나쁜 사람"이라고 언급하며 사실상 경질을 지시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통령이 노태강 등 인사 지시 내렸다"

헌법재판소 이진성 재판관이 "공무원에게 산하 단체로 옮기라고 하는 건 공무원을 그만두라는 의미 아니냐"고 질문하자 김 전 수석은 "대학에 있다가 공직을 처음 경험하는지라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요직으로만 생각을 해서 대통령 지시사항을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지시를 내릴 당시 김 전 수석은 청와대에서 수석을 지낸 지 1년 4개월이 지났을 때였다.

김 전 수석은 "임면권자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진사직을 유도하는 데 법적 근거가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자진사퇴를 유도한다고 지시받지 않았다"며 "승진시켜서 산하기관 임원에 적절할 때 보임하라고 대통령에게 지시받았고 이를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답했다.

이 재판관의 "사유를 조사하거나 담당부처에 조사를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당시에는 사직 강요나 부당한 해고인 줄 몰랐다"면서도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이후에 알아보니 문체부에서 승마협회 관련 문제가 있었고, 인사 조치된 걸로 사후에 인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대통령이 노태강 국장과 진재수 과장 외에 국장급 공무원의 산하기관 인사를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세계일보 사회부장 만난 건 인사차"

김 전 수석은 '정윤회 문건' 보도가 문제가 될 당시인 2015년 1월 이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사회부장을 만난 것을 두고 "수석이 된 이후, 각 언론사를 다니면서 인사도 하고 정책 관련 설명도 하는 자리를 가졌다"면서 "그 차원에서 대학 후배로 있는 세계일보 사회부장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수석은 "세계일보 관련 문제는 전혀 모르고 만났다"면서 "'정윤회 문건' 보도 관련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수석은 청와대 수석회의에서도 '정윤회 문건' 관련, 수습을 위한 논의도 한 적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국회 탄핵소추 위원 대리인이 '김영환 비망록'을 언급하며 "비망록에는 '2015년 1월 2일, 세계일보 사장 교체, 현 사장 내분 양상, 내부에서 문제가 많았다'고 수석 회의에서 언급했다"고 지적하자 "수석 회의에서 논의한 것은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정윤회 문건' 수습에 개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취임 인사'라고 보기에, 당시 시기는 김 전 수석이 취임한 지 두 달이 지난 시점이다. 게다가 청와대 수석이 언론사 사회부장을 만나는 것은 격이 안 맞다는 게 중론이다.

또 세계일보 담당 업무는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했으나 '정윤회 문건' 보도 이후부터는 청와대 교문 수석실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청와대가 세계일보라는 언론사만이 아닌, 사주인 통일교로까지 압박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될 수밖에 없다.

모종의 압력을 위해 '정윤회 문건' 보도팀장을 만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실제 그런 전방위적 압박이 가해졌다는 증언들은 무수히 나왔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2015년 1월 22일 통일교 관련 회사인 ㈜청심, ㈜진흥레저파인리즈 등 청심그룹 관련사에 특별세무조사를 통보했으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청심그룹과 관련한 배임 혐의 고발 사건 수사에 돌입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비견되는 국세청 조직이다.

그러자 통일교는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윤회 문건' 보도 때 사장이던 조한규 씨가 물러나고 차준영 씨가 새 사장이 됐다. 조 전 사장은 해임 관련 소송 과정에서 "청와대 지시를 받은 윗선에 의해 사퇴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조양호 위원장 해임, 몰랐다"

김 전 수석은 더블루K재단 관련해서도 "대통령이 스포츠인재양성에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곳이 있으니 한 번 만나보라고 해서 (재단 대표를) 만났다"며 "하지만 이후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관련 업무를 한다고 해서 수석실에서 관여하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이후 문체부 실무부서에서 보고서를 올렸고, 검토 후 대통령에게 올렸다"며 자신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조양호 전 평창올림픽 조직위 위원장의 사퇴 경위를 두고도 "모른다"며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이 직접 조양호 위원장에게 사퇴하라고 이야기했다는 사실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수석은 조 위원장의 해임 관련 "나와는 상의가 없었다"며 "당시 해임 사실을 들었을 때 상당히 당황했다. 내부적으로도 어떤 경위인지 알아보려 했지만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청와대 담당 책임자 모르게 주무부서 장이 독단적으로 인사를 단행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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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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