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정말 구속될까. 그렇다면, '박근혜-최순실-이재용' 세 사람은 뇌물죄를 피할 수 없다. 아니라면, 세 사람에 대한 처벌 수위는 확 낮아진다. 어찌됐건, 이들 셋은 한 배를 탔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 역시 그걸 잘 알고 있다.
특검은 16일 뇌물 공여 및 횡령, 위증 등 혐의로 이 부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들 혐의에 연루돼 있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은 불구속 입건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는 법원이 정한다. 오는 1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정해진다.
이재용 우회해서 '박근혜-최순실'만 잡는 방법은 없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할 경우, 특검은 치명타를 입는다. 아울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역시 제동이 걸린다. 이재용을 우회해서 '박근혜-최순실'만 잡는 방법은 없다.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특검이 주장하는 세 가지 명제가 확인돼야 한다.
1. 삼성이 최순실 씨 측에게 430억 원을 건넸다.
2. 박근혜 대통령과 최 씨는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다.
3. 박 대통령은 돈을 받은 대가로 삼성에게 다양한 특혜를 줬다.
법원이 이 가운데 일부 명제를 부정하면, 함께 침몰하던 '박근혜-최순실-이재용'은 구명보트에 오르게 된다.
법원에 기대 거는 삼성
삼성은 법원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16일 영장 청구 직후 '특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려우며, 법원에서 잘 판단해 주리라 믿는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 관계자들은 최근까지 '특검의 주장은 법리상 문제가 있어서 법원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취지의 해명을 했다. 최순실 씨 일가에게 건넨 돈에 대해 '대가성'을 입증하기가 만만치 않으리라는 게다. 요컨대 앞서 언급한 '명제 3'에 대한 반박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에 대한 찬성 결정 역시 삼성 측은 '대가'로 볼 수 없다고 본다. 당시 증권사 대부분이 찬성 입장을 냈다는 게다. 아울러 삼성 측은 '정말 뇌물을 주려고 했다면, (근거 자료를 남기는 등) 허술하게 했겠느냐'라고도 한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초기에 삼성 측이 했던 해명 대부분이 지금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삼성 측이 지금 하는 해명을 온전히 신뢰하긴 어려워 보인다.
박근혜와 경제적 이해관계 없다는 최순실
최순실 씨 측 역시 특검의 논리 얼개를 잘 알고 있다. 최 씨는 16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5차 변론에서 "최 씨와 박 대통령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한 적이 있느냐"는 대통령 대리인단의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대통령의 개인적인 채무를 대신 갚아주거나 대통령과 같이 사업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언급한 '명제 2'를 부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삼성이 박 대통령으로부터 대가를 바라고 돈을 줬다는 논리도 함께 무너진다. '박근혜-최순실-이재용'이 함께 사는 길이다.
특검 "박근혜-최순실 이익 공유 입증됐다"
이규철 특검보는 16일 오후 "대통령과 최순실 사이에 이익의 공유 관계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로 상당 부분 입증됐다"고 밝혔다. '명제 2'를 입증할 근거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앞서 언급한 '명제 1'과 '명제 3'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예컨대 특검은 박 대통령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지시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황이 입증되면, 박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대가'를 제공한 게 분명해진다.
특검이 이 부회장의 횡령 혐의를 적용한 것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430억 원 뇌물 가운데 일부를 회사 돈 ‘횡령’으로 마련했다는 게다. 특검이 횡령 액수를 구체적으로 얼마로 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50억 원 이상 횡령에 대해선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최소 형량이 '5년 이상의 징역'이므로, 집행 유예 가능성도 없다.
향후 법원이 앞서 언급한 명제 1, 2, 3을 모두 인정하고, 삼성의 뇌물 가운데 50억 원 이상을 '횡령'으로 마련했다고 본다면, 이 부회장은 감옥살이를 피할 수 없다.
총수 구속 경험한 재벌, 대부분 안정 경영
이 경우, 삼성은 어떻게 될까. 현대자동차, SK, CJ, 한화 등 여러 재벌 총수가 '구속'을 경험했다. 총수 구속 기간 동안, 이들 기업 경영 상태는 안정적이었다. 주요 계열사 주식 가격은 오히려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주식 시장에선 경영 투명성이 좋아지는 계기로 본 것이다. 투명성이 높아지면, 아무래도 '주주 배당'을 요구할 근거도 강화된다. 아울러 감옥에서 나온 총수들이 '반성' 차원에서 지배구조 개선 및 투명성 강화 조치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역시 주주들에겐 반가운 일이다.
마침,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최근 삼성 경영 지표와 총수 비리 수사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실증적으로 입증할 만한 관계는 없다'라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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