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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눈물'의 봉하마을, 'MB화환'은 산산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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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눈물'의 봉하마을, 'MB화환'은 산산조각

12시간만에 싸늘하게…盧 전 대통령, 봉하마을에 안치

싸늘해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구가 23일 오후 6시30분 경 고향인 봉하마을로 돌아왔다.

이날 새벽 봉화산에서 투신한 지 약 12시간 만이고 지난해 2월 25일 퇴임식날 고향마을로 돌아온 것부터 따지면 450여 일 만이다. 고향에 돌아오던 날과 마찬가지로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했고, 때때로 빗방울도 흩날렸다.

시신이 안치된 봉하마을회관 앞에서 촌로들은 "희한하다. 작년에 내려오던 날하고 우째 이래 날씨가 똑같노"라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박살'난 MB화환…"필요없다. 다 내보내라"


▲ 봉하마을에 도착한 이명박 대통령의 화환을 놓고 조문객들이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 이 화환은 곧 박살이 났다. ⓒ시사IN 고재열 기자.
▲ ⓒ시사IN 고재열 기자.

봉하마을을 휘감고 있는 것은 한 마디로 언론과 정치권에 대한 '분노'였다.

일반 조문객들은 가장 먼저 도착한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정세균 대표, 이강래 원내대표, 송영길 최고위원 등 30여 명이 굳은 표정으로 운구차량 보다 먼저 분향소 앞에 도착했을 때 "나가라" "왜 왔냐" 등의 거친 언사가 쏟아졌지만, 실무진의 만류로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일찌감치 도착한 이명박 대통령의 화환은 한 조문객의 손에 아예 박살이 난 모습이었다. 모 경제신문 명의의 화환도 문전박대를 당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조문을 위해 빈소를 찾았지만 성난 조문객들의 항의 속에 차량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방향을 틀어야 했다. 친노계 백원우 의원이 "이러시면 곤란하다"면서 분노한 군중을 달래기 위해 애썼지만 역부족이었다.

언론과 정치권에 대한 분노는 명징해 보였다. 일부 조문객들은 KBS 등의 언론을 지목하며 언쟁을 벌였고 현 정부를 향해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방송사 헬기들이 굉음을 내며 봉하마을 상공을 저공비행하자 노 전 대통령의 후원회장이었던 이기명 씨는 "우리끼리 이야기도 못할 정도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명계남 씨는 "이제 참을 필요도 없다. (언론도, 정치권 인사도) 다 내보내자"고 분개하는 모습을 보였다.

명계남 씨는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던 192명의 문상이나 화환을 절대 받아줄 수 없다"며 "조중동(조선·중앙·동아) 기자들도 들어오면 가만 안 둔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윤태영 전 대변인,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 영화배우 문성근 씨를 포함한 참여정부 인사들은 일찌감치 봉하마을에서 장례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유시민 전 장관, 최민희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등은 오열을 터뜨렸지만 많은 인사들은 갑작스런 흉사에 "정신이 없다"며 넋나간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병완 전 비서실장, 김세옥 전 경호실장, 이정호 전 시민사회 수석 등이 운구한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이 마을회관으로 들어설 때 일부 조문객들은 오열을 터뜨렸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건호 씨와 딸인 노정연 씨 내외가 먼저 조문을 하고 민주당 지도부, 진보신당 지도부 등의 조문이 이어졌다.

"국민이 죽여놓고 무슨 국민장이냐"…권양숙 여사, 끝내 '탈진'

노 전 대통령의 장례일정은 정해지지 않지만 한승수 총리가 당연직 장례위원장이 되는 국민장 형식 등도 받아 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특히 명계남 씨는 "국민이 죽여놓고 무슨 국민장을 하느냐. 국민장을 하면 가만 안 놔두겠다"라고 격분했다. 실무를 맡고 있는 한 인사는 "최소한 5일장 아니면 7일장인데 뒤 쪽이 더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참여정부 인사들과 정부 밖에 있었던 친노인사들은 이날 저녁 장례위원회를 구성해 일정 등을 협의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장이나 국장을 추진하려는 계획이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은 가족장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마을회관 안에 설치된 빈소는 상주인 건호 씨와 참여정부 인사들이 지키고 있다. 사저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 권양숙 여사는 오열 끝에 탈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여사는 이날 오전 병원에서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을 확인하고 실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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