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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 있으면 집회, 이동하면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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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 있으면 집회, 이동하면 시위

[작은책] 집회·시위 기초 상식

정치가 대다수 국민의 뜻을 거역할 때마다 타오르는 촛불은 이제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현직 대통령이 개입한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매주 토요일이면 100만, 200만 명을 넘는 인파가 모였으나 평화적인 집회·시위가 보장되자 당연하게도 별다른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함께하고 있는 촛불집회·시위를 기억하며, 집회·시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보겠습니다.

모여 있으면 집회, 이동하면 시위

집회와 시위는 과연 무엇일까? 그 개념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집회·시위는 마치 한 단어처럼 붙여 쓰는 일이 많지만, '집회'란 다수인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해서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 자체를 말하고(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8도3014 판결), '시위'란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광장·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를 말합니다(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같은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있다면 '집회', 광장에서 청와대 100미터(m) 앞까지 행진하며 구호를 외친다면 '시위'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이동수

법원이 청와대 100미터 앞 행진을 '허가'했다던데


이번 촛불집회·시위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100m 앞까지 행진이 가능했는데, 그에 앞서 언론에서는 "법원이 청와대 100미터 앞 행진을 허가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맞는 말일까요?

우리 헌법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제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집회·시위가 허가제로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헌법에서 정한 사항입니다.

법원이라고 하여도 집회·시위를 '허가'할 수 없기 때문에, 엄밀하게 보면 청와대 100m 앞 행진을 '법원'이 '허가'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법원은 주최 측의 신청에 따라 경찰이 위법한 금지통고를 집행하지 못하도록 집행을 '정지'하였고, 경찰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여 시민들의 행진을 막지 않았기 때문에, 청와대 100m 앞까지 행진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신고제인 집회·시위를 마치 허가제처럼 운영하며 대부분의 집회·시위를 미리부터 '불법'으로 규정하여 원천봉쇄하고 집회 참가자들과의 마찰을 유도해 왔던 경찰의 태도에 법원도 제동을 걸었던 만큼, 앞으로는 시민들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표현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널리 보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동수

단순 참가자의 책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고 합니다)은 사전 신고가 없는 집회·시위를 개최한 '주최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집시법 제22조 제2항 및 제6조 제1항). '주최자'에게 경찰의 금지통고에 따라야 할 의무도 부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집시법에 의하면, 단순 참가자는 폭력집회임을 알면서 참가하였거나(제22조 제4항), 직접 폭력행위에 가담한 때(제24조 제5항), 금지되는 옥외집회임을 알면서 참가한 때(제23조 제3항), 교통소통을 위한 제한에 따라 금지된 집회임을 알면서 참가한 때(제23조 제3호), 해산명령에 불응한 때(제20조 제2항) 등 일부에 한정하여서만 처벌됩니다. 즉, 단순 참가자는 금지통고된 집회임을 알지 못하고 이에 참여한 경우는 물론 단순히 신고 범위를 일탈하였다는 이유만으로는 집시법에 의해 처벌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경찰은 도로로 행진한 단순 참가자에게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여 기소했는데, 최근 대법원은 "시위에 단순 참가한 피고인이 시위 주최자의 안내에 따라 이동 경로를 행진한 것에 불과하므로 미필적으로라도 일반교통방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인정하였습니다. 집시법에서 배려하고 있는 단순 참가자에게 집시법상 처벌 대상인 주최자 등에 대한 법정형보다 무거운 형량을 규정하고 있는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여 기소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계속되어 온 만큼, 앞으로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검찰의 무차별적 기소에 제동이 걸리기를 희망해 봅니다.

ⓒ이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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