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세월호 진실 규명' 욕구는 생명체의 본능이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세월호 진실 규명' 욕구는 생명체의 본능이다

[안종주의 안전 사회] 세월호 참사와 안전사회

9일로 세월호 참사 1000일을 맞았다. 그날의 슬픔과 아픔, 고통이 아직도 생생한데 어느덧 천일이 지났다는 것을 생각하면 시간이란 화살은 참으로 빠르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1000일을 이틀 앞둔 지난 7일 토요일 광화문 60만 촛불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삼키며 눈물을 훔쳤다.

4·16합창단과 평화의 나무 합창단이 부르는 '네버 엔딩 스토리'와 '그날이 오면'을 시민들도 때론 나지막하게, 때론 목 놓아 불렀다. 그리고 함께 외쳤다.


"세월호를 인양하라." "진실을 인양하라." "세월호는 올라오고 박근혜는 내려오라."

지금은 대학생 나이가 된 세월호 생존 안산단원고 학생들은 무대 위에서 희생자가 된 친구들에게 살아남은 것에 대한 죄스러움을 말하며 울먹였다. 살아남은 것이 죄스럽다는, 정말 말도 안 되는 감정을 이들이 가지게끔 만든 것은 우리 사회이다. 더 콕 꼬집어 말하자면 박근혜 대통령과 박근혜 정권이다.

생존 학생들과 유가족, 그리고 몰염치한 친박극우 성향의 극소수를 제외한, 양식 있는 시민들은 그날이 오기를 빌고 있다. 그날은 과거에는 광복의 날이었다. 그날은 또 진실이 승리하는 날일 수도 있다. 세월호 참사 1000일을 맞이한 날에 부르짖는 그날은 안전사회를 꿈꾸는 날이다.

세월호 참사, 박근혜 거짓말 통치의 민낯 드러내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안전사회가 아니었음을 증명한 사건이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를 안전사회로 만들라고 명령한 사건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는 재난 예방과 대응 모두 실패한 처참하고 쓰라린 역사이다. 우리 모두가 천 개의 바람이 되어 그들에게 '살아 돌아오라'는 바람을 아무리 외쳐도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역사가 되었다.

'1000일의 세월호'는 우리에게 진실하라고 말한다. 1000일의 세월호는 생명을 말한다. 1000일의 세월호는 안전사회를 말한다. 우리는 1000일 동안 '세월호 진실'을 이야기해 왔다. 1000일 동안 단 하루만이라도 진실을 말하기를 기다렸다. '7시간'만이라도 참회하는 마음을 가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박근혜 정권은 사건 은폐와 거짓말하기로 일관했다. 그리고 그 끝은 탄핵과 정권의 몰락을 예고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그들에게 진실을 기대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나무 위에 올라 물고기를 찾는 연목구어(緣木求魚)다. 그들의 입에서 혹 진실이 나올까 하고 기다려 줄 여유가 더는 없다. 안전사회를 만드는 일은 그 어떤 것보다도 시급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1000일을 맞아 안전을 외치는 것은 안전이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

발암 물질 석면 해체·제거에도 안전이 최우선

1군 발암 물질, 즉 인체 발암 물질인 석면 해체·제거 작업 현장에서도 석면을 들이마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보다도 안전을 더 중시하는 것은 석면 다량 흡입이 20~40년 뒤의 석면폐증이나 악성중피종과 같은 석면질환에 걸릴 위험성을 높이는 일이지만 높은 지붕 위에서 석면 슬레이트를 제거하려다 노동자가 추락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숨지기 때문이다. 산업 현장에서는 보건과 안전 모두 중요하지만 보건보다 안전이 우선인 까닭이기도 하다.

현대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위험은 언제 어디서나 생기기 마련이다. 엊그저께는 서울 도심에서 건물을 해체하던 중 건물이 무너져 두 명이 깔려 숨지는 사고가 생겼다. 그 이전에는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을 고치려던 10대 청년이 열차에 부딪혀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 서울 강남의 한 화장실에서는 한 젊은 여성이 남성에 의해 피살되는 사건도 있었다. 교통 사고로 사망하는 것은 현대인들이 겪는 일상이다.

위험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일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모든 위험을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국가는 구성원들의 안전과 생명을 돌볼 의무가 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안전 사고와 인명 피해의 책임 가운데 상당 부분은 국가에 있다. 그렇다고 모든 안전 사고에 대해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에게도 책임이 있을 수 있고 어떤 경우는 개인의 책임이 더 클 수 있다.

예들 들어 두 손을 모두 주머니 깊숙이 찌르고 계단을 내려가다 발을 헛디뎌 굴러 떨어져 숨졌다고 하자. 누구의 책임인가. 또 집에서 목욕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지는 바람에 벽에 머리를 부딪쳐 숨졌다고 하자. 누구 책임인가.

안전과 생명은 개인적이면서 사회적이다

안전은, 생명은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이다. 개인은 개인대로 안전한 행동을 할 책임이 있으며 사회는 사회대로 안전 의식을 모든 구성원들이 갖도록 교육하고 소통해야 한다. 또 각종 법과 제도, 그리고 국가 예산을 보다 안전한 사회를 가꾸어가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사회의 안전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실패를 딛고 만들어진다. 수많은 생명을 잃고 만들어진다. 모든 재난과 위기의 십중팔구는 인간이 만든 것이다. 홍수, 태풍, 폭염 등의 자연 재해 피해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은 인간의 힘으로 예방하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성격을 띠고 있다.

불안사회는 재난과 위기를 겪고도 재난과 위기의 원인을 살피지 않고 실패를 성찰하지 않는다. 안전사회는 재난과 위기 때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묻고 따진다. 실패를 두 번 다시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바탕으로 전문가와 시민과 함께 재난을 막을 궁리를 한다.

만약 당신이 안전과 생명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다면 다음과 안전수칙을 명심할 것이다. △도로를 건너거나 뛰어갈 때 좌우를 살핀 뒤 행동한다. △자전거를 타거나 도로를 횡단하면서 귀에 이어폰을 꽂지 않는다. △휴대폰을 보면서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는다. △자동차, 경운기, 배, 자전거를 몰면서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다. △운전하면서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영상을 보지 않는다. △운전하면서 옆사람 또는 뒷사람을 보면서 대화하지 않는다. △눈길이나 빙판길을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는다. △버스 등 모든 운송수단을 이용하면서 안전띠를 맨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탈 때 꼭 헬멧을 착용한다. △버스가 정차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내린다.

안전은 실패를 먹고 크는 생물

안전은 실패라는 먹이를 먹고 크는 생물이다. 인간이나 동물은 오랜 세월 동안 적자생존의 진화를 하면서 독이 든 음식이나 부패한 음식은 먹지 않는 지혜와 본능을 지녔다. 물에서 놀이를 하거나 수상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것은, 버스 등을 탈 때 안전띠를 매는 것은 그렇지 않았을 때 발생한 죽음을 목격하고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과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속속들이 알고자 하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생명체의 본능적 대응 유전자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한데도 박근혜 정권은 이를 은폐하는데 급급하니 생명 유지가 본능인 생명체들의 저항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1000일의 세월호'는 우리 사회를 안전사회로 만들기 위해 근본적 수술을 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 '1000일의 세월호'는 이미 1000일을 넘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아직 1000일이 많이 남아 있는 메르스 창궐, 경주대지진 등과 더불어 생명보다 돈이 먼저인 세상을 확 뜯어고치라고 말한다. '법과 제도를 다시 만들라.', '안전 의식을 바꾸어라.', '안전체험교육을 통해 지식과 의식, 행동이 하나가 되도록 하여라.'라고 말한다.

박근혜 정권이 우리 사회를 지배한 세월호 1000일 동안 세월호 영령들이 내린 이러한 지상명령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면 앞으로 새로운 정권은 1000일 동안 이를 실천하는데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는 이보다 더한 참상을 가져올 재난과 재앙이 똬리를 틀고 있다가 판도라 상자 밖으로 나올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