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조차 일 년에 몇 번 얼굴보기 힘든 게 생활인들 일상. 그런데 직업도 다르고 연령대도 제각각인 생활인들이 한 달에 한 번씩 평일 저녁에 모임을 갖는다? 그것도 책을 읽기 위해서?
처음 의욕도 시간 지나면 퇴색하기 마련. 밖에서 지켜볼 땐 오래갈 수 있을까 내심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이 모임, 낙찰계보다 끈질기다. 벌써 3년을 넘겼다. 불참한다고 벌금 내는 것도 아닌데 출석률도 정말 높다. 뭐지? 왜지?
<프레시안>이 지난 2013년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직후 한 조합원이 가장 '프레시안스러운' 모임을 제안했다. 이름 자체로 목적 분명한 '독서모임'. 하나 둘 세력을 넓혀가더니 이젠 독수리 5형제를 두 팀이나 구성할 수 있는 10명으로 늘었다.
시들지 않는 인기와 롱런의 비결은 대체 뭐? 독서모임을 처음 제안한 장서진 조합원의 말. "모이면 즐겁고 행복하고 얻어가는 게 많잖아요." 명쾌한 답으로 정리 끝.
부연하자면, 여느 독서토론회와 달리 무겁고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다. 책장에 꽂아두는 장식용 책보단 동시대의 이슈를 쫒아갈 만한 책을 고른다. 저마다의 생활과 처지에서 한두 마디씩은 충분히 이야기 할 수 있는 주제, 꼭 한번 읽어볼만한 책들이다. 한마디로, 의미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지난 한 해, 과학, 노동, 불평등, 중국, 미국, 여성, 노인 문제는 물론이고 소설에서 웹툰까지 다뤘다. 지난 모임에선 세계적으로 뜨거운 이슈 '기본소득' 관련 글들을 읽고 토론했다.
이따금 토론이 삼천포로 새도 괜찮다. 책에 쓰인 글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다 보면 금방 제자리로 다시 돌아온다. 진지하게, 혹은 농담 섞어 떠들다보면 연장자들에게선 안목을, 젊은 멤버들에게선 신선한 시각을 배운다.
모임의 하이라이트는 2부. 테이블에 맥주와 커피가 한 잔 놓이면 화색이 돈다. 이때부터 토론 범위는 좀 더 확장. ('아직도' 청와대에 살고 계신 분은 매번 새로운 안주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해주셨다. 물론 맛은 별로였지만.) 촛불 집회에 열심히 참석했던 독서모임 멤버들, 그 분이 청와대에서 쫓겨나면 "탄핵 기념으로 무슨 짓이든 한번 하기로" 결의!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달 23일, 책에 관한한 막강한 내공으로 모임의 좌장 역할을 자연스레 맡고 있는 강인호 조합원이 광화문 부근 한적한 파스타 식당으로 멤버들을 초대해 크게 한턱 쐈다. 송년회를 겸한 2016년의 마지막 모임이 열린 그날, 소감 한마디를 권했더니 아쉽게도 강 조합원은 은근슬쩍 다른 멤버들에게 차례를 넘긴다.
독서모임 창시자이자 제주도에서 북 카페를 준비 중인 장서진 조합원의 소감.
"제주도에 간 뒤에 자주 참석하지 못해 미안하고 아쉬워요. 마음이야 매번 제주도에서 오고 싶죠. 그래서 서울 모임은 워낙 잘 되니까 내년에는 제주도에 사는 조합원들과 이런 모임을 만들어볼까 생각해요. 독서모임 제주도 분점! 2017년엔 프레시안과 제주도에서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생겨나고 함께 할 수 있기를. 제주도 조합원들을 제가 접수해보겠습니다! ㅎㅎㅎ"
창간 15주년 '프레시안의 밤'에 왔다가 얼떨결에 납치된(?) 새내기 이상영 예비조합원의 소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기마다 중요한 키워드를 함께 공유하고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세대 간에 서로 다른 얘기를 할 수도 있고요. 지금까지 모임에 참석해서 느낀 건 돈 주고 듣기도 힘든 얘기를 자유롭고 폭넓게 나눌 수 있는 모임 같다는 거예요. 이 다양성이 멈추지 않기 때문에 발전할 수밖에 없겠죠?ㅎㅎㅎ"
책과 노래를 사랑하는 김규태 조합원의 소감.
"새해에는 모임을 좀 줄이려고 하는데, 프레시안은 가장 애착이 가는 모임이라서 계속 나와야죠. 다른 모임에선 피상적인 대화를 나눌 뿐인데, 우린 어떤 주제를 가지고 깊게 이야기하잖아요. 요즘 뉴스도 넘쳐나고 책도 안 읽게 되는데 프레시안 독서모임이 있어서 긴장을 하면서 책을 보게 됩니다. 프레시안은 제게 큰 양식이랄까…. 아, 저 내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사랑의 묘약' 공연해요~ ㅎㅎㅎ"
물심양면으로 모임을 이끌고 지원해주는 박형준 조합원의 소감.
"저도 여러 모임 속해 있지만, 가장 애착이 있는 모임이 우리 모임이에요. 이 모임에서는 돈을 좀 써도 하나도 아깝지 않아요. ㅎㅎㅎ 같은 책을 읽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행복하달까, 삶의 활력소가 되는 모임입니다. 기본적으로 프레시안 조합원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다 인간적인 신뢰가 가는 분들과 생각의 향기를 나눈 다는 게 행복합니다. 2017년에도 많이 벌어서 많이 쏠게요. ㅎㅎㅎ"
동안 남편과 신혼의 깨를 볶는 중인 최소희 조합원의 소감.
"새신랑이 기다리고 있어서 빨리 가야 하는데…. ㅎㅎㅎ 프레시안 독서모임에서 좋은 기운을 받고 저 올해 싱글 탈출 했어요~ ㅎㅎㅎ"
이 정도면 독서모임은 2017년에 전성기로 접어들 것 같은 예감. 부득이하게 이날 함께하지 못한 서정민, 이하나, 이후철 조합원도 새해 복 듬뿍~
책 좀 읽고 싶은 프레시안 조합원이면 누구든 일단 문턱만 넘어보길 권한다. 새해 첫 모임은 1월 20일(금요일) 저녁 7시 프레시안 편집국 회의실에서 열린다. <자발적 복종>(에티엔 드 라보에시 저) 읽고 오면 틀림없이 더 큰 환영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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