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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까지 아픔을 겪어야 쇄신파 공간 열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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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지방선거까지 아픔을 겪어야 쇄신파 공간 열릴 것"

[전망] 한나라 '쇄신 바람', '찻잔 속 태풍' 될 듯

지난 4일 민본21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쇄신'이라는 단어가 한나라당에 차고 넘치지만 불과 1주일도 안돼 김이 빠지는 형국이다.

지난 6일 남경필·원희룡 의원에다가 MB직계인 정두언 의원까지 함께 한 이른바 '원조 소장파'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원사격을 할 때까지만 해도 쇄신의 격랑이 몰아칠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국정기조 변화 요구에 대해 청와대가 일언반구 반응도 없을 뿐더러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 카드가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분위기는 다시 바뀌고 있다.

재보선 패배 이후 쇄신바람이 불어닥치자 몸을 바짝 낮추고 있던 친이 진영의 목소리가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한나라당 원조소장파의 일원이었다가 탈당한 바 있는 김영춘 전 의원은 "아쉽지만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기 쉬울 것"이라면서 "10월 재보선와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더 쓴맛을 봐야 (개혁파들에게) 공간이 열리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내주 중에는 원희룡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쇄신위원회가 공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쇄신파들이 나름의 칼을 갈고 있음에도 현재로선 부정적 전망이 다수다.

공성진의 역공 "남경필이 정권 출범에 무슨 역할 했나"

▲ 민본21 주최 쇄신토론회에 참석한 원희룡 의원, 쇄신위원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상태다ⓒ뉴시스
8일 오전 친박계 인사들이 빠진 가운데 갑자기 열린 최고위원 간담회는 친박진영과 쇄신파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박근혜 전 대표가 이정현 의원을 통해 국내에 던진 메시지는 나를 포함한 한나라당 모든 의원과 당원에게 어떤 의미에서 깊은 상처와 아쉬움을 남겼다"고 말했고 박순자 최고위원, 호남지역 발언에 치중해 온 박재순 최고위원도 거들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혁명을 일으키거나 새로운 질서를 세워야 하는 시기가 아니다"고 쇄신파를 겨냥했다.

공 최고위원의 경우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정권을 출범시키고 국민에게 책임져야 될 주류 측 의원들이 지금 많이 계신데 남경필 의원이나 이런 분들이 과연 이 정권 출범에 무슨 역할을 했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남 의원은 지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이명박 대통령 쪽에 섰던 인물이다.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남 의원한테도 저런 인식을 갖고 있을 정돈데 친박계 인사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는 뻔한 것 아니냐"면서 "기본적으로 신뢰가 쌓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왕당파'의 이같은 역공이 이어지고 있지만 '쇄신파'는 잠잠한 형국이다. 한 의원은 "지금은 숨고르기 상황이다"면서 "쇄신위가 일단 뜨고 나서 보자"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호언장담이 들어맞을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이상득 트라우마'를 떨칠 수 있을까?

현재 한나라당의 쇄신 내용은 △국정 기조 전환과 청와대·정부 인적 개편 △이상득 의원 등 '비공식 라인' 정리 △친박 진영과 계파 화합 등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순위에 대한 이론은 있지만 세 사안 자체에 대한 이견은 없는 편이다. 하지만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아니다.

청와대는 '김무성 카드'를 내놓으며 계파 문제에 대해선 어느 정도 적극성을 띄고 있지만 첫 번째, 두 번째 사안에 대해선 일언반구 반응이 없다. 국정 기조 문제가 전면화 될 경우 일단 몸을 낮추고 있는 당내 보수파의 반발도 예상된다.

또 지난 총선 직전 '이상득 퇴진'을 주장했다 제압 당한 소장파들은 이 문제에 대해선 '트라우마'가 심각하다. 원조 소장파의 한 의원은 "국정개입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딱히 증거도 없고 공식적 지위도 없는 분인데 뭘 어떻게 하라고 요구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출신 인명진 목사, 김용갑 전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이상득 의원을 겨냥하며 2선 후퇴를 주문했다. 친박계와 화합 문제는 박근혜 전 대표가 김무성 카드를 두 번이나 거부하며 흐지부지 되는 분위기다.

"靑 입장에선 쇄신안 수용과 자기부정은 같은 말"

이같은 상황에 대해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세 가지 과제 다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한나라당의 쇄신이 잘 안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현재 논의되는 쇄신내용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청와대 입장에서는 지난 1년을 부정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청와대에서, 민주화 이후 이뤄진 정치개혁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면서 "대선에서 노무현한테 이겼다는 것이 그동안 민주개혁 자체에 대한 부정은 아니라는 점을 청와대는 물론이고 적잖은 보수세력이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청와대 입장에서는 국정기조 전환이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상득 의원 문제, 계파 화합 문제도 쉽지 않지만 국정기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나머지도 무망하다는 것.

원희룡·남경필·정병국 의원 등과 미래연대에서 활동했던 김영춘 전 의원의 전망은 더 부정적이었다. 그는 "민본 21이나 3선급들이 혁신 요구를 하는 것이, 옳은 이야기고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보는데 현재 권력 구조상 한계가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 시절에도 혁신이 쉽지가 않았는데 대통령이 있는 여당은 더 어려울 것"이라면서 "박근혜 전 대표와 화합을 위해선 권력분점 혹은 그 이상이 필요할 것인데 그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쇄신파가) 이리저리 움직이겠지만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것 같다"고 말한 김 전 의원은 '쇄신파의 공간이 언제 쯤 열리겠냐'는 질문에 대해선 "10월 재보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더 아픔을 겪으면 양상이 좀 달라질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태우-김영삼 관계와 이명박-박근혜 관계의 유사성

한편 상도동 막내였던 김 전 의원은 '노태우 정부 시절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의 관계와 현재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관계가 흡사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런 면도 있겠다"고 답했다.

3당 합당 이후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2인자'인 김영삼 전 대통령을 '제어'하지 못했고 김 전 대통령은 민자당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도 '노태우의 후계자'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김 전 의원은 "비슷한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다"면서 "노태우-김영삼은 전혀 다른 이질적인 두 세력이 결합해서 한 것이고, 이명박 박근혜는 그렇게 이질적 관계는 아니지 않다. 하지만 대통령의 지지도가 50% 이상 나오면서 국정을 확실하게 틀어쥐고 있으면 다른 소리가 나오기 어렵다는 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친이 진영의 한 의원도 "우리가 인기가 있으면 매달릴 필요도 없을 건데"라면서 "하지만 박 전 대표와 관계개선으로 문제가 다 풀릴까?"라고 말했다. 요컨대 국정 운영 자체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니 박 전 대표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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