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쇄신과 단합, 朴대표 중심으로 잘 해야"

'5대0 참패'…"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최근 4·29 재보선이 한나라당의 '5대0 참패'로 귀결된 것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6일 "선거는 이번에 우리 여당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면서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박희태 대표와 가진 조찬 회동에서 "당이 쇄신과 단합 두 가지를 대표 중심으로 잘 해 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재보선 직후 한나라당 내에서 일고 있는 '쇄신론'의 필요성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현행 '박희태 체제'에 대한 힘을 실어준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번 재보선 결과를 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여당은 원래 계파색 너무 드러내지 않는 게 좋다"

이에 박희태 대표가 "그렇지 않아도 제일 먼저 한 게 쇄신과 단합"이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지혜로운 사람이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드는 법"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회동에서 이 대통령과 박 대표는 재보선 참패 이후 한나라당 내에서 일고 있는 각종 '쇄신론'과 관련해 포괄적인 의견을 나누는 한편 친박(親朴)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에 추대하는 방안 등 '화합책'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측에 따르면 박 대표가 "당의 단합을 위해선 계파를 뛰어넘는 인사가 필요하다"면서 사실상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언급하자 이 대통령은 "여당은 원래 계파색을 너무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다"는 원론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이동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그 동안 '친이, 친박은 없다'고 강조해 왔던 대목과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된다"고 부연했다.

朴 "면목없다"…MB "일관된 정책 펴 나가면 된다"

박 대표는 청와대 백악실에 입장한 이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순간부터 "면목없다"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추경 예산안도 통과시켰고, 경제법안도 됐고…"라면서 박 대표를 격려하는 한편 "앞으로는 서민들 일자리 만들기에 이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어떻게든 선제적인 조치를 하는데 국회도 협조를 했고 하니, 선제적으로 잘 할 수 있도록…"이라면서 "온 세계가 한국이 가장 잘 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일관된 정책을 펴 나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박 대표 외에도 재보선 이후 사의를 표명한 안경률 사무총장, 김효재 대표 비서실장, 윤상현 대변인 등이 배석했다. 청와대에서는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이동관 대변인, 맹형규 정무수석이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