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새누리당 당 대표에게 임명권이 있는 최고위원 인선에도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씨는 또 서울 삼성동 주민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진돗개 두 마리의 이름을 짓는 데도 관여했다.
4일 <한겨레>가 검찰과 특검을 취재해 한 보도에 따르면, 최 씨에게 각종 청와대 자료를 넘겨 준 혐의를 받고 있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2013년 초, 최 씨에게 '최고'라는 제목의 한글 파일을 직접 작성해 보냈다.
자료는 이정현·김진선 당시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사표를 냄으로써 공석이 된 당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에 임명할 인사들에 관한 평가 등이 담겼다. 당시 당 대표는 황우여 전 의원이었다.
정 전 비서관은 문서에서 "강원과 호남을 배려하는 것이 좋을 것 같고 강원은 한기호 의원, 호남은 유수택 광주시당 위원장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또 "호남 몫으로 유수택 위원장과 김경안 전북 익산갑 위원장이 꼽히는데, 인물에서 앞서고 지역 평판도 더 좋은 유 위원장을 선택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최 씨에게 당 대표가 임명해야 하는 지명직 최고위원의 후보군을 소개하고, 어느 쪽이 더 적절한지를 전하며 사실상 의견을 구한 것이다. 황우여 대표는 실제로 그해 5월 13일 한 의원과 유 위원장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했다.
정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 때 "이정현 당시 정무수석과 상의한 결과 한 의원과 유 위원장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해, 대통령 보고에 앞서 최 씨에게 의견을 들어본 것"이라며 최 씨가 '그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줘 그대로 갔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또 '최순실이 새누리당 최고위원 인선에도 관여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누차 말하지만, 대통령님 뜻에 따라 여러 현안에 대해 최순실의 의견을 한 번 들어보고 대통령님께 보고해온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여당 지도부를 당이 독자적으로 인선한 것이 아니라 청와대가 먼저 인물을 고르고 당에 '하명'한 것만으로도 문제인데, 여기서 더 나아가 비선실세 최 씨의 의견까지 사전 청취됐다는 얘기다.
황 전 대표와 이 전 대표가 그렇다면 최 씨의 존재를 정말로 몰랐는지 또한 다시금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최 씨는 박 대통령이 2013년 2월 25일 삼성동 관저를 떠나기 전 주민으로부터 선물받았다는 진돗개 두 마리의 이름을 짓는 데도 관여했다. 정 전 비서관이 최 씨에게 보낸 '진돗개'라는 제목의 문서에서는 진돗개 2마리의 이름 후보 4쌍이 제시돼 있었다.
누리-보듬(세상을 보듬는다), 행복-희망(국민 행복), 새롬-이룸(새로운 미래를 이룬다), 해치-현무(불과 물을 다스린다) 등이었다고 한다.
정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진돗개 이름을 짓기 위해 최 씨에게 문건을 보냈다. 최 씨가 선택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현재 진돗개 이름은 새롬과 희망"이라고 했다.
실제로 2013년 3월 2일 김행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외로운 상황에서 대통령이 '새롬이'와 '희망이'를 보면서 국정 운영의 고독감을 달래고 희망도 키운다"며 두 이름을 합치면 '새로운 희망'이라는 뜻이라고 두 진돗개 이름을 언론에 설명했다.
한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진돗개에 관한 일화는 이 외에도 여러 개가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올림픽 마스코트로 박 대통령의 반려 동물인 진돗개를 선정하려다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된 일이다. 최 씨의 측근으로 미르재단 설립을 주도한 차은택 씨와 그와 사제지간인 김종덕 당시 문화체유부 장관은 조직위 내부의 반대에도 진돗개 선정을 밀어붙여 논란이 됐었다.
박 대통령은 비선 실세 의혹이 일었던 2014년 12월에는 여당 지도부를 청와대에 불러 오찬을 하며 "청와대 실세는 진돗개"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3일에는 최 씨의 딸 정유라 씨로 추청되는 SNS 계정이 페이스북에서 "대통령님 본인 개도 관리 못 하시는데 ㅋㅋ ㅜㅜ"라며 "진짜 한국 가서 그 좁은 데 그 작은애들이 맥아리 한 개도 없이 오뉴월 팥빙수마냥 퍼져 있는 거 보고 진짜 집에 오면서 눈물이 훌쩍 나더라고요"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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