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 총장 임용에 김기춘 전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박근혜 정권 청와대 실세들이 개입해 정권 비판적 1순위 후보 등을 걸러냈다는 '블루리스트' 의혹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를 지칭하는 영어 '블루하우스'에서 만든 리스트라는 의미의 '블루리스트'다.
지난 2014년 경북대학교 총장 간선제 선거에서 1순위 후보로 선출되고도 배척된 김사열 교수는 당시, 여권 실세를 잘 알고 있다는 동료 교수 한 명으로부터 '비판적 지식인으로 활동해 온 이력에 대한 반성문 내지 각서'를 쓰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4일 밝혔다.
김 교수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했다. 김 교수는 "박근혜 정부 3년 동안 15개 대학에서 총장 임명과 관련한 불상사가 일어났다"며 "문화계의 블랙리스트처럼 교육계에는 '블루리스트'라는 말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교수의 말을 종합하면, 그는 2014년 경북대에서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친 간선제 투표에서 두 번 다 1순위자로 선출이 됐다. 총 48표가 행사되는 투표에서 2순위 후보와는 10표가량의 차이가 났다고 했다.
국공립대 총장 임명은 이렇게 각 대학에서 1,2순위 후보자를 결정하면 교육부 장관이 그중 한 사람을 골라 임명 제청을 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1순위 후보자가 보통 임명되어 왔다.
그러나 당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그에 대한 임명제청을 거부했다. 관련 소송에서도 교육부는 거부 사유를 밝히지 않았고 인사 회의록 공개도 거부해 결국 패소했다.
김 교수는 "황 장관이 국회 국정 감사장에서 본인 입으로 사유를 제시할 것이라고 약속해놓고 결국 안 했다"고도 전했다.
교육부가 임명 제청을 거부했을 당시 김 교수는 정권 실세에 반성문을 쓸 것과 로비를 할 것을 주변인들로부터 제안을 받았다고도 말했다.
그는 "동료 교수 중 한 분이 여권 실세를 잘 알고 있는데 접촉을 해서 문제를 해결할 의향이 있느냐면서, 제가 비판적 지식인으로 활동했으니까 그런 걸 반성하는 각서 같은 것을 쓰면 좋겠다고 제안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2007~2008년 대구에서 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를 한 이력이 있다.
김 교수는 "영혼 없는 딸랑이가 되어서 학생들을 지도할 수는 없다"며 반성문을 쓸 수 없다고 전하고 "돈 얘기 같은 것들은 안 들은 것으로 하자 이렇게 이야기를 끝냈다"고 했다.
이런 소문은 비단 경북대에서만 돌아다닌 것이 아니었다.
김 교수는 "이 정권에서 소문에는 총장으로 임명받은 사람들 중에 그런 각서를 썼다는 얘기가 대학가 내에서 돌고 있다"고 했다.
경북대에서는 결국 2순위 후보였던 김상동 교수가, 임명 제청 거부 일이 있고 2년 만인 지난 2일 임명이 되고 취임식을 치렀다. 취임식은 학생들의 '진상 규명이 먼저'라는 시위로 아수라장이 됐고 김상동 교수는 장소를 급히 옮겨 취임식을 치러야 했다.
김사열 교수는 "다른 대학 1순위 자 분들(1순위였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임명되지 않은) 제가 대부분 만났다"면서 "공주대나 방송대는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를 가까이해서 안 됐다는 얘기도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경북대나 다른 대학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을 풀기 위해서는 "교육부 차관이 주관하는 인사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면서 "특검이 (회의록을) 열어줘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박 대통령을 상대로도 임명권의 잘못된 행사를 문제 삼는 소송을 준비 중이다.
전국 국공립대학교 교수회 연합회에 따르면, 경북대 외에도 공주대· 방송통신대·전주교대·광주교대에서는 교육부가 총장 임용 제청을 하지 않아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34개월까지 총장 공석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서울대·충남대·한국해양대·경상대·순천대에서는 경북대와 마찬가지로 2순위 후보자가 1순위를 제치고 총장으로 임용됐다. 부산대는 직선제로 선출된 현 총장이 정부로부터 총장 임명을 받기 위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정치권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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