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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결선투표제가 개헌 사항? 점쟁이 독심술하나?"

[결선투표제 좌담 ①] 결선투표 도입, 선거법 개정만으로 가능

조기 대선이 유력해지면서 결선 투표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결선 투표제를 적극적으로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결선 투표제에 대한 공을 국회로 넘기면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결선 투표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한 후보가 과반을 넘지 못할 경우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다시 한 번 투표를 해 최종 당선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과반 이상의 득표를 보장해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이 강화되고 군소 정당의 후보들도 단일화의 덫에서 벗어나 소신을 펼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오래전부터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어 온 제도다.

<프레시안>은 2016년 12월 30일 서울 종로구에서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인 김진욱 변호사, 안용흔 대구가톨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기창 고려대학교 로스쿨 교수, 이부영 전 국회의원과 함께 결선 투표제 도입을 주제로 좌담을 가졌다.

좌담 참석자들은 결선 투표제를 도입하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요목조목 반박했다. 일부 헌법학자들은 '최고 득표자가 2명 이상일 경우 국회에서 당선자를 가른다'는 헌법 67조 2항이 단순 다수 득표제를 전제한다고 해석해 개헌 없는 결선 투표제 도입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틀렸다는 것이다.

67조 2항은 동점자가 발생하는 희박한 경우를 대비한 규정이며, 단순 다수 득표자를 당선자로 한다는 규정은 헌법이 아닌 공직 선거법 187조 1항에 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직 선거법을 개정해서 단순 다수 득표자가 표 과반을 획득하지 못하고, 최고 득표자가 동점자가 아닐 때 결선 투표를 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결선 투표제 문제가 헌법 개정 사항이라는 주장은 사실상 결선 투표제를 반대하자는 뜻이나 다름없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좌담 전문을 2회에 걸쳐 싣는다. 1회에서는 결선 투표제를 둘러싼 법적 쟁점을, 2회에서는 결선 투표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속내를 짚어봤다.

ⓒ프레시안(최형락)

결선 투표제 도입해도 헌법에 어긋나지 않아

프레시안 : 결선 투표제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선 이견이 없지만, 난관은 이를 어떻게 현실화시킬 것이냐다. 우선 헌법학계에선 결선 투표제 도입이 개헌 사항이라는 주장이 강하다.

김기창 : 현행 헌법이 대통령 선거에 대해 명백하게 규정한 것은 "보통, 평등, 비밀, 직접 선거"를 규정한 67조 1항(직선제 조항)과 "대통령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67조 5항이다. 이 두 조항을 보면 일단 상당한 부분은 법률이 결정하도록 헌법이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67조 2항과 3항에 아주 독특한 경우를 상정한 규정이 있다. 제가 살아 있는 동안에 일어날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극히 희박한 경우를 상정했다. 2항은 최고 득표자가 동점인 경우다. 3항은 입후보자가 한 사람인 경우인데, 이는 동점자가 나오는 것보다 더 희귀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두 조항이 과연 결선 투표제의 정신이나 원칙과 양립 가능한지를 볼 필요가 있다. 제가 보기에 두 조항은 결선 투표제와 별 관련이 없다.

첫째, 입후보자가 한 사람인 경우는 결선 투표제와 무관하다. 둘째, 최고 득표자로 동점자가 나오는 경우도 결선 투표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전제할 아무 근거가 없다. 최고 득표자가 동점자이면 현행 헌법 규정에 따라 국회에서 승자를 결정하면 된다. 최고 득표자가 동점자가 아니면서 동시에 절대 다수적 득표자가 없는 경우에 결선 투표제를 법률로 도입하는 것은 헌법 어떤 조항과도 어긋나지 않는다.

또 다른 중요한 점은 헌법 제정자가 제1공화국 헌법에서 "최고 득표자를 당선자로 한다"고 못 박아뒀다가 1962년 개헌에서 그 조항을 삭제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 다수 득표제를 철회한 것으로 해석할 상당히 강력한 근거가 된다. 그렇지 않았다면 "최고 득표자를 당선자로 한다"고 못 박은 헌법 규정을 삭제할 이유가 없었다.

▲ 김기창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현행 헌법으로 개정되는 과정에서도 명시적으로 논의를 거쳐 결선 투표제를 거부한 것이 아니다. 결선 투표제에 대한 명시적인 논의 없이 단순다수 득표제를 삭제한 종전 헌법 조항을 상당 부분 그대로 계승했다. 따라서 현행 헌법 조항은 결선 투표제를 도입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몇몇 헌법 학자들이 최고 득표자가 동점자로 나오는 경우에 국회에서 정하도록 하니까, 동점이 아닌 경우에 결선 투표제를 한다거나, 후보 둘다 과반을 득표하지 못할 때 결선 투표를 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식으로 해석하는데, 이는 점쟁이 독심술로 헌법의 의도를 짐작하는 것이다. 설득력이 떨어진다.

"단순 다수 득표자를 당선자로 한다"는 규정은 공직 선거법 187조 1항에 있다. 단순 다수 득표자 당선인으로 하는 것은 헌법이 아니라 법률로 정했다. 따라서 공직 선거법을 개정해서 단순 다수 득표자가 표 과반을 획득하지 못하고, 최고 득표자가 동점자가 아닐 때 결선 투표를 한다고 하면 그 어떤 위헌 논란도 맞닥뜨릴 필요 없이 도입할 수 있다.

김진욱 : 개헌 사항이라는 주장은 최고 득표자가 동점을 받으면 국회에서 승자를 가리도록 한 헌법 67조 2항을 반대 해석한 것이다(최고 득표자가 동점이 아닐 경우, 과반수를 얻지 않아도 대통령으로 인정하므로 한국 헌법이 단순 다수 득표 제도를 전제한다는 해석이다. 편집자). 67조 2항을 반대로 해석하면, '최고 득표자가 2인 이상이 아닌 경우, 즉 1인인 경우에는 국회에서 선출하지 않는다'가 된다. 그럴 때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국회가 아니라 다른 기관에서 선출할 수 있고, 결선 투표를 할 수도 있다.

▲ 김진욱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개헌 사항이라는 주장은 결선투표제 도입하지 말자는 것

프레시안 : 하지만 남미, 유럽 등 결선 투표제를 채택한 나라들은 이를 헌법에 명문화하지 않았나?

안용흔 : 그렇다. 그런데 남미는 결선 투표제(절대 다수 득표제)뿐 아니라, 단순 다수 득표제를 채택하더라도 헌법에 규정이 있다. 결선 투표제를 하더라도 '과반 혹은 일정 비율 (아르헨티나의 경우 45%) 이상 득표하지 못하면 2차 선거를 통해 승자를 정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반면 한국에는 단순 다수제 규정조차도 헌법에 없다.

김진욱 : 결선 투표제를 도입하려면 개헌해야 한다는 논리는 이렇다. 첫째, 대통령 선거에 관한 사안은 중요하니까 헌법에 명시하자는 것. 둘째, 다른 나라도 그렇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도 헌법에 결선 투표제를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유럽은 한국과는 달리 헌법 개정이 국회 소관이다. 실체를 보면 개헌이 한국에서 법률을 개정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민주적 정당성에 기반을 둔다.

우리는 자기 경험을 규범으로 생각하는 오류가 있다. 예를 들어 배심원 제도를 두고도 도입 초기에 '법관에 의한 재판'이라는 헌법 조항 위반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법관에 의한 재판'이 행정부나 입법부의 개입, 즉 삼권 분립을 위반하지 말자는 취지에서 나왔다고 진화하면서 수용됐다. 국회의원 수를 300명으로 늘릴 때도, 헌법에 '국회의원 수는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적혀 있다는 점을 근거로 위헌론이 제기됐다. 그게 자기 경험을 규범으로 생각해버리는 오류다.

▲ 이부영 전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이부영 : 첨언하자면 1948년 우리나가 인구가 2000만 명이었고, 지금은 5000만 명을 넘었다. 2000만 명일 때 국회의원이 200명이었다면, 인구 비례로 따지면 지금은 300명도 부족하다.

프레시안 : 기왕 개헌특위도 구성이 되는데, 헌법 개정을 통해 결선 투표제를 명시하면 이런 논란이 좀 더 명료하게 해소되지 않을까?

김진욱 : 법률 개정으로 가능한 것을 헌법으로 규정하자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개헌 사항'이라면서 안 하려고 하는 것이다. 안 하는 이유로서 개헌을 얘기하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

김기창 : 그냥 공직선거법 187조를 바꿔서 실시하면 된다. 그러면 단순 다수 득표했던 분이 결선 투표에서 승패가 뒤집어졌을 때, 권리가 침해됐다고 헌법 소원을 걸어 사후적으로 다퉈볼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우리 헌법재판소가 결선 투표제로 당선된 대통령에게 '새로 투표해라'라고 하거나, 이번 선거는 무효’라고 결정할까?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결선 투표제 도입 위한 선거법 개정 나서야

프레시안 : 선거법 개정도 쉬운 일은 아니다. 다른 쟁점들, 비례대표 확대나 선거 연령 18세 인하와 같은 선거법 개혁안과 결선 투표제 도입을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보나?

김진욱 : 한꺼번에 되면 좋겠지만, 지금은 목전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실적인 원칙이다. 최소한 결선 투표제와 선거 연령 18세 인하는 해야 한다. 둘 중에 하나만 꼽으려면 결선 투표제를 먼저 해야 한다. 선거 연령 인하는 올해 안 되면 내년에 해도 되지만, 결선 투표제는 이번에 안 되면 5년을 기다려야 하고, 5년 뒤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안용흔 : 결선 투표제
▲ 안용흔 대구가톨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는 유력 대선 후보들이 결단하면 쉽게 풀리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 300명의 결단이 필요해서 쉽게 합의하기 어렵다. 같이 개정되면 좋겠지만, 시간적 제약 때문에 어렵다면 결선 투표제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신생 민주국가 중에 결선 투표제를 채택한 국가는 대부분 비례대표제도 채택했다. 비례대표제도 어떤 유형이냐 따라 전혀 다르다. 브라질은 비례대표제인데 정당명부제가 아니라, 공개 명부제다.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를 보고 투표하다 보니, 정당이 움직이는 정당 정치가 아니라 인기 있는 몇몇 개인에 의해 선거가 좌우된다. 단순 다수제 같은 경우다. 그래서 브라질에는 의석이 있는 정당이 10개가 넘는다. 정당 너무 많아져서 정당 연합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다.

결선 투표제와 정당 명부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국회의원 가운데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린다고 하면 계산에 들어간다. 결선 투표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함께 논의하면 둘다 놓치지 않을까.

김기창 : 법률 개정 의제를 놓고 여야가 논의를 거치는 과정 자체가 주는 교육적인 효과가 중요하다 본다. 결국 이 제도는 정치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모든 정당에 자신의 정책을 제대로 설명할 기회를 주고, 결선 과정에서 연정이나 연합이 일어나는 경험을 주는 제도라는 설명을 제대로 제시하려면, 메시지 전달을 위해 결선 투표제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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