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의 「변호사시험법안」이 부결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예비시험 도입 논란이 꼬리를 끌고 있다. 법안 부결을 계기로 법사위에 '법조인력 양성제도 개선'을 다루는 소위원회와 자문위원회가 구성됐고, 자문위원회도 소위원회도 예비시험을 도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예비시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소리가 여전히 사회 일각에서 들려온다.
경제적 약자를 위한 제도가 될 수 없는 예비시험
예비시험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거쳐서 법률가가 되려면 돈이 많이 드니 경제적 약자들도 법률가가 될 수 있게 '우회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학에서 법학과목 35학점 이상을 취득한 사람들에게 헌법, 민법, 형법 객관식 시험을 치게 해서, 합격하면 로스쿨 졸업생과 마찬가지로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주자고 한다.
하지만, 우선 예비시험은 그렇게 '가벼운' 시험이 될 수가 없다. 로스쿨 졸업생들과 같은 자격을 주려면 그들과 같은 능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로스쿨 졸업생들은 3년간 엄격하게 관리되는 강도 높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 소수 인원의 쌍방향・다방향 토론식 수업을 받아 90학점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 법정보조사, 법문서작성, 법조윤리, 모의재판, 실습 등 실무기초과목도 이수해야 한다.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은 그러한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전제로 부여하는 것이다.
우리의 변호사시험에 해당하는 일본 신사법시험의 예비시험이 기존의 구사법시험보다 훨씬 어려운 시험이 되어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일본의 「사법시험법」에 따르면, 구사법시험이 폐지되는 2011년부터 실시될 예비시험에서는, 1차로 단답식시험(헌법・행정법・민법・상법・민사소송법・형법・형사소송법・일반교양과목)을 실시하고, 단답식시험에 합격한 자에 대해 2차로 논문식시험(단답식 과목과 법률실무기초 과목)을 실시하며, 논문식시험에 합격한 자에 대해 3차로 구술시험(법률실무기초 과목)을 실시한다.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공부했고 로스쿨에서 토론식 수업을 가미한 실무기초과목 교육을 받은 로스쿨 졸업생과 같은 능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법과목 이외에 일반교양과목에 대해서도 시험 치며 실무기초과목에 대해 논문식시험과 구술시험을 실시하는 것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경우에도, 로스쿨제도를 전제로 하는 한, 예비시험은 현재의 사법시험보다 어려운 시험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예비시험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우회로'이기 때문에, 그 합격률은 아무리 높아도 현재의 사법시험 합격률인 4%대를 넘을 수 없다. 그렇다면, 1997년 이후 사법연수원 입소자 평균연령이 만 30세이니, 그 나이가 될 때까지 직업도 없이, 생활비, 책 값, 학원비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합격이 불가능하다. 예비시험을 준비한다고 누가 지원을 해주는 것도 아니다. 그런 구조에서 예비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경제적 약자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로스쿨의 문을 넓혀야
로스쿨제도 아래에서 경제적 약자도 법률가가 될 수 있게 하는 보다 실질적인 방법이 따로 있다. 경제적 약자도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게 하고, 지원을 받으면서 공부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이미 로스쿨은 정원의 5% 이상을 반드시 경제적 약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 중에서 선발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게 선발된 학생들은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공부를 할 수 있고, 졸업 후에는 합격률이 최소한 70%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되는 변호사시험을 통해 법률가가 될 수 있다.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로스쿨이야말로 사법시험이나 예비시험보다 법률가가 될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주는 제도인 것이다.
물론 아직은 로스쿨의 문이 좁다. 하지만 그것은 경제적 약자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는 1년에 2,000명 이상은 절대로 로스쿨에 입학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총입학정원이라는 괴이한 통제 때문이다. 로스쿨의 학비가 연간 평균 1,500만원대가 된 것도, 작은 수의 정원을 놓고 다수의 대학들이 과당경쟁을 해야 했기 때문에 초래된 결과이다. 총입학정원을 없애고 기준을 충족한 대학은 모두 로스쿨을 인가해주고 직장인을 위한 야간로스쿨도 만들 수 있게 하면 로스쿨의 문은 그만큼 넓어질 수 있다.
국가적・사회적 지원이 더해지면 로스쿨의 문은 더욱 넓어지게 될 것이다. 로스쿨은 법률가라고 하는 국가적・사회적 필수재원을 길러내는 곳이다. 특히 법률가가 되고자 하는 경제적 약자들이 학비 걱정 없이 로스쿨을 다닐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지원하고, 그들로 하여금 일정 기간 동안 공익변호사로 활동하게 하면, 진정 약자의 입장에서 뛰는 변호사들이 그만큼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로스쿨을 로스쿨답게
로스쿨은 '시험을 통한 선발'에 따르는 폐해를 제거하고 '교육을 통한 양성'에 의해 보다 우수한 법률가를 길러내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다. 예비시험은 '시험을 통한 선발'의 폐해를 지속・악화시키게 될 것이며, '교육을 통한 양성'이라는 로스쿨의 틀을 위협하게 될 뿐일 것이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법률가를 가르쳐서 길러내는 로스쿨의 틀 속으로 보다 많은 경제적 약자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로스쿨을 진정 로스쿨답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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