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반정부 시위…MB, 일정 취소하고 귀국

아세안+3 정상회의 전면 연기

아세안(AEAN : 동남아국가연합)+3 정상회의 참석차 태국을 방문하고 있던 이명박 대통령이 예정보다 하루 빠른 12일 새벽 귀국했다.

예정됐던 아세안+3 정상회의는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를 지지하는 단체인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 시위대가 정상회의장소인 파타야 로열클리프 호텔 내 위치한 미디어센터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 끝에 전면 연기됐다.

지난 10일 열렸던 한-태국 정상회담 직후에는 시위대의 봉쇄로 이 대통령이 한 동안 회담장인 로열클리프 호텔을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현지 치안상태는 악화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상들은 각각 자신의 숙소 옥상에서 헬기를 통해 공항으로 빠져 나가기도 했다.

한중일 정상회의 하루 앞당겨 개최…北에 '강력한 목소리' 내기로

다만 이명박 대통령과 중국 원자바오 총리와의 한중 정상 면담, 일본 아소 다로 총리 와의 한일 정상회담은 11일 열렸으며, 한중일 3개국 정상회의도 하루 앞당긴 이날 개최됐다.

한중일 3국 정상들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와 관련해 북한에 강력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은 "3국 정상은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북한에 단합되고 강력한 목소리를 조속히 보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면서 "구체적인 형식과 문안은 유엔 안보리 실무자 간 협의를 통해 확정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금융위기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아세안+3' 회의 등의 일정이 취소된것은 유감"이라며 "추후 다시 정상회의가 소집돼 동아시아 차원의 위기 극복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일본 역사 교과서 논란…MB "오해 없도록 신중히 대처해 달라"

이 대통령과 아소 다로 일본 총리와의 양자 회담에서는 최근 일본 문부과학성의 지유사판 '중학사회 역사' 교과서 검정 통과와 관련된 역사왜곡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양국 관계가 후퇴하는 일은 없다"면서도 "일본도 이런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오해를 빚는 일이 없도록 신중히 대처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김 부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은 미래로 나아가는 관계로 발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역사 인식 문제 등으로 양국 관계가 주춤하는 일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의 로켓발사와 관련해선 양국 정상이 한 목소리를 냈다.

이 대통령은 "양국간에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북한을 향해 '잘못된 행동에는 결과가 뒤따른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보내는게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일부에서는 6자회담이 냉각기를 가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6자회담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향후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아소 총리도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해 더욱 강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화답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태국 현지 언론인 '더 네이션(The Nation)'과의 인터뷰에서 "국제 규범을 위반한 북한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국제사회는 단호하고도 일치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이 2,3일 안에 대응방향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를 바란다"고 촉구한 바 있다.

"불편 드려 죄송"…"다음에 다시 보자"

한편 태국 아피싯 총리는 우타파오 국제공항에서 조기 출국하는 이 대통령을 향해 "머무시는 동안 큰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앞서 태국 정부는 카싯 피로미야 외무장관을 우리 측에 보내 공식 사과의사도 밝힌 바 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괜찮다. 조만간 다시 볼 수 있도록 하자"며 "6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때도 다시 뵐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