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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영리병원 비싸면 안 가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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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영리병원 비싸면 안 가면 되지"

"무슨 걱정이 그리 많나?…경쟁은 효율을 낳는다"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종부세 해체'에 진력을 다했다. 그는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발은 물론 여권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부자들 가슴에는 대못을 박아도 되냐"고 맞서 결국 뜻을 이뤘다.

강 위원장의 종부세 폐지처럼 윤증현 장관은 영리병원 도입을 자신의 업적으로 만들고 싶은 모양새다. 야당과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발은 물론 여권 일각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는 점도 종부세 해체 때와 유사하다.

그럼에도 윤 장관은 9일 국회 대정부질의에 출석해 "비싼 병원에는 안 가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명언(?)을 남겼다.

"영리병원 도입하면 경쟁촉진으로 의료비도 떨어진다"

▲ 윤증현 장관과 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영리병원 문제로 설전을 벌였다ⓒ뉴시스
약사 출신으로 보건의료개혁시민연대 등에서 활동했던 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이날 영리병원 도입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하지만 윤 장관은 "당연지정제 유지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비급여 부분에 영리병원이 도입하면 된다"면서 "일반 의료비도 경쟁이 확대되면 시장논리에 의해 병원비가 내려오면 내려오지 거꾸로 올라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비급여 부분에 영리병원을 도입하면 부작용이 덜한데, 결국 급여 부분인 일반 의료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야기다.

전 의원이 "영리 병원은 고가 서비스를 환자에게 적극 권하고 의학적 지식 없는 환자는 이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의료비가 상승하는 것이고 이는 미국 사례에서 검증됐다"고 지적했지만 윤 장관은 "우리의 전국민건강보험은 훌륭하다"면서도 "영리의료법인 진입을 자율화를 하면 경쟁력을 촉진한다. 경쟁은 효율을 낳는다"고 답했다.

이어 윤 장관은 "(의료비가) 비싸면 환자가 안 갈 것 아니냐"면서 "왜 그렇게 걱정이 많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환자가 안 가면 되고 병원은 살아남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전 의원은 "장관이 자꾸 동문서답을 하는데, 주식회사 병원이 되면 전국 체인을 만들고 병원 재벌은 자기네 보험회사 하고만 거래할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국가의 당연지정제 의료보장은 의료비가 낮아지니 질도 당연히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과거에도 당연지정제를 흔들고자하는 위헌 소송도 있었고 삼성경제연구소가 민간보험시장을 키우고 당연지정제 폐지 등을 담은 보고서를 낸 적이 있는데 장관 답변 내용이 그 보고서와 너무 똑같아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장관은 "저는 그런 페이퍼를 본 적이 없다"면서 "저는 찬성하는 입장이고 의원님은 반대하는 입장이니, 이런 부분은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컨센서스를 이뤘으면 좋겠다"고 굽히지 않았다.

질의 응답 이후 의장석에 앉아있던 한나라당 출신 이윤성 부의장은 "국무위원들은 사실 그대로만 이야기해라. 감정을 넣을 필요도 없고 한숨 쉴 필요도 없다"면서 "'왜 그런 것까지 걱정하냐'는 답변태도는 옳지 않다"고 윤 장관의 답변태도를 지적했다.

정형근 "윤증현 식으로 하면 큰 일 난다"

한편 한라당 의원 출신인 정형근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이날 "'윤증현식'으로 하면 큰일 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윤 장관이 영리병원을 하면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산업화도 되고 고용도 창출하고 병원 질도 좋아지고 관광객도 온다고 하는데, 생각만큼 안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이사장은 "기획재정부가 말하는 식으로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영리병원들이) 월급 2배 주고 의사들을 다 데려가고 로비를 해서 당연지정제가 빠질 것이라는 점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윤 장관은 성장과 일자리만 보는데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전재희 복지부장관도 "왜 그 문제를 기획재정부가 결정하려 하냐"고 불만을 터뜨린 바 있다.

참여정부 시절의 전사(前史)

영리병원 문제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김병준, 황우석, 노성일(미즈메디 병원 원장), 이상호(우리들 병원 원장) 등 노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포진한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에서 영리병원 도입 주장이 나왔고 당시 김근태 복지부 장관이 저지선 역할을 했다.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정책관련 비서관을 지냈던 한 인사는 최근 "이후 유시민 복지부 장관도 영리병원 도입의 문제점을 인식했고 결국 노 전 대통령도 그같은 의견에 동의해 없었던 일이 됐다"고 전했다.

"윤증현이 마리 앙트와네트냐"

하지만 윤 장관의 의지가 워낙 강력하고 '경쟁'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확신이 강한 만큼 이번에는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대학병원의 예방의학 전공 교수는 "'병원비 비싸면 안 가면 된다'는 윤 장관 이야기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마리 앙트와네트의 말과 똑같다"면서 "지금 보면 복지부 쪽에서 마치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 같지만, 짜고치는 고스톱식의 역할 분담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획재정부가 10을 요구했는데 복지부가 7, 8로 막아냈다는 식으로 정리하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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