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에 따라 탄핵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측 변호인단의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헌재가 검찰과 특검의 수사 기록을 요구한 것은 정당하다는 취지다. 헌재는 또 박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 당일의 행적을 "남김 없이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헌재는 22일 열린 탄핵심판 사건 1차 변론 준비 기일에서, 지난 16일 박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법 제32조 및 51조를 근거로 신청한 '이의'에 대해 "피청구인(박 대통령) 측의 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10조 1항 등에 따라 위반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기각 결정했다.
헌재법 32조는 "재판·소추 또는 범죄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하여는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는 내용이고, 동법 51조는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박 대통령 측은 이를 근거로, 검찰에 의해 박 대통령의 '공범'으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관련 수사 자료를 탄핵심판 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의 이의 신청을 냈었다.
이에 대해 헌재는 헌재법 제10조 "헌재는 이 법과 다른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심판에 관한 절차, 내부 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는 부분을 들어 '이유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헌재는 또 이날 심리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무엇을 했는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세월호 '7시간' 의혹 관련 당일 행적에 대해 "시각별로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헌재는 "세월호 참사가 2년 이상 경과했지만, 그날은 워낙 특별한 날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날 자기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할 수 있을 정도"라며 "피청구인(박 대통령)도 그런 기억이 남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문제가 되는 '7시간' 동안 피청구인이 청와대 어느 곳에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보았는지, 어떤 보고를 언제 받았고, 어떤 대응 지시를 했는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남김 없이 밝혀 주시고 자료가 있으면 제출해 달라"고 '7시간'을 콕 집기까지 했다.
헌재는 탄핵소추 사유를 5가지 유형으로 정리하자고 제안했고, 양측 대리인은 이에 동의했다. 탄핵소추 사유는 △최순실 등 비선 조직에 의한 국정 농단에 따른 국민주권주의·법치주의 위반, △대통령 권한 남용, △언론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세월호 7시간), △뇌물 수수 등 형사법 위반으로 정리됐다.
이날 열린 1차 변론 준비 기일은 약 40분 만에 끝났다. 준비 절차 전담 재판관으로 지정된 이정미·이진성·강일원 재판관이 심리를 진행했다. 다음 심리는 오는 27일 오후 2시에 열린다. 박 대통령 측에서는 이중환·전병관·박진현·손범규·서성건·채명성·황선욱 변호사 등 7명의 법률 대리인단이 참석했다.
검사 역할을 맡은 국회 측에서는 법률상 소추위원이 되는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과 이춘석·김관영 의원 등 3명의 국회의원과 황정근 변호사 등 소추위원 법률대리인단 8명이 참석했다. 국회 측에서는 최순실 씨와 김기춘 전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28명을 탄핵심판의 증인으로 신청했으며, '피청구인인 박 대통령 본인을 준비절차 기일에 소환해 달라'고 출석 요청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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