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도지사는 21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정치판에 기웃거리지 말라"고 일침을 놓았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주장은) 인격 모독", "정당이 뭐가 중요한가" 등의 발언을 한 데 반격한 것이다. 충청권 대선 주자가 또 다른 충청권 대선 주자에게 보내는 편지라서 더 주목된다.
안희정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쓰는 편지 형식의 글을 통해 "정치판에 기웃거리지 않는 것이 한국 최초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다는 국민과 우리 충청의 자부심을 훼손하지않는 유일한 길일 것"이라고 적었다.
안희정 지사는 그 이유에 대해 "자신이 모시던 대통령의 죽음 앞에 조문조차 하지 못하는 신의 없는 사람, 이리저리 태평양 건너 미국에 앉아서 여의도 정당 판의 이합집산에 주판알을 튕기는 기회주의 정치 태도, 정당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는 수준의 낮은 민주주의 인식으로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안희정 지사는 먼저 "반기문 총장님, 정치 기웃거리지 마십시오. 자신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그 슬픈 죽음에 현직 대통령 눈치보느라 조문조차도 하지 못했던 분입니다. 이제 와서 변명하십니다. 대통령 서거 2년 뒤, 몰래 봉하 묘역을 다녀왔으며 해마다 1월 1일이면 권양숙 여사께 안부 전화를 드린다고. 솔직히 그 말씀을 듣는 것조차 민망스럽기 그지 없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안희정 지사는 "중부권 대망론과 친박계의 추대론을 은근히 즐기시다가 탄핵 바람이 불어오니 슬그머니 손을 놓고 새누리당 당 깨져서 후보 추대의 꽃가마가 당신에게 올 것이라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하는 길에 정당이 뭐가 중요하냐고 일갈하십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평생 민주주의와 정당 정치를 해 온 사람입니다. 오늘 비록 여의도 정당정치가 온통 줏대 없는 기회주의, 철새 정치의 온상이 되었지만,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정당들이 국민의 뜻을 받들어 책임 정치를 할 때 저 촛불 광장의 민의는 영속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안희정 지사는 "대통령 한 번 해보시겠다는 분들이 대선 때마다, 총선 때마다 유불리에 따라 당 간판을 바꾸고 대권 주자 중심으로 이리 뭉치고 저리 뭉쳐서 원칙 없는 '떴다' 방식 기회주의 정당 정치를 하는 것이 문제이지, 민주주의 정당 정치-책임 정치가 필요없다는 말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반기문 사무총장은 20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 한국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저는 평생 살면서 배신이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인격을 모독해도 너무 모독했다"고 발끈했다. 그러면서 반기문 사무총장은 "정당이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국민이 없고 나라가 없는데 무슨 파(派)인가가 중요한가"라며 정당 정치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관련 기사 : 반기문 "정당이 뭐가 중요한가"…또 정치혐오 부추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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