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가 5년 전 발생한 박근혜 대통령 5촌 간 살인 사건에 배후 세력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17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 편은 2011년 9월 6일 새벽 서울 북한산 자락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박용철(당시 50세)-박용수(당시 52세) 씨의 죽음을 2년간 추적한 결과를 공개했다.
두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둘째 형 무희 씨 손자로, 사촌 사이다.
용수 씨가 감정이 좋지 않았던 용철 씨를 북한산 주차장에서 흉기로 살해하고 산 중턱에서 목을 매 숨졌다는 게 당시 수사 당국의 결론이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그러나 "용수 씨가 용철 씨를 살해한 뒤 자살했다고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점들이 많다"면서 "제삼자의 존재가 의심되는 지점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사건 기록을 검토한 법의학자, 범죄심리학자들은 △용수 씨 자살 장소가 용철 씨 살해 현장에서 어두운 산길을 2시간 걸어야 하는 곳인 점 △용철 씨뿐 아니라 용수 씨 몸에서도 수면유도제 졸피뎀이 발견된 점 등이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용수 씨가 자살하기 직전 설사약을 먹은 점과 사건이 벌어진 시각 등산로 입구의 출입 확인 기계에 3명이 기록된 점도 의문을 더하는 요소였다.
방송은 또 "숨질 당시 만취했다고 해도 유도 선수 출신에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인 용철 씨를 왜소한 체구의 용수 씨가 어떻게 제압할 수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범죄심리학자인 박지선 숙명여대 교수는 "아예 용철 씨 공격을 계획할 때부터 뒤이어서 용수 씨를 제거할 계획까지 함께 세웠을 기획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냈다.
5년 만에 입을 연 용철 씨 유족도 "억울한 죽음"이라면서 "아주버님(박용수) 성격이 좋아서 트러블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이들의 죽음 뒤에 은폐된 진실이 존재한다면 그 진실은 용철 씨가 관여한 한 재단과 연관됐을 거라는 게 주변인들 주장"이라면서 육영재단 암투를 연결지었다.
방송에 따르면 용철 씨는 2006년 무렵 박근혜 대선 후보를 돕고자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건너왔다.
용철 씨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2007년 육영재단 폭력사태 이후 박근령 이사장은 해임되고 박지만 EG 회장의 측근이 임명됐다.
박근령씨 남편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이후 "박근혜 전 대표 묵인하에 박지만 씨가 육영재단을 강탈했으며 박지만 씨 측근이 박근령 씨 남편을 납치하려고 한다"고 공개 주장했고,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이때 "박지만 회장으로부터 팽 당한" 상황이던 용철 씨는 신 총재를 무죄로 만들어줄, 신 총재 납치 미수 사건의 진상을 밝힐 녹취 파일이 자신의 휴대전화에 담겨 있다고 증언한다. 그는 그러나 법정 증언을 20여 일 앞두고 살해된다.
방송에 따르면 사건 당시 용철 씨를 경호했다는 황 모 씨도 1년 뒤 라면을 먹다가 천식으로 숨졌고, "XX가 용철 형을 죽이라는데 내가 그쪽으로 줄을 서면 나도 이제 양복 입는다"는 말을 남겼다는 한 인물도 사건 직후 행방불명 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전 남편인 정윤회 씨도 거론됐다.
용철 씨 최측근이었다는 한 제보자는 제작진과 두바이에서 만나 "박용철이 1천만 달러를 협상하면서 정윤회 씨와 통화하는 걸 몇 번 들었다"면서 "증언을 안 하는 조건이었는데 약속한 대로 돈을 받지 못하자 애가 탔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만 EG 회장은 이에 대한 SBS 취재 요청에 "현 시국에 취재에 응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작진은 마지막으로 "누군가 용철 씨에 이어 용수 씨까지 살해한 뒤 자살로 위장한 거라면 그 (살해) 명령을 누가 왜 한 건지, 실제 범행 실행자는 누구인지 수사 기관이 밝혀야 한다"면서 진실 규명을 요구했다.
이날 방송은 14.9%의 전국 시청률(닐슨코리아)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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