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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1등신문'에게 '한 인터넷 매체' 기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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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1등신문'에게 '한 인터넷 매체' 기자가

[기자의 눈] '한 신문'의 무단 인용에 대한 세 가지 지적

민노총 위원장을 지낸 이수호씨도 최근 "무조건 싸움만 해서는 안 된다. 경제위기는 정부, 기업과 같이 돌파해야 한다"고 했다.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현 지도위원)은 지난달 한 인터넷 매체 인터뷰에서 "이대로라면 20년 전 한국노총이 '타도 대상'이었던 것처럼 민주노총 또한 타도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위원장은 "무조건 싸움만 해서는 안 된다. 자본과 정권을 갈라 세우기만 하는 것은 혁명하자는 것"이라며 "민주노총에 지금은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9일자 '한 신문'의 사설과 분석 기사 중 일부다. 이는 또한 민주노총 성폭력 사태 이후 <프레시안>이 진행한 연쇄 인터뷰 '위기의 민주노총, 길을 묻다' 시리즈 중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편의 일부기도 하다.

이 신문의 '노동팀장'이 작성한 기사에선 그래도 '한 인터넷 매체'라고 쓰긴 했는데 논설위원이 쓴 사설만 보면 이수호 전 위원장이 어디서 누구한테 그런 소리를 했는지 도통 알 수 가 없다.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가 "노동운동은 약자 보호, 피해자 보호운동인데 민주노총은 (성폭력을 은폐하려 함으로써) 존재 이유를 뒤흔들었다"고 말했다. "민노총은 더 약자(弱者)이면서 다수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써 민주노조운동의 시효(時效)도 끝났다"고 했다.

이 신문의 지난 달 19일자 사설 역시 <프레시안>의 같은 연쇄 인터뷰 중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상임대표 편을 회 떠놓으면서 그냥 '말했다'라고 써놓긴 마찬가지였다.


▲ 이 사설을 보면 심상정 대표가 어디서 누구에게 무슨 맥락으로 이런 말을 했는지 알 방도가 없다ⓒ조선일보

<프레시안>등 자신과 논조가 다른 매체의 기사로 노동운동이나 진보진영을 때리는 것은 이 신문의 특기이기도 하고 기자 역시 이 신문의 기사를 인용해 강경 보수 세력을 자주 비판하곤 하니 '회 뜨기' 자체에 대해선 뭐라 말하지 않으련다. 또한 '우리 빼곤 모두 좌파' 기조를 갖고 있는 이 신문의 속사정도 짐작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외부 필자나 인터뷰이 찾기가 쉽지 않을 터다.

▲ '한 신문'이 무단 전재한 연쇄인터뷰의 원래 기획의도는 이렇다ⓒ프레시안

게다가 '1등 신문'을 자임하는 이 신문의 '노동팀장'과 논설위원에게 저널리즘의 A, B, C를 늘어놓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기본'은 지켜야 하지 않나?

첫째, 독자에 대한 서비스 관점에서 봐도 이렇게 출처를 밝히지 않는 부분 인용은 문제가 많다. 인용문의 맥락과 전문을 살펴보고 싶어도 이런 기사와 사설을 통해선 알 수 있는 방도가 전혀 없다. 혹시 모르겠다. 맥락과 전문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걸까?

둘째, 이 신문은 신문윤리요강 위반하고 있다. 요강은 '타언론사 보도 등의 표절금지' 항목에서 "언론사와 기자는 타언론사의 보도와 논평을 표절해서는 안 되며 출처를 명시하지 않고 실체적 내용을 인용해서는 안 된다. 복수의 매체나 웹사이트 등을 통해 공개된 정보는 예외로 하며, 출처가 여럿일 경우 이를 포괄적으로 명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설마 무단 인용한 부분이 '실체적 내용'이 아니라 무슨 공개기자회견을 통해 '공개된 정보'라고 생각한 것일까?

혹시 법적 기준이나 사회적 통념과 달리 이 신문이 <프레시안>을 '타언론사'의 범주에 넣지 않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요강은 역시 "언론사와 언론인은 신문, 통신, 잡지 등 기타 정기간행물, 저작권있는 출판물, 사진, 그림, 음악, 기타 시청각물의 내용을 표절해서는 안되며 내용을 전재 또는 인용할 때에는 그 출처를 밝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셋째, 이 신문의 기사작성 교범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모르겠지만 일관성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논설위원과 팀장은 뭉개고 지나갔지만 이 신문에 실린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등 외부 필자의 글에는 <프레시안> 이름이 등장한다. 외부 필자 뿐 아니라 김지하 시인의 <프레시안> 기고글을 인용한 문화부 기사에도 <프레시안>이름이 들어간다. 이 기사 역시 '회 뜨기' 맥락이긴 하지만.

이 신문과 세쌍동이처럼 함께 언급되는 다른 두 신문들이 '가짜 미네르바 기고글 싣기' , '인턴기자를 미국산 쇠고기 쇠고기 식당 손님으로 둔갑시키기' 같은 어이없는 짓을 할 때 "그래도 '그 신문'은 달라. 신문 하나는 잘 만들지. 토요판도 정말 볼 것 많잖아. 기자들도 '프로'라니까"라고 말하곤 했는데 이런 평가를 거둬들여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번 기사에 한해 이 신문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데 대해선 이 신문과 <프레시안>독자들에게 유감을 표하고 싶다. 하지만 이 신문의 '실체적 내용'을 무단 인용한 것은 하나도 없고 <프레시안> 기사를 무단 인용한 것을 재인용했을 뿐이라는 점을 짚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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