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앞두고 최순실 씨가 예정에 없던 수석비서관 회의 개최를 청와대 측에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씨가 박 대통령에게 특정 시기에 회의를 열게한 것과 동시에 회의 주제까지도 던져준 것이다. 최 씨의 지시를 박 대통령은 고스란히 이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9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이같은 내용은 최 씨의 말을 대통령에게 전달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폰 녹음 파일에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녹음파일에는 지난 2013년 10월 말경 서유럽 순방을 앞둔 박 대통령에 대해 최 씨가 "(아무 언급 없이 대통령이 순방을 가면) 놀러 다니는 것처럼만 보인다. (문제 되고 있는 이슈들을) 정리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떠나야 한다. 수석비서관회의를 하고 가자"는 취지로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 신문은 "최 씨는 박 대통령 발언의 윤곽도 가다듬어준 정황이 녹취록에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정 전 비서관은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이라고 답변했다"고 보도했다.
2013년 10월은 기초연금 문제에 반발한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사표 수리 문제 등으로 청와대가 골머리를 앓고 있던 때였다. 또한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등과 관련해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었다.
박 대통령은 당시 4주째 수석비서관회의를 개최하지 않았는데, 그해 10월 31일 갑자기 회의를 열게 된다. 박 대통령은 당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야권을 향해 "우리 국민들도 진실을 벗어난 정치 공세에는 현혹되지 않을 정도로 민도가 높다"는 등 현안에 대한 발언을 내놓았다. 특히 '민도(民度)'라는 '국민 수준'을 의미하는 말은, 요새는 잘 쓰이지 않는 표현이다.
박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의혹을 살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에 국가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 의혹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국민들께 정확히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물을 것"이라고도 했고, "요즘 민주주의에 대한 얘기가 많이 있다. 저는 정치를 시작한 이후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고 정당 민주화를 위해서 노력해 왔다. 지금도 그 소신에는 변함이 없고 앞으로도 저의 최대 목표는 대한민국의 경제를 활성화하고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는 것"이라고 '메시지'를 냈다.
이같은 녹음 파일의 존재와 관련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규철 특검보는 "정 전 비서관의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수석비서관회의와 국무회의와 관련해 최 씨와의 통화 내용이 들어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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