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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 '기술적 실업' 예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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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 '기술적 실업' 예언하다

[살림이야기] 과학기술 혁명과 생명의 미래

상상한 미래가 현실로

지난해 재개봉해 화제가 됐던 영화 <백 투 더 퓨처>(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1985)의 속편으로, 1989년에 개봉한 <백 투 더 퓨처 2>의 배경은 2015년 10월 21일이다. 주인공이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인 2015년 10월 21일로 날아가 모험을 하는 이야기다. 당시 시점에서 상상한 미래가 실제로 3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 얼마나 현실화되었는지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영화에 등장했던 3D 홀로그램이나 화상 통화, 지문 인식 도어락은 이미 보편화됐다. 심지어 하늘을 나는 자동차나 공중에 뜨는 스케이트보드도 상용 단계는 아니지만 개발에는 성공했다고 하니, 1989년에 예측한 2015년 미래의 모습은 '상상한 대로' 되어 간다.

미래학자들은 미래에 기술 발전 속도가 급속히 변함으로써 그 영향이 커져 인간의 생활이 되돌릴 수 없도록 변화되는 기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싱귤래리티(singularity), '특이점'이라고 한다. 대체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시점으로 본다. 시기로는 2045년이다. 2045년까지 가지 않더라도 '휴머노이드'의 탄생, 인간과 로봇의 공존 시대가 점차 가까워 오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과학기술 혁명이 가져온 도전들


끝없이 발전하는 과학기술 혁명이 가져올 미래는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자본주의 성장의 가장 강력한 촉진제였던 기술은 성장의 한계와 지구환경의 위기에 직면한 인류의 미래를 구원할 수 있을까? 우리는 기술 발전이 제기하는 새롭고도 까다로운 쟁점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인공지능 보편화와 사이보그 출현에 따른 생명 윤리 문제, 정치·경제적 권리와 배분 문제, 기술 독점과 지배에 관한 문제, 노동의 재구성 등은 지혜롭게 풀어내지 못하면 인류의 존망 자체가 위험할 만큼 거대한 도전들이다. 그리고 이 쟁점들의 기저에는 우리가 답해야 할 근본적인 물음이 놓여 있다. 바로 '인간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으며,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 위기 속에서 정보 통신 기술, 인공지능, 로봇 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러나 '제로 성장 시대'의 탈출구로 여겨지는 로봇 기술의 발전과 자동화의 증가는 오히려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거시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23년에 발표한 <화폐개혁론>에서 "우리는 지금 이름조차 생소한 새로운 병을 앓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자주 듣게 될 이 병의 이름은 바로 '기술적 실업'이다. 이 병은 인간이 노동의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는 것보다 노동을 절약하는 방법을 더 빠른 속도로 찾아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케인스의 예언은 틀리지 않았다. 오늘날 많은 직업이 로봇과 자동화에 의해 빠른 속도로 밀려나고 있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도 2030년까지 전 세계 직업 40억 개 중 20억 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변화는 직업 구조에서 생활 방식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이다. 노동의 변화는 삶의 전면적인 변화를 뜻한다. 인간의 노동이 기계에 의해 거의 대부분 밀려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미래는 ‘혼돈’ 그 자체일 수 있다.

▲ <휴먼 3.0: 미래 사회를 지배할 새로운 인류의 탄생>(피터 노왁 지음, 김유미 옮김, 새로운현재 펴냄)(왼쪽),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김영사 펴냄)(오른쪽). ⓒ프레시안

새로운 인류의 탄생은 가능한가

미국의 칼럼니스트 피터 노왁은 <휴먼 3.0: 미래 사회를 지배할 새로운 인류의 탄생>(김유미 옮김, 새로운현재 펴냄)에서 그럼에도 미래가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다고 역설한다. 그가 기술 발전에 대해 낙관적인 이유는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인간 정신도 발전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기술만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차원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외부적인 우주와 내면의 세계로 사고의 폭을 확장시켜 더 넓고 깊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생명공학, 유전학, 신경과학을 연구할 뿐 아니라 우리 자신과 창의성의 새로운 깊이를 발견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의 양과 폭을 더 넓고 깊게 만들어줄 것이다."(296쪽)

과연 기술 혁명이 인간성의 혁명으로 이어질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스라엘의 역사학 교수인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김영사 패냄)에서 "오늘날의 과학은 우리에게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재설계할 수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사회와 경제뿐 아니라, 우리의 몸과 마음도 유전공학, 나노기술, 뇌-컴퓨터 중계장치에 의해 완전히 바뀔 것이다. 몸과 마음은 21세기 경제의 주요한 생산물이 될 것"(7쪽)이라고 전망한다.

과학자들은 살아 있는 개체의 유전자를 조작해 해당 종에게는 없는 특성을 만들어 내고 전혀 새로운 종을 창조하는 실험을 반복 중이다. 유전공학과 생명공학은 인간의 질병을 치유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의 생리 기능, 면역계, 수명뿐만 아니라 지적·정서적 능력까지 크게 변화시키는 단계로 발전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기술이 발달할 경우 호모사피엔스가 완전히 다른 존재로 대체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유발 하라리는 이렇게 질문한다.

"우리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은, 역사의 다음 단계에는 기술적, 유기적 영역뿐 아니라 인간의 의식과 정체성에도 근본적인 변형이 일어나리라는 생각이다. 또한 이러한 변형은 너무나 근본적이어서 사람들은 '인간적'이라는 용어 자체에 의문을 품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까? 알 수 없는 일이다."(584쪽)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자연 선택의 법칙에 따라 진화해 왔다. 오늘날 과학기술 혁명을 앞세워 이 법칙을 거스르려 하는 유일한 생명체가 바로 인간이다. 호모사피엔스가 신의 영역을 넘보는, 이제껏 보지 못한 전혀 다른 시대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셈이다.

이런 흐름은 진화된 새로운 인류의 탄생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 인류와 지구 전체를 파멸로 이끌 수도 있다. 과학기술 혁명은 기회인 동시에 위협이다. 미래에 닥칠 일이지만 엄연히 현재의 문제다.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가 생명의 미래에 관해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에 와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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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이야기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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