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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나라냐? 미완의 명예혁명 안 되려면…

[김성훈 칼럼] 새 가치와 새로운 틀(Frame)을 짤 절호의 기회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중략) /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 그런 의미가 있죠 / 우리 다함께 노래합시다 /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고 말해요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 새로운 꿈을 꾸겠다고 말해요 -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

지난달 19일 가객 전인권의 포효 소리는 청와대 200m 앞에서 광화문 광장까지 100만 민중의 떼창과 함께 청와대 구중궁궐 깊숙이 파고들었다.

필자는 56년 전인 1960년 4월 19일 대학 3학년생일 때 민주주의 열망에 피 끓는 학생 청년 무리에 섞여 그 길에서 "독재자 이승만 하야"를 목이 터져라 외치며 미치도록 달렸다. 총성이 난무했던 그 길을 이번에는 앞뒤 좌우가 군중 떼에 밀착돼 밀리고 밀려 걷고 또 걸어야 했다.그렇게 무한한 희망의 대열에 들떠 새로운 꿈을 꾸고 또 꾸었다고 말하고 싶다.

역설적이게도 최순실 씨의 아바타 '박근혜'의 실정(失政)과 무능(無能), 국정 농단과 농정 파탄을 규탄하는 100만 명의 1명으로 참가한 이 노객(老客)은 시위 현장에서 새로운 나라의 탄생을 예고하는 희망과 가능성을 동시에 봤다. 그리고 동력이며 추진체인 '민중의 진정한 힘(People’s True Power)'을 보았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진공동취재단

가보세, 가보세 / 을미적 을미적거리다 / 병신이 되면 못 가리 : 2016년 판 <하야가>

그 중에서 단연 압권은 땅끝마을 해남과 절개와 우국의 고장 진주 등에서 초겨울 추위에도 열흘 이상 2000여 대의 농기계를 몰고 온 이 땅의 영원한 혁명가 전봉준 장군의 후예들이었다.

지난달 26일 전남 보성의 친환경 농업인 백남기(70) 옹을 무자비한 물대포로 머리를 두 쪽 낸 공권력에 의해 비록 서울 들머리 양재 IC와 안성 IC에서 멈췄지만, 농기계를 길에 세워두고 맨손으로 광화문광장의 시민명예혁명 대열에 동참했다. 전국농민총연맹의 '전봉준 투쟁단' 깃발이 나부끼는 가운데, '국정파탄 주범 박근혜 퇴진'의 대장정을 벌인 것이다.

1894년 갑오년에 전라도 고부와 경상도 일대에서 외세와 결탁한 지배세력들의 농민 수탈과 가렴주구(苛斂誅求), 인간성 말살의 학정에 견디다 못한 동학농민들이 주축이 되어 궐기하여 나라의 국정쇄신과 외세 배격, 그리고 인간존중(인내천(人乃天))의 깃발을 전국 방방곡곡에 휘날린 것이다. 120여 년 전 외세에 영합한 민비 민자영이 무당 진령군(眞靈君)에 미혹되어 국정 농단과 민생 파탄 행위가 극에 달하자 동학농민혁명을 불타오른 것처럼 무능력하고 암우(暗愚)한 처녀 대통령 박근혜가 사교도 최태민·최순실 일가와 짬짜미해 국정을 농단하고 농정을 파탄시킨 행위가 도를 넘어 나라가 망할 지경에 이르니, 어쩌면 이렇게 역사는 되풀이되는가.

대통령 박근혜는 한 해에 대여섯 번씩 좀비나 다름없는 아바타 똘마니를 대동하고 외국에서 패션쇼나 하면서 외국어 구사 능력을 자랑했다. 그리고 입만 열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자며 벌써 50여 개국과 이야기한 상태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을 세계 꼴찌의 식량자급률 국가로 전락시키고, 농민과 서민·노동자·중소상공인의 등골을 휠대로 휘게 만들고 있다.

당시 동학혁명군들은 "가보세, 가보세(甲午歲) / 을미적 을미적(乙未賊)거리다 / 병신년(丙申年)이 되면 가지 못 하리"라고 노래했다. 하필이면 처녀 대통령 박근혜가 집권한 이래, 병신년 올해가 다가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가. 아니, 죽였는가! 인재(人災)에 가까운 세월호 침몰로 304명의 생떼 같은 청소년을 수장하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1200여 명을 폐사시켰다. 그 외에도 메르스 사태다, 지진이다, 이제는 엉터리 백신 약 처방으로 조류독감(AI)마저 만연해 애꿎은 닭과 오리가 얼마나 더 산채로 땅에 묻어야 할지 알 수 없게 됐다. 죽음을 불러들이는 이런 박근혜 정부를 두고 누군가 "이게 나라냐"라고 묻는다.

민비 민자영과 무당 진령군, 처녀 대통령 박근혜와 최태민·최순실 사교도의 저주를 누가 무엇으로 풀어낸다는 말인가. 그래서 주말만 되면 어린이·학생·어른·노인 할 것 없이, 남녀노소 모두가 광화문광장으로 나오고 있다. 그리고 모두들 "이게 국가고 정부냐"고 묻는다. 또 "이런 사람도 대통령이냐"고 묻는다. 지나간 악몽은 지나간 대로 보내고, 새로운 꿈을 꾸러 광화문에 나간다. 병신년이 다 가기 전에 박근혜 대통령을 주저앉히는데 이 나라의 존망(存亡)이 달려있다며, 민초들이 <하야가(下野歌)>를 떼창하는 곳으로 몰려든다. 그야말로 비폭력 문화 축제다.

정의와 양심과 영혼이 살아 숨 쉬는 공정하고 공평히 오순도순 두루 잘 사는 나라

그동안 '4.19 혁명' '6.3 항쟁' '5.18 민주화 운동' '6.29 민주화 선언' 등 대한민국 헌정사에 한 획을 그은 민주화 시민운동 현장에 있던 필자의 소견으로는, 2016년 10월과 11월의 광화문광장 촛불 시위는 진정으로 세계인의 찬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류 평화와 정의사회 구현·민주주의 실천에 있어 어느 시대, 어느 국가에도 선례가 없는 그야말로 선구자적이며 창조적인 종합예술 작품이다. 피(血)가 있고 살(肉)이 있는 문화 축제다. 마치 천상의 창조주 하나님이 강림해 진두지휘하며 선량한 다중의 민초로 하여금 지상 최대의 오케스트라를 연출케 한 듯 질서 정연하다. 그곳엔 사회정의가 있고, 코스모스(COSMOS, 질서와 조화)가 있으며, 영혼과 양심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100만 군중이 다양한 주장을 하나같이 절제되고 통일된 화음으로 만들어 내는 한 편의 앙상블(ensemble)을 보는 듯하다.

광화문광장은 돈과 권력이 유착해 99%의 연약한 다수를 희생시켜서 1%의 소수 특권층만이 호사(豪奢)하는 불공정·불평등·비리와 부정·부패가 난무하는 나라, 즉 '헬조선'에서 탐스럽고 향기 높은 장미꽃을 키워내는 기적의 장(場, space)이다. 박근혜·최순실의 진흙밭에서 호사스러운 연꽃을 피워 낸 것이다. 상층부는 썩어 문드러져 좀비 흡혈귀들이 날뛰는데도 정작 뿌리는 생생히 살아 있었던 것이다. 한 줄기 신선한 빛이 되어 하늘로 뻗어 나와 대통령·고위관료·유명 정치인, 그리고 '돈이 곧 실력'이라며 무소부지(無所不至)로 출몰하던 재벌기업과 많이 가진 자들이 한없이 작고 존재마저 초라해진 그야말로 '새 세상'이다.

정의롭되 인간적이며, 마음이 넉넉하여 남을 배려하는, 그리하여 서로 돕고 나누고 솔선하여 궂은일을 다퉈 나눠 하는 절제된 민주주의 공생사회를 보여 주었다. 그야말로 우리 인류가 동경해 마지않던 휴머니티(humanity)와 책임감이 넘치는 신뢰와 협동의 유토피아 세계가 안전(眼前)에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로 대표되는 권력자와 '이재용'으로 상징되는 대재벌 기업가, 그리고 이름 있는 정치사회 지도자를 한없이 부끄럽게 만드는 100만 개의 촛불이 살아 숨 쉬고 노래하는 광장이다.

미완(未完)의 명예 시민혁명이 되지 않으려면

자기가 무엇을 잘못한 줄 모르고, 자기가 무엇을 모르고 있다는 것도 모르며, 자기가 얼마 전에 한 말이 무엇이었는지도 기억 못 하는, 천하에 무지하고 무능하며 밑도 끝도 없이 한심한, 아이큐(IQ)마저 낮은 거짓말쟁이를 권력의 꼭대기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대통령 박근혜에게 부역하며 방조 내지 조장했던 내시와 홍위병의 신천지(한글명 '새누리')당과 떡고물에 홀려 침묵해온 야당과 언론을 단순히 대체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정경유착해 돈으로 자기네 이권을 사들여 권력을 조종하며 '헬조선'을 창조해온 재벌 소굴, 그리고 '아바이 오마니' 집단의 돈줄 역할을 양심의 가책도 없이 수행하고 최태민·최순실·정유라·장시호에게 기꺼이 뇌물을 갖다 바친 전경련과 대재벌을 해체하는 것만으로도 불충분하다.

그동안 권력교체에만 머물렀던 역대의 시민혁명이 한결같이 미완성인 채 사라지고, 다시 악의 세력과 어둠의 집단이 활개치게 된 원천을 도려내야 그동안 수백만 개의 촛불이 지향한 명예로운 시민혁명이 완수될 수 있다. 나라와 정부의 진정한 존재가치가 올바로 세워지고, 그를 실현할 틀(Frame)과 체제(system)가 제대로 갖춰질 때 성공할 수 있다.

사람(백성, 민초) 제1주의, 생태와 환경과 자연보전 최우선, 안전한 먹을거리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토지와 주택의 공(公)개념 사회건설, 인권존중 철학과 명실공한 지방자치 분권제 실시 등이 공정·공평·공생사회의 실마리다.

첫 단추는 기존의 돈 중심, 재벌기업 자본 중심의 가치(기업가정치, Corporatocracy)를 참다운 '민주·민권·민생주의(Democracy) 3.0 체제'로 대체하는 것이다. 사회정의, 경제정의, 환경정의, 사법정의, 언론정의, 농업과 식량정의, 소비자정의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살아나야 코포라토크라시를 타파하고 진정한 '민주주의 3.0체제'를 이룩할 수 있다.

민중의 진정한 힘(People’s True Power)을 길러주고 단련시킬 참다운 민주주의의 실습과 연습이 사회 구성원 집단 곳곳에서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 글은 12월 5일 자 <한국농정신문> '김성훈의 농사직썰'란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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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농업 및 환경문제 전문가로 김대중 정부에서 농림부 장관을 역임하였으며 <프레시안> 고문을 맡고 있다. 대학과 시민단체, 관직을 두루 거치며 농업과 농촌 살리기에 앞장 서 온 원로 지식인이다. 프레시안에서 <김성훈 칼럼>을 통해 환경과 농업, 협동조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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