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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뿐만 아니라 MB의 삽질도 되돌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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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뿐만 아니라 MB의 삽질도 되돌릴 때

[초록發光] 영양댐 백지화 결정 생각

영양댐 건설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되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0월 제출된 댐 사전검토협의회의 권고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2008년 당시 영양 군수가 주도한 댐 건설 건의안이 채택되면서 2009년 이명박 정권 때부터 국토교통부가 추진한 영양댐 계획은 정부 안팎에서 지속적인 비판을 받았다.

지속적인 인구 감소 등으로 물이 부족하지 않은 영양군 장 파천 유역에 담수량 5700만 세제곱미터 규모의 대형 댐을 건설해야 한다는 입지 타당성이 문제였고,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청정 자연 지역이 수몰되는 등 자연 환경이 파괴될 우려가 컸다. 경산시가 수량이 풍부한 낙동강에 바로 인접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180킬로미터나 떨어진 영양에 대형 댐을 만들어서 공업 용수를 공급받아야 한다는 모순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댐 건설이 계속 추진되자 지역 사회는 찬성-반대로 나뉘어 반 토막이 났다.

국제적인 기준을 보더라도 후진적이다. 영양댐은 국제대형댐위원회(SCOLDICOLD)의 기준에 따른 대형 댐(높이 10~15미터, 길이 500미터, 저수 용량 100만 톤 이상 등)에 속한다. 1995년 미국 연방개척 국장은 "댐의 시대는 끝났다(The era of dam is over)"라고 선언한 바 있으며, 인터내셔널 리버스(International Rivers)는 대형 댐 건설을 "앞으로 벌고 뒤로 밑지는" 장사라고 비판해왔다. 댐 건설로 얻게 되는 이익은 일정한 데 비해서 시간이 가면서 환경 피해, 지역 갈등,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시설 보수 및 관리 비용이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국은 1990년 영월댐 건설 중단 결정을 계기로 부풀려진 물 수요 계획을 조정하고 물 절약, 효율적인 사용, 인구 감소분을 고려하여 대형 댐 건설을 중단해왔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토건 사업 열풍을 타고 대형 댐의 망령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고, 영양댐이 그 허구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렇게 불합리하고 후진적인 공공 계획이 어떻게 2009년부터 거의 7년에 걸친 기간 폐기되지 않고 끈질기게 국가 공공 정책 결정 과정에서 살아남았을까. 국토교통부 내부의 사전 논의 과정을 제외하더라도 10년 단위로 수립되고 5년마다 타당성 조사를 하는 '댐 건설 장기 종합 계획',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주도하는 예비 타당성 조사, 환경부의 전략 환경 영향 평가 등이 있으며, 국정 감사 과정에서도 수차례 재검토와 폐지가 지적된 바 있다. 환경부의 전략 환경 영향 평가에서는 댐 개발을 중단하고 대체 수자원을 모색하라는 대안 제시까지 나왔는데도 국토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협의를 거부하였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이미 지출된 비용에 대한 불합리한 집착인 '매몰 비용(Sunk Cost)의 오류'이다. 수립된 계획을 원안 그대로 집행하겠다는 고집이 국토교통부와 수자원공사, 영양군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타당성 조사 비용만 해도 20억이 넘는 혈세를 낭비하였다.

또 하나는 근시안적인 칸막이 현상이다. 댐사전검토협의회 자료에 따른 영양댐 건설 비용은 3139억 원에 달한다. 영양댐 사업을 성공시키는 데만 눈이 멀어서 물이 부족하다던 경산 인근인 칠곡과 영천의 물을 나눠 쓸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했다. 물 공급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수도 정비 기본 계획에 버젓이 나와 있는 정보를 무시했고, 댐 개발 계획만 주목받았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는 아직도 공공 정책에서도 생산 위주로 접근한다. '만들기'만 중요하지 어떻게 쓰고 고치고 또 합리적이지 않으면 제대로 잘 버려야 할지 모른다. 비합리적인 정책이나 계획, 의사 결정을 과감하게 폐지하는데 익숙지 않다. 행정 부처 내 의사 결정 체계도, 행정부의 감시 역할을 하는 국회도 제대로 제동을 걸지 못했다.

불확실한 미래에 발생할 정책 효과를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폐지"와 "백지화"는 어려운 결정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최고 의사 결정권자인 대통령이 나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본인의 사퇴조차도 직접 결정할 수 없어 국회에 의탁한 현 대통령을 보면 공공 정책을 어떻게 부작용 없이 잘 폐지하고 백지화할 것인가에 관한 공부가 필요하다. 공공성을 해치는 정책과 계획은 사전 계획 단계에서 과감하게 폐지하는 방안에 대해 좀 더 치열하게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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