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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이틀 뒤 '운명의 날'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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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이틀 뒤 '운명의 날' 맞는다

'유럽 풍향계' 걸린 오스트리아 대선, 이탈리아 국민투표

오는 4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오스트리아 대선과 이탈리아 국민투표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이어 또 한번 유럽과 세계에 충격파를 던질지 주목된다. 고립주의와 극우화 바람이 극심한 유럽의 풍향계가 이틀 뒤 치러지는 두 나라의 정치 일정에 달렸다.

'극우화 바람 시험대' 오스트리아 대선

기존의 중도 정당들이 대중들에게 배척된 채 치러지는 오스트리아 대선은 '유럽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자유당 소속 노르베르트 호퍼와 녹색당 출신의 무소속 후보인 알렉산더 판데어벨렌이 맞붙은 결선 재선거 투표다.

지난 5월 22일 치러진 대선에서 판데어벨렌이 3만여 표차로 신승을 거뒀으나,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가 부재자투표 중 9만7000여 표가 참관인이 없는 상태에서 조기 개표됐다며 결선 투표를 무효로 결정해 다시 치러지는 선거다.

오스트리아는 총리가 실권을 장악한 내각제 국가로, 대통령은 제한된 대표권을 행사할 뿐이다. 하지만 호퍼가 당선될 경우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유럽에서 극우 정치인이 국가 지도자에 오르는 사건"(뉴욕타임스)이 벌어진다.

호퍼가 속한 자유당은 1956년 창당 이래 나치 독일에 부역했던 안톤 라인탈러, 네오 나치 선동가인 외르크 하이더 등이 2000년대 초반까지 당을 이끈 극우 정당이다.

지난 5월 선거에서 호퍼가 불과 0.6%포인트 차이로 낙선한만큼, 이번 리턴매치에서는 얼마든지 역전 가능하다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최근 지지율 조사는 호퍼와 판데어벨렌이 오차범위 내의 접전 양상이지만, 세계화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에 미국의 트럼프 당선 효과가 겹쳐 호퍼가 승리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호퍼가 '유럽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까닭은 국경 통제와 반이민, 반무슬림, 난민 수용 등 강경 정책을 표방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당선 시 오스트리아의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도 적지 않아 '브렉시트'로 촉발된 반EU 정서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된 징표가 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투표는 유럽 극우주의 확산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호퍼와 맞붙은 판데어벨렌은 난민 출신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이다. 1994년 의회에 입성한 뒤 녹색당 대변인을 지냈으며 환경 보호, 난민 규제 철회, 친EU 성향을 보여왔다.

무소속이지만 사실상 녹색당 후보인 그는 녹색당을 비롯해 사민당과 국민당 등 기존 정당들의 지원을 얻고 있다. 그러나 그가 5월에 이어 이번에도 '파시즘의 망령'을 막아낼지는 불투명하다.

판데어벨렌을 지지하는 이들의 상당수가 '호퍼의 당선을 막기 위해'라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반이민, 반EU 정서에 기반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호퍼에 비해 지지층 결집도가 낮다는 뜻이다.

이탈리아, EU 탈퇴로 가나?

이탈리아는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이번 개헌 투표 결과에 따라 마테로 렌치 총리의 정치 운명과 이탈리아의 EU 탈퇴 여부가 걸려있어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렌치 총리가 제안한 개헌안은 상‧하원에 동등한 의무와 권한을 부여한 현행 헌법을 고쳐 하원에 입법권한을 집중시키도록 한 내용이 골자다. 의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행정부의 권력 장악도를 높이자는 것이다.

현행 이탈리아 헌법은 베니토 무솔리니 체제의 유산이다. 21년에 걸친 독재 정치를 겪은 이탈리아는 무솔리니 사후인 1948년 민주헌법을 채택하며 독재를 막기 위한 장치로 의회의 권한을 유례없이 확대해뒀다.

렌치 총리의 개헌안은 정치 갈등에 발목 잡힌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1946년 이후 70년 동안 이탈리아 내각은 63번이나 교체될 정도로 정치 불안전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국민 투표는 단지 개헌 찬반을 결정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개헌 반대로 결론 나면 렌치 총리가 직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최근 번복하기는 했지만, 렌치 총리가 스스로 개헌안이 무산될 경우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이미 밝혔기 때문이다.

제1야당인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Five Star Movement)',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당', 극우 성향의 '북부동맹' 등은 국민투표를 렌치 총리를 실각시킬 기회로 보고 반대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헌 찬성이 34~37%, 개헌 반대가 41~42%로 나타나 렌치 총리의 재신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여론조사대로 개헌안이 부결되면 이탈리아는 극심한 정치 혼란에 빠져들 전망이다. 2018년 초로 예정된 총선 일정이 앞당겨져 내년에 조기 총선이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오성운동'이 조기 총선을 주장한다. 1위 정당에게 추가 의석을 배분토록 한 이탈리아 선거법대로 내년 총선이 치러진다면 오성운동은 지지율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

갖은 성추문과 거침없는 막말로 '이탈리아의 트럼프'라는 별칭을 얻은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도 개헌 반대 캠페인을 벌이며 렌치 총리의 실각을 대비해 정치 재기에 나서려는 욕심을 보이고 있다.

조기 총선을 통해 '오성운동' 등이 득세할 경우 이탈리아의 유럽연합 탈퇴도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를 수 있다. 오성운동의 경우 유럽연합 탈퇴를 강하게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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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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