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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벌, 기업이 아니라 지배력을 대물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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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 재벌, 기업이 아니라 지배력을 대물림한다"

금산분리 완화-출총제 폐지 갈등 임박

2월 '입법 전쟁'에서 경제분야 법안의 핵심인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금산분리 완화 문제에 여야가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며 여론 몰이에 나섰다.

국회 정무위 차원의 출총제 관련 공청회가 지난 10일 열린 데 이어, 12일 야4당(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과 민생민주국민회의(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이 '재벌-금융규제 완화가 경제위기 해법인가?'라는 주제로 정당-시민단체 공동토론회를 열었다.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과 선진경제연구포럼도 이날 오후 '금산분리완화·출총제 폐지 토론회'를 열고 정당성을 적극 설파했다.

"재벌계열사가 사모펀드에 투자해 은행 살 수 있다"

이의영 군산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정당-시민단체 토론회에는 전성인 홍익대 교수와 김진방 인하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금산분리 분야에 대해 발제한 전 교수는 "정부안의 기본방안은 현행 제도로서는 은행 지분 소유가 금지된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대상을 축소하는 것이고 아무리 축소해도 어쩔수 없는 비금융주력자의 경우에는 소유한도를 확대시켜주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비금융주력자 범위 축소에 대해 "론스타 같은 사모투자전문회사(PEF) 특례가 도입되면 서로 다른 두 재벌 계열사가 각각 25%씩 출자한 PEF는 비금융주력자가 아닌 자로 판정돼 은행을 완전히 소유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그는 "현재 싱가폴이 국부펀드 테마섹이 하나은행 지분을 10% 소유하고 있는데 의결권이 제한돼 있다"면서 "하지만 정부안이 입법화되면 테마섹이 하나은행에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누가 이런 걸 원하겠냐"고 말했다.

전 교수는 금산분리를 완화시키지 않으면 외국자본이 한국 은행을 다 소유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금산분리를 완화하면 외국 산업 자본에게도 다 기회가 열린다는 뜻이다"고 일축했다.

이밖에 금산분리 완화로 인해 금융지주회사가 비금융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는 것이 전 교수의 지적이다. 금융지주회사가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두고 각종 불공정한 지원을 하거나 경쟁업체를 방해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

또한 전 교수는 "미국이 금산분리를 완화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도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면서 "미국 산업자본이 ILC(Industrial Loan Company, 은행지주회사법이 적용되지 않아 산업자본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사은행. 저축은행 등의 형태를 띈다)를 이용해 은행업 진출을 시도하자 이를 규제할 정도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재벌들은 은행만 없다뿐이지 증권사, 보험사, 투신회사들을 줄줄이 거느리고 있다.

김대중 정부 이후 약화되고 있는 출총제

출총제 문제에 대해 발제한 김진방 교수는 "재벌들은 기업이 아니라 지배력을 대물림한다"고 지적했다. 총수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의 가치보다 총수가 행사하는 지배력의 가치가 훨씬 크다는 것. 거미줄 같은 상호출자구조속에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으면 보유 주식을 늘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배력을 상속하는 데는 세금도 안 든다.

김 교수는 "출총제는 재벌총수에 의한 지배의 크기 또는 세기를 줄임으로써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제도"라며 존치 필요성을 역설했다.

출총제는 지난 1986년 도입, 1994년 강화, 1998년 폐지, 1999년 재도입, 2002년 완화, 2007년 대폭완화 등 어지러운 역사를 갖고 있지만 현재 폐지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출총제가 전두환 정권 말기에 도입돼 노태우 정권과 김영삼 정권 때까지는 유지, 강화됐지만 김대중 정부 이후 존속이 위태로워졌다는 점이다.

노회찬 "삼성이 금산분리 정당성 입증하는 모범사례"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산분리와 관련한 규제는 한 사회의 역사적,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관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미국의 경우 양방향 금산분리 원칙이 법제화되어 있으나, 유럽과 일본의 경우 제약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연구위원은 "유럽의 경우에는 법적 제약은 없지만 산업자본이 은행 및 비은행 금융회사를 소유지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조 연구위원은 "우리는 미국과 같이 양방향 금산분리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면서 "금산분리 관련 은행법, 금산법, 공정거래법 등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한국 고유의 재벌체제에 대한 정치적 대응에서 만들어 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은 사금고화현상을 우려하면서 "금산결합은 해당 은행과 기업에게는 유리할 수 있으나 반시장적 독과점 현상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재벌기업의 이득이 사회전체의 이득과 등치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시 토론자로 나선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대표는 "시장 뿐 아니라 심지어 대통령직까지도 재벌에 넘어갔다고 봐야 한다"면서 "(대권에 직간접적으로 도전했던) 정주영씨, 김우중씨에 이어 대자본이 정치권력 진입을 시도했고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삼성 X파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노 대표는 "금산 분리가 왜 완화되면 안 되는지는 삼성 그룹이 입증해줬다"면서 "김용철 변호사가 공개한 삼성 비자금과 관련한 사실을 살펴보면 우리은행에서 삼성 차명계좌를 관리해줬다. 금산분리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고 지적했다.

노 대표는 또 "일각에서는 산업 자본이 금융에 진출하는 것을 허용해야 거래비용이 절감되고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라고 하고 있는데 금융전문회사의 수익률이 대기업집단이 소유하고있는 금융회사들의 경영 총자산 이익률의 2.5배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 집단의 총수와 관련해서 실질적 이사회 업무를 부담케 할 필요가 있다"면서 "재벌이 실질적 의사결정권자임에도 불구하고 배후에 숨어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총수들을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등기대표이사와 동등한 책임을 지게 하는 기업 집단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밖에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 김종률, 오제세 의원과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금산분리 완화 대비책 충분하다"

반면 나성린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업의 사금고화'는 은행법으로 제한되어 있고, IMF 위기 이후 감독체계가 상당한 수준으로 구축되어 있으므로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대비책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면서 "지난 10여년간 지속되어온 금산분리 관련 규제를 경제위기 타파 및 금융ㆍ산업 선진화를 위해 완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주선 선임연구위원도 "출자총액제는 '진입장벽으로 경쟁을 제한', '투자 제약과 일자리 창출 저해', '주주이익 극대화의 걸림돌', '경영권 방어수단의 무력화와 국부유출'을 야기하므로 폐지되어야 할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나아가 국가 경쟁력,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규제의 획기적인 개혁과 경쟁정책의 강화는 필수적인 요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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