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중국에서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최고위원의 귀국을 앞두고 한나라당 내 친이-친박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만남이어서 주목된다.
12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 의원은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1시간40분에 걸쳐 독대했으며, 사흘 뒤인 9일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정태근 의원도 동행했다.
이 신문은 "(두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에게 귀국 후 곧바로 정치 전면에 나서기보다 뒤에서 이 정권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일들을 연구해 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면서 "이것이 이 대통령의 뜻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정두언 의원이 이 전 최고위원의 귀국 후 역할과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을 직접 전한 셈. "다만 이 전 최고위원이 '칩거'할 필요는 없으며 이 전 최고위원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짜서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지난 11일 중국 특파원과 가진 간담회에서 "3월 초쯤 귀국하면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려고 하며, 4월 재보선에도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당장 재보선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며 "국내에 정치를 하는 분들이 많고 그 분들에게 맡겨놔도 된다. 당분간 국내 정치와 거리를 유지해야 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대통령이 주문한 것으로 알려진 '막후 역할론'에 무게를 실은 발언이다.
정두언 측 "이재오 만난 건 사실"…'메신저' 역할은 부인
정두언 의원 측도 이 전 최고위원과의 만남 자체는 확인했다. 정두언 의원실의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정 의원이 중국에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만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정 의원이 청와대에서 독대했다는 보도에 대해선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정 의원이 청와대에 들어갔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대통령을 직접 만난 일도, 전화통화 등을 통해 이야기를 나눈 일도 없다"고 했다.
정 의원의 중국행(行)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한번 찾아뵙고자 하는 게 정 의원의 뜻이었다"면서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는 것은 오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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