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29일 3차 대국민 담화 이후 내달 2일로 예고됐던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에 제동을 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박 대통령의 담화는 "국민의 뜻에 부응한 것"이라고 평했고, 정진석 원내대표는 "야당에 탄핵 일정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친박계가 개헌을 포함한 이른바 '명예 퇴진론'의 로드맵을 우선 제시하고 박 대통령이 이에 호응한 모습이다.
당내에선 탄핵 찬성표를 던질 비박계를 교란시켜 탄핵 동력을 떨어뜨리고 동시에 '비선실세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이라는 포장을 씌워 분권형 개헌 논의에 불을 지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재 정치 지형에서 분권형 개헌은 여권의 정권 연장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많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박 대통령의 기자 간담회를 지켜본 후 "이제 국회가 논의에 나서야 한다"며 "대통령께서 현 상황을 상당히 무겁게 받아들이고 국민들이 요구하는 내용들을 잘 알고, 국민의 뜻에 부응한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친박계의 이장우 최고위원 또한 "국정을 안정화 시키면서 정권 이양을 순조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국회에서 정해야 한다"며 "국내 경제 상황이나 여러가지 국제적 여건 등에서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을 안정감 있게,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면서도 정권을 순리적으로 이양할 수 있도록 하는 지혜를 정치권이 논의하고 고민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탄핵 소추안 협상 주체인 정진석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야당에 탄핵 일정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 오후 3시 반부터 시작된 의원총회에서 정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항복을 선언한 것"이라며 "탄핵 논의는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는 상황을 전제로 논의된 것이다. 상황 변화가 생긴 만큼 두 야당과 탄핵 절차 진행에 대해 원점에서 논의하겠다"고 했다.
그는 총회에 참석한 의원들에게는 "국정 교착 상태를 최소화하기 위해 거국 중립 내각제 등 야당과 어떤 로드맵을 만들지 논의해달라"고 했고 "개헌 문제에 대해서도 의원들이 결론을 내려달라. 개헌이 이뤄지면 헌법 개정 절차에 따라서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했다.
당장 새누리당 비박계가 이 같은 당 지도부의 '탄핵 제동' 흐름에 동조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비주류들이 모인 '비상시국회의'에서 대변인 역할을 하는 황영철 의원은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현재로서는 (비주류 의원들의 탄핵 추진에 대한) 입장이 굉장히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새누리당 비주류에선 약 40명의 의원들이 탄핵 소추안 표결 시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관측됐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이번 담화로 28명 이하의 의원만 찬성표를 던질 경우 탄핵안은 200표 찬성이라는 가결 요건에 미달해 부결될 수 있다. 비박계의 탄핵에 대한 입장은 이날 의원총회와 향후 개최될 비상시국회의 회의 등을 통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김용태 의원은 "국회는 정기국회 안에 바로 탄핵을 의결해야 한다"면서 박 대통령이 "국회에 어물쩍 공을 넘겨 시간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본데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했다.
그는 "더 이상 주저할 이유가 없다. 법을 안 지키는 대통령에 맞서 법 만드는 국회는 법대로 하자"며 "만약 어정쩡하게 시간을 보낸다면 국민은 광화문이 아니라 여의도로 모일 것이다. 그리고 국회를 해산시킬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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