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식으로든 검찰의 조사결과가 발표된 다면 '선(先)진상규명론'을 앞 세우며 시간을 끌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김 청장 거취에 대한 분명한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
청와대 내부에서는 여전히 "어떤 식으로든 도덕적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는 '문책론'과 "법질서 확립이라는 원칙과 경찰조직의 사기도 고려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유임론'이 맞서 있다.
▲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뉴시스 |
유임 쪽 가닥 잡고 '여론몰이'…"원칙과 기본으로"
그러나 실제로 이 대통령의 복심이 '유임' 쪽으로 사실상 기울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이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 30일 생방송 'TV 원탁토론'을 통해 "정치적으로 앞뒤 안가리고 경질하면 공직자들 중 누가 일을 하겠느냐"면서 유임론에 힘을 실은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불과 몇시간 앞둔 9일 오전 정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법질서 확립'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져 김 내정자에 대한 문책이나 자진사퇴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청와대 측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원칙과 기본이 바로 서지 않고, 지켜져야 할 윤리가 확립되지 않으면 아무리 소득이 높아도 선진일류국가가 될 수 없다"라고 역설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용산참사를 직접 언급하면서 "과거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진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는데 책임자부터 물러나게 했지만, 똑같은 문제들은 계속 발생했다"며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게 저의 분명한 원칙"이라고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여전히 청와대 내부에서 "이대로 갈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만큼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라는 시각도 있다. 끝내 '김석기 카드'를 버리지 않을 경우 사실상 2월 임시국회가 '용산국회'로 점철될 수밖에 없다는 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김 내정자에 대한 직접적인 문책보다는 그의 자진사퇴를 유도하는 시나리오가 그나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김석기 무혐의'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경찰에 면죄부를 주는 동시에 정치적 부담도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다.
한나라당도 갈팡질팡…"국민들도 '확고한 공권력' 지지한다"
한나라당도 대통령의 강경론 이후 혼선을 거듭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선(先)조사 후(後)문책 입장을 견지해온 만큼, 수사 결과를 보고 지휘상 반드시 책임질 사항이 있다면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에서 시한을 연장해 수사했던만큼 사건이 어떻게 발생했고 지휘체계에는 어떤 책임있는 상황이 있었는지 소상이 밝혔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미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관리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무적 책임론을 제기한 바 있고 박희태 대표도 방송에서 "홍 원내대표의 생각과 내 생각이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지난 설 연휴를 경과하면서 청와대로부터 '김석기 엄호론'이 불거지면서 기류가 복잡한 양상을 띄기 시작했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기존의 '김석기 내정자 문책론'을 정면에서 뒤집은 바 있다. 한나라당 내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소가 지난 달 말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과반수(52.7%)가 "경찰책임"이라고 답한 대목도 한나라당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안경률 사무총장은 "며칠 동안 여론이 바뀌었다"면서 "국민들도 이 시위문화를 바로잡고, 이런 참사를 막는 데에 우리 공권력이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해야 된다는 데 지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도 유감표명을 했고, 김석기 내정자도 부분적으로 유감표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정도로 충분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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