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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에 숟가락 얹으려는 자,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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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에 숟가락 얹으려는 자, 누구인가

[기고] 11월의 혁명, 미완의 혁명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

많은 사람이 국정 혼란을 걱정한다. 시민들이 수백만 명씩 시위에 나서고 정부 부처들은 움직이지 않고 외교와 안보도 걱정한다. 하루빨리 이 사태가 수습되고 정국이 안정화되는 것이 국가를 위한 길이라고 말한다. 누가 그들에게 그런 호칭을 부여했는지 모르지만 원로라고 하는 사람들이 모여 난국을 타개하자고 한다. 좋다. 이 혼란 상황을 끝내고 대통령이 질서(?)있게 물러나거나 탄핵 절차를 조용히 지켜보거나 해서 정국이 안정되는 것이 대한민국을 위해 바람직한 일인가? 모두가 생업으로 돌아가 개헌 논의를 지켜보면서 하루하루 바뀌는 정치인들의 이합집산과 입장들을 뉴스 생중계로 확인하는 것이 국민의 도리인가?

정국이 안정되면 제일 먼저 닫히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이다. 끓는점을 넘긴 시민들의 에너지는 그동안 굳게 닫혀 절대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대한민국 판도라의 뚜껑을 열었다. 이 속에서 우리는 억울하지만 체념되었던 것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았다. 세월호 7시간, 비정규직의 설움, 경쟁에 내몰려 벼랑 끝에 선 아이들과 이들을 방치하는 교육, 공영 방송의 파괴, 재벌들의 악행, 정치 검찰의 패악질, 반시민적 정치인, 시민 위에 군림하는 관료들, 권력만을 호위하는 경찰, 방산 비리, 민영화, 성과 연봉제, 청년 실업, 몰락하는 자영업자, 무너지는 농업까지 눈만 들면 확인 할 수 있는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모두 평범한 삶을 꿈꾸는 시민들을 숨 막히게 했던 것들이다.

이런 현실을 두고 한국은 아직 살 만한 사회라거나, '노오력'이 부족하다거나, 국민 소득 3만 달러 시대 같은 말을 했던 사람들이 안정화시키자는 정국은 무엇인가? 거침없이 사회와 거리를 달궜던 희망의 소리를 얼른 상자 안으로 집어넣자는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관료들, 재벌들, 정치인들, 말 타는 학생과 그 가족들은 몰랐겠지만 대한민국의 평범한 삶이 이미 극악한 혼란이고 아수라였다. 탈출만 할 수 있다면 이 끔찍한 지옥을 떠나고 싶은 사람들 투성이었다. 시민들은 몸을 비비 꼬며 비굴한 모습으로 심판대 앞에 서 있은 지 오래다. 심사위원이 준엄하게 내리는 OX 판정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삶을 살아온 것이었다. 이 질서를 바꾸자고 나섰다. 이제는 비천한 수천수만의 사람들이 심사위원들을 심판하겠다고 나섰다. 정국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은 질서의 전복은 절대 안 된다는 앙시앙레짐 신봉자의 신념일 뿐이다.

이미 4년 동안 아니 지난 10년 동안 정국은 늘 혼란 상태였다. 비로소 2016년 11월 시민들이 거리로 진출하면서 정국이 제자리를 찾았다. 현재의 국면을 혼란으로 규정한다면 이처럼 행복한 혼란이 또 어디 있으랴. 시민들이 서로 양보하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핫팩을 건네고 같이 춤추고 웃고 우는 혼란이라면 지배자들이 말하는 안정보다 훨씬 아름다운 혼란이 아닌가? 외교가 걱정이라고? 세계의 외신들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칭송하고 있다. 시민들은 유엔(UN) 사무총장은 물론 그 어떤 외교관보다 국격을 높이고 있다. 100만이 광장에 모여 힘을 보태는데 이처럼 든든한 안보가 어디 있는가?

이미 혁명은 시작됐다. 눈치 보는 사람들은 목을 움츠릴 것이고 기댈 곳을 잃은 자들은 다음 기회를 노릴 것이다. 파렴치한 사람들은 과거를 세탁할 것이고 양심이 남아 있는 사람들은 갈등할 것이다. 갈등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제라도 그동안 겪은 말도 안 되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 해 주었으면 좋겠다. 고백은 서로를 치유하는 아주 좋은 약이다.

시민 혁명이 좌초되지 않으려면 지금까지 그랬듯이 모두가 눈을 부릅떠야 한다. 4.19는 군부 독재 세력에게 도난당했다. 87년 6월 항쟁의 성과를 이제는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나선 보수 야당이 분열하면서 축적되지 못했다. 지금 계산기를 두드리며 2016년 11월, 시민들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을 얹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누군지 유심히 살피자. 개헌만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말하며 시민들을 집안으로 들여보내 구경꾼으로 만들려고 하는 사람이 누군지 기억하자.

시민들은 자신들의 몸을 얽어맨 사슬을 확인했다. 지난 세월 동안 1%가 주도면밀하게 씌운 사슬들이었다. 다음 단계는 이 사슬을 끊는 것이다. 여의도와 서초동을 시민들이 쫓는 게 아니라 국회와 검찰이 시민들을 받들게 해야 한다. 누구라도 우리에게 가만히 있으라 말할 수 없게 하자. 11월의 혁명이 미완의 혁명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 우리 몸의 사슬들을 봇물 터지듯 광장에 쏟아 놓자. 그리고 이것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차근차근 말하게 하자. 모든 공론의 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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