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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혁명, '박근혜 축출'이 끝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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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혁명, '박근혜 축출'이 끝 아니다

[김민웅의 인문정신] 비상시국 타개 합의문에 대해

8개 조항 합의의 방점

11월 20일, 비상시국 타개를 위해 모인 대선주자 등 회의는 8개 조항의 합의문을 내놓았다. 100만 촛불의 민심과 요구를 어떻게 담아 안고 정국의 해법을 내놓을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 일단 "야3당의 강력한 공조와 시민사회와의 연대"가 강조된 것은 매우 중요한 진전이다. 균열을 경험했던 야당공조의 복원의지 표명과 함께, 정치권 일각에서 가지고 있던 시민사회 배제적 태도가 명확하게 거부된 것이다.

그와 함께 주목되는 것은 "퇴진"에 방점을 찍는 동시에 "탄핵절차도 병행"해서 "범죄 피의자로 규정한 박근혜"에 대한 압박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책임"도 엄중하게 묻겠다고 밝혔다. 공범관계의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공동책임을 거론한 것이다. 그에 더하여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체결,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등 "문제적 국정운영 일체 중단"을 요구했다.

여기까지는 지금의 성황에 종지부를 찍는 방식에 대한 합의라고 하겠다. 문제는 그 과정상 전략과 차후 정국 수습 방안이다. 첫째는 제도권 내부의 탄핵처리와 광장의 퇴진요구가 어떻게 결합될 것인가와, 둘째 정국의 제도적 중심을 세우는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박근혜 퇴진이 가시화되거나 또는 탄핵을 통한 직무정지 상태가 된 국면에서 어떻게 정국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과제다.

퇴진운동과 탄핵조처의 병행에 대한 우려


6항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범죄사실이 명백하고 중대하여 탄핵사유가 된다는 점을 확인하고, 국민적 퇴진운동과 병행하여 탄핵추진을 논의해줄 것을 야3당과 국회에 요청한다." 국민적 퇴진운동과 제도정치 내부의 탄핵추진이 결합해서 상승작용을 가져올 것을 기대하는 문맥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것은, "탄핵은 퇴진 압박을 가하는 보완 수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고 이것이 탄핵정국으로 전환하라는 요구가 된다면 말은 국민적 퇴진운동과의 병행이지만, 실제로는 박근혜 퇴진 방식의 중심이 탄핵이 되고 제도권 정치가 주도하면서 광장정치의 동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현재 새누리당도 탄핵에 대한 동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탄핵에 동참하면서 면죄부를 받으려고 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어디까지 퇴진운동이 중심에 있고 탄핵은 이를 강화하기 위한 법적 보완조처라는 점이 강력하게 부각되어야 한다. 자칫 탄핵정국이 주도하면 시민혁명의 주력군이 관망 세력으로 전락할 수 있게 되며 결국 이러한 상황 전체를 이끌고 온 민심의 힘은 제도정치 내부의 줄다리기를 구경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내부에서는 국민적 주도권의 강화를 반기지 않고 퇴진운동의 무대를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기회로 인식하는 세력이 적지 않게 있다는 점에서 날카로운 경계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탄핵정국으로 바뀌면 민심의 거센 압박에서 일정하게 풀려난 박근혜를 비롯한 세력의 반격 강도는 높아질 수 있다.

총리문제와 과도내각 구성에 대한 원칙과 전략

이번 합의문에서 가장 민감한 대목은 7항이다. 그 전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촛불민심과 국민의사를 폭넓게 수렴하여 대통령 퇴진과 탄핵에 따른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회주도의 총리 선출 및 과도내각 구성' 등 세부 수습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야 3당에 요청한다."

우선, 이 문제를 제대로 잘 다루지 못할 경우 퇴진운동이 뒤로 밀리게 되고 제도정치권이 궁지에 몰린 박근혜와의 정치적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 쪽으로 흐름이 바뀔 수 있다. 또한 야 3당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여 공조체제의 균열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밀하게 해석되고 합의되어야 할 대목은 무엇보다도 "대통령 퇴진과 탄핵에 따른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라는 대목이다. "퇴진과 탄핵에 따른"이라는 문장이 박근혜의 정치적, 법적 지위가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퇴진 운동과 탄핵조처의 과정에서 생기는 국정공백이라는 뜻인지, 또는 퇴진이 분명해지거나 아니면 탄핵으로 직무정지가 된 상태에서 발생하는 국정공백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박근혜의 대통령직이 갖는 총리 임명권과 박근혜의 정치적 수명을 맞거래 하는 일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퇴진운동의 전선을 교란할 뿐만 아니라 야3당 공조의 내부에서 다음 대선의 판을 까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국민적 결속과 의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 대통령의 권한이 축소되거나 거의 폐기되는 상황에 선출되는 총리의 권한이 그야말로 막강해진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대선 주자급은 아닌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인물들이라면 이 권한은 염불이 아니라 잿밥이다. 엄청 시끄러울 수 있는 사안이다.

"퇴진과 탄핵에 따른"의 뜻

"퇴진과 탄핵에 따른"이라는 문장은 이번 합의현장에 참석한 이들 사이에서 일종의 정치적 절충으로 나온 결과물로 읽히는데, 그 의미는 "박근혜의 퇴진의사가 명료해지거나 탄핵을 통한 직무정지가 확정되는 시기 내지 국면"으로 못 박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가령 총리후보가 국회에서 3당 공조로 선출되고 그 임명이 헌법적으로 대통령에게 있더라도, 그 임명은 어디까지 국회주도를 통한 것이지 박근혜에게는 그 어떤 권한도 일체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동안 거국내각이요, 거국중립내각이요 했던 용어 대신 "과도내각"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제대로 된 선택이다. 여야 합의가 아닌, 새누리당 배제가 원칙이 된 과도내각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과도 정부적 수준의 내각으로 정리해야 총리의 기능과 역할도 분명해지고 그로써 이후 인선도 그 규정에 맞게 확실해질 수 있다.

과도정부적 수준의 내각은 기본적으로 1)박근혜 체제의 청산, 2)일상적 경제와 안보의 보장, 3)대선관리 등을 통해 민주정부의 수립을 위한 경로를 까는 일을 맡는다. 박근혜 체제의 청산은 장기적 과제이기도 하나, 우선 검찰 내지 특검을 통한 범죄사실 수사와 범죄자 응징이 그 중심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조기대선의 판을 정리하는 일 역시도 과도정부 또는 과도내각의 매우 중요한 임무라는 것은 달리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시민사회와의 적극연대

마지막으로 8항의 전문을 인용한다. "우리는 야3당의 강력한 공조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시민사회와 적극적으로 연대하기로 하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단합하고 단결하여 헌정질서 회복과 국민주권확립, 정의로운 국가건설에 헌신하기로 했다." 이 합의항의 중심에서 주시해야 할 것은 "시민사회와의 적극연대"이다.

그러자면 실제로 어떤 과정과 경로, 그리고 방법과 그 주체를 정해나갈 것인가가 구체화되어야 한다. 시민 권력의 창출을 동반하지 않는 정치적 해법은 이 합의문이 목적하고 있는 "헌정질서 회복과 국민주권확립, 정의로운 국가건설"에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시민사회와의 적극 연대를 위한 무대설치와 그 결합의 현장을 국회는 제공해야 한다. 시민사회가 그런 공간이 독자적으로 없어서가 아니라, 정치권이 이러한 요구를 자신들의 공간에 담아내라는 뜻이다.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시민들이 주도한 오늘의 시민혁명이 완성될 수 있도록, 법적 권한을 독과점하고 있는 제도정치권이 시민권력 창출의 자리가 만들어지는 일에 협력하는 것만이 이것을 이루어낼 수 있는 열쇠이다. 말은 시민사회와의 연대라고 하면서 시민사회의 상층부와만의 대화로 그 범위를 제한한다든가 아니면 형식만 갖추려 든다면 그것은 결코 시민사회와의 적극 연대가 아니다.

시민 권력의 창출과 그 동력은 과도정부를 만드는 작업을 포함해서 향후 제7공화국의 수립을 위해서도 매우 긴요하다. 따라서 시민권력 창출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논의되고 즉각 가동되도록 해야 한다. 지난 주말 시민청에서의 "시민평의회 토론"은 그 하나의 보기이며, 시민혁명을 깃발로 내걸고 모이는 시민혁명 위원회를 위한 여러 분산된 모임이나 기존의 일정한 대표성을 가진 시민회의 또는 원로 등을 총망라해서 대대적인 시민회의 비상시국대회 등이 도처에서 지속적으로 펼쳐져야 한다.

시민혁명의 최대과제

국회가 이 시민권력 창출을 위한 현장으로 개방되고 여기서 광장의 정치와 제도권 정치의 새로운 결합, 대의민주제와 직접민주주의의 결속을 이루어내는 것은 이번 시민혁명의 최대 과제이다. 정치권에게 시민혁명의 열매를 독점시키지 않겠다는 것은 민심의 분명한 태도이다. 야 3당도 자신들의 정치적 주도권만을 내세우지 말고, 시민사회와의 적극 연대 정도의 수준을 넘어서서 시민혁명을 완성시키기 위해 함께 하는 자세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번 사태는 단지 박근혜의 축출로 끝날 수 없다. 이미 밝히진 대로 재벌과 권력의 유착으로 생긴 비리와 부패를 청산하고 응징하는 작업, 이들의 유착에 따른 노동자들의 희생을 구조적으로 막는 일, 검찰 개혁, 언론개혁을 비롯해 교육과 문화정책의 뿌리를 완전히 도려내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남북관계의 정상화와 동북아시아 평화를 확보하는 일은 물론이요, 진정한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선거제도의 개혁 등 할 일이 태산이다.

광장에서 울려 퍼지는 "박근혜는 퇴진하라"에 담긴 함성은 박근혜로 압축되는 민주주의 파괴행위와 세력에 대한 심판일 뿐만 아니라, 바로 이러한 목표를 향해 함께 진군하는 시민혁명 시대를 여는 일이기도 하다. 혁명은 몇 년도 모월 모일 뭔가 폭발력 있는 사건이 터진 것을 의미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종의 영구혁명적 동력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지속가능해지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자신들이 살아가는 자리에서 더는 억울함이 없고 더는 부당하게 희생되지 않는 희망을 만드는 것이 우리 모두의 꿈이라면, 시민혁명은 정당하다. 우리 모두가 나서는 이 시민혁명의 열매는 따라서 모두의 것이다.

우리는 지금 시민혁명 전선의 최선두에 서 있다. 11월 26일, 우리는 더 강하고 힘차게 총집결할 것이며, 혁명은 일상이 될 것이다. 2016년 시민혁명은 반드시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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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미국 진보사학의 메카인 유니온신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동화독법>, <잡설>, <보이지 않는 식민지> 등 다수의 책을 쓰고 번역 했다. 프레시안 창간 때부터 국제·사회 이슈에 대한 연재를 꾸준히 진행해 온 프레시안 대표 필자 중 하나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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