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조7000억 원대 규모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사업 인허가 비리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지 하루만에, 부산지검이 칼을 뽑아들었다.
이 사건에 대해 청와대는 16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이영복 회장의 부산 엘시티 비리 사건과 관련하여 천문학적인 액수의 비자금이 조성되어 여야 정치인과 공직자들에게 뇌물로 제공되었다는 의혹"이라고 규정했다. 수사 가이드라인이다.
일단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임관혁)이 17일 엘시티 사업 시행사인 청안건설 이영복 회장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 그리고 최 씨의 언니 최순득 씨 등이 함께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 '억대 친목계' 계주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 회장은 최 씨와 함께 매월 1000만 원 이상의 곗돈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최 씨를 겨냥한 듯 보이지만, 청와대가 "여야 정치인과 공직자"를 특정한 만큼 이 사건의 불똥은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핵심 친박계 인사들은 물론, 비박 진영 유력 정치인에 야당 정치인까지 연루돼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2012년 대선 자금'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간 숱한 수사를 받아온 과정에서 단 한번도 정관계 로비와 관련해 입을 열지 않았던 이영복 회장의 '입'이 이번에 열리게 될지 주목된다.
정윤회 문건 허위 결론 내린 '우병우 라인'이 엘시티 수사
박 대통령이 직접 수사를 지시한 만큼, 이 사안은 청와대가 직접 보고를 받으며 챙겨볼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에는 최재경 민정수석이 있다.
특이한 점은 이 사안 수사 검사가 '우병우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부산지검 임관혁 특수부장은 지난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정윤회 문건 사건을 수사했으며, 정윤회 문건을 허위로 결론내렸다. 당시 수사 결과는 쉽게 말해 '비선 실세란 없다'는 것이었다. 최순실 씨 등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쥐어 준, '소방수' 역할을 했을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임 부장은 이후 그간 관례와 다르게 특수1부장으로 옮겨 서울중앙지검 부장직을 한번 더 맡았고, 올해 1월 검찰의 주요 수사 인력 '하방 인사 원칙'에 따라 부산지검 특수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를 두고 특혜를 받았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부산 지역 언론인 <국제신문>은 이날 "임 부장검사가 올해 부산으로 내려오자 법조계에서는 '엘시티가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임 부장검사는 15년 전 이영복 회장이 연루됐던 다대·만덕 인허가 비리 사건 수사에 참여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시작된 엘시티 사업의 인허가 등은 대부분 이명박 정부 시절에 벌어진 일이다. 이와 관련해 친이계 측 인사가 연루됐다는 말도 파다하다. 나아가 2012년 대선 자금 수사로까지 넓혀질 수도 있다.
이때문에 검찰의 칼끝이 과연 어디로 향하는지 정치권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을 공론화시켰던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김기춘 헌정파괴 게이트, 엘시티 이영복 게이트는 모두 청와대와 통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이 사건 수사 초점이 청와대와 친박계에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박 진영의 유력 정치인이자 부산 지역의 대표 정치인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시점에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그런 (엘시티 비리 수사) 지시를 내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대표는 "대통령이 아마 엘시티 관련 부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한쪽의 주장에 대해 관련이 없다는걸 강조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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