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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물먹은 한나라, 열패감으로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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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물먹은 한나라, 열패감으로 '부글부글'

입각은 '제로'…명단은 최고위원회의 도중 전화 '통보'

19일로 일단락된 개각과 권력기관장 인사는 '마이 웨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2년차 구상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이에 대해 민심과 야당의 반응은 '심드렁한 수준'에 불과하지만 입각은커녕 개각 내용조차 제대로 통보 받지 못한 한나라당은 분노와 열패감에 휩싸인 분위기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적어도 대통령이 소속된 집권당의 요구를 이렇게 묵살한 것을 보며 국민들의 목소리는 얼마나 심하게 귀를 닫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고 비꼬았고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그런 비아냥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다녀온 이후에도 개각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박희태 대표는 고개를 숙였고 홍준표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가까운 안경률 사무총장을 지목해 "실세 사무총장이 역할을 똑바로 하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

이런 식이면 2월 초로 예정된 청와대 중진 의원 회동이나 곧 열릴 인사청문회에서 '폭발'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너나 할 것 없이 물먹은 당 지도부

▲ 19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 지도부는 힘빠진 기색이 역력했다ⓒ연합뉴스
1월 개각설이 제기된 이후 박희태 대표를 비롯해 친이 진영 인사들은 정치인 입각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해왔다. 안상수 의원은 "서너 명 이상의 의원이 내각에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공성진 최고위원 역시 "정권을 출범시킨 '주인의식'이 있는 정치인들이 내각의 주요 부분을 맡아줘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친박 진영은 자파 인사들의 입각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었지만 정치인 입각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같은 설왕설래는 김칫국 마시기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오전 청와대 회동에서 '정치인 입각 없음'외에는 개각 내용도 파악하지 못하고 온 박희태 대표는 이어진 최고위원회의 도중에 걸려온 청와대 전화를 통해 내용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회동에서도 '정치인 입각'을 건의했다고 한다. 개각의 컨셉과 내용이 사실상 다 정해진 이후에도 계속 뒷북을 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고성까지 터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안경률 사무총장을 향해 "개각이나 이런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 당과 청와대 사이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누구냐"면서 "맨날 청와대 혼자 나가고, 여당은 끌려가고 있다"면서 "실세 사무총장이 역할을 똑바로 하라"고 호통을 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날 "당에서 잘 훈련된 분들이 정부에 들어가 당·정 간 팀워크를 이뤄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던 안 사무총장 역시 '물 먹은' 인사에 불과하다.

홍 원내대표는 "인선 과정은 둘째치고라도 당 대표나 나중에 청문회를 진행하는 원내대표에게는 결정되고 나면 기자들에게 듣기 전에 통보가 와야 된다"면서 "언제부터 여당이 이랬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는 것.

공성진 "서운할 것 없다"

개각 단행 이후 친이 직계의 일부 의원들은 애써 청와대를 엄호했다. 자신이 정치인 입각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공성진 최고위원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정무적 판단도 중요하지만 경제 위기가 사회 혼란으로 연계될 수 있기 때문에 (개각과 관련해) 역량을 중시해서 위기 극복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면서 "정치인 입각이야 나중에 이뤄질 수 있는 것 아니냐. 서운할 것 없다"고 청와대와 코드를 맞췄다.

친이직계로 분류되는 수도권 초선 의원도 "이번에야말로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개각이 이뤄져야 하는 게 맞다"면서 "정치인 입각은 여의도의 논리고 정치인이 입각한다고 해서 과연 정무적으로 더 나아지겠느냐. 이번에야말로 이명박 식으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들도 '절차'문제에 대해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친이 진영의 또다른 의원은 "정치인들이 입각을 할 수도, 안 할수도 있다. 그건 인사권자의 의중에 달린 문제다"면서도 "'이러이러하니 이번엔 안 되고 이런 식으로 컨셉을 잡겠다'에 대한 사전 설명과 논의가 있었으면 누가 뭐라 그러겠냐"고 개탄했다.

친이직계가 아닌 경우 개각 내용 자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더 높았다. 어떤 의원은 아예 "말해도 소용없는데 말해 무엇하겠냐"고 입을 다물었다.

당청분리 시절보다 못한 당청관계

당청분리가 공식화됐던 참여정부 시절에도 "청와대가 여당을 무시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5년 내내 나왔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임기 말을 제외하곤 7인 모임, 8인 모임 등 당정청 수뇌부의 소통기구를 운용하며 의견을 조율했다.

오랫동안 열린우리당 대변인을 지냈던 인사도 "밖으로는 많이 삐걱거린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때는 청와대 대변인실하고 당 대변인실은 일주일에 한 번은 회동을 해서 일정과 컨셉을 조율했었다"면서 "그래야 메시지 관리가 된다. 지금 정권에도 아마 그런 구조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이날 "한나라당에서 당청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정무력이 배가되어야 한다고 한나라당 출신 의원들의 입각을 강력히 요구했다지만 한마디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었다"고 비꼬았다.

최 대변인은 "한나라당 의원들도 더 이상 입각에 목매 충성 경쟁하는 일을 자제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할 것이다"고 '충고'했다.

여당(與黨)은 'Government Party'의 번역어로서 '정부와 함께(與)하는 정당'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그 정의에 들어맞는지는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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