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은혜 부대변인은 "이 시점에서 한상률 국세청장의 사퇴서를 공식이든, 비공식적으로든 접수받은 게 없다"고 밝혔다. "구두로 사의표명을 해오지는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김 부대변인은 "없었다"고 말했다.
'4대 기관장' 물갈이 기류와 맞물려 조직 내부의 사퇴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의 경우에도 사의를 표명한 일은 없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
한 청장도 언론 보도를 강력 부인하고 나섰다. 한 청장은 이날 국세청 대변인을 통해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없으며 표명할 계획도 없다"며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흔들림 없이 국세행정을 운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 '그림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한상률 국세청장이 일본방문을 마치고 지난 13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뉴시스 |
'학동마을'이 끝이 아냐…"당시 국세청에 모두 5점의 그림 전달"
하지만 그림 로비에 이어 이상득 의원 측근들과의 골프 로비 의혹이 불거지는 등 파문이 확산일로를 내달리고 있어 한 청장의 자진사퇴는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실제 사정당국은 한 청장이 전군표 전 청장에게 그림 '학동마을'을 전달한 시점에 국세청에 전달된 그림이 '학동마을' 1점뿐 아니라 모두 5점이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사실확인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동마을'을 그린 고(故) 최욱경 화백의 20주기 회고전이 열린 지난 2005년 5월~7월 이후 '학동마을'을 포함한 5점의 그림이 국세청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
<연합뉴스>는 이날 사정당국 고위 관계자 등을 인용해 "모처로부터 국세청에 유입된 그림 5점은 국세청장이 아니라 당시 국세청의 실세인 A씨에게 전해졌으며 A씨가 이 중 일부를 부하들에게 나눠줬다는 것이 사정 당국이 입수한 첩보의 핵심"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림로비 의혹'에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지인, 이 대통령의 동서 등 친인척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여권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단 청와대가 표면적으로는 "진상규명이 먼저"라는 입장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의혹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한 청장이 자진사퇴함으로써 '털고 가는 모양새'를 만드는 것이 선택가능한 유일한 돌파구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게다가 한상률 파문이 경찰청장, 국정원장 등 교체설이 나도는 다른 권력기관장 교체 문제와도 연동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인사 파동에 휘말릴 소지도 다분해 보인다. 이미 권력기관장 교체와 개각을 앞두고 'TK인사'니 '형님개각'이니 하는 말들이 거론되고 있고 관가에는 각종 투서가 난무하는 등 복마전으로 흐를 조짐이 다분하다.
'자진사퇴'에 무게 싣는 한나라 "후속조치 취해질 것"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한 청장의 자진사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역력해 졌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한상률 국세청장에 관해서는 사실관계표명에 필요한 후속조치가 곧 취해질 것"이라며 "어떤 경우든 국세청이 비리 없고 세금을 똑바로 걷는 기관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자진사퇴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윤 대변인은 "국세청이 진정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기관으로 거듭 태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야당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이 거론되고 있는 대목을 집중 공략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한 청장이 사표를 들고 흔들기 전에 포항에서 골프채를 들고 무엇을 했는지 분명히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며 "현직 국세청장이 포항까지 내려가 골프치며 대통령 친인척을 만난 진상 등이 밝혀지지 않으면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추가파문이 계속 불거질 가능성이 있어 청장을 전격 교체하기보다는 본인의 자진사퇴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하는데, 참으로 궁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라며 "한 청장에게 청와대마저 무슨 약점이라도 잡혀 있어서 이러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한 청장에 대한 추가 제보는 주로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관련 내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기업과 관련된 부패 의혹을 한 청장의 자진사퇴만으로 덮으려 한다면 이미 신뢰를 상실한 정부에 정경유착이라는 치명타까지 겹쳐져 정권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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