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오바마 지우기'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 100일 안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폐기할 것으로 공언한 가운데, 미국 의회도 TPP 비준 절차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고 백악관에 통보했고 오바마 대통령도 이를 더 진척시킬 방법이 없음을 인정했다.
TPP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칠레, 페루,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으로 지난해 10월 잠정 타결됐다.
오바마 정부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의 핵심인 TPP를 추진하며 올해까지 의회 비준을 계획했지만, 공화당의 반대로 진척을 보지 못했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자가 쐐기를 박은 만큼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한 축인 TPP가 현재 움직임대로 폐기된다면 중국에 전략적 이익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반면 TPP에 주도적이었던 일본은 다급해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7일로 예정된 트럼프 당선자와의 회담에서 TPP가 반드시 필요하고 미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트럼프 당선자가 '역사상 최악의 협정'이라고 낙인찍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캐나다, 멕시코와 우선 재협상을 하고, 재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취임 200일 안에 폐기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처럼 트럼프의 고립주의 성향이 빠르게 표면화되자 오바마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유럽 순방을 앞두고 그리스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안으로 향하려는 충동을 억제해야 한다"며 "그 대신 공통의 가치에 활력을 불어넣고 우리 국민이 누려 마땅한 번영과 안보를 이룰 정치·경제 제도를 확보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정권 인수팀은 오바마 대통령의 치적 중 하나이자 강력한 금융규제를 골자로 하는 '도드-프랭크법' 폐기도 공식 선언했다.
도드-프랭크 법은 금융시스템 관리를 강화하고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 재연을 막기 위해 2010년에 도입된 법안으로 대형 금융회사들에 대한 규제 및 감독 강화, 소비자 보호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 법이 폐기되면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이었던 월가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한 상업-투자은행 분리 정책이 7년 만에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인수팀은 "도드-프랭크 법안을 실행한 지 6년이 지나도록 미국은 대공황 이후 가장 느리고 미지근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케어(건강보험개혁법)'도 사실상 대폭 후퇴가 불가피해졌다. 트럼프는 다만, 환자의 건강 상태를 이유로 보험회사가 보험적용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고, 부모가 가입한 보험으로 자녀가 수년 동안 추가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한 2개 조항은 존속시키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오바마 케어를 폐기할 경우 2500만 명이 의료보험을 잃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가 예상돼 당장은 부분 존치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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