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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모든 교육은 온통 대학 입시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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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모든 교육은 온통 대학 입시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김상균 교수의 ‘대학의 미래-교육혁신에서 길을 찾다’] ②외국대학의 강의실은 놀이터로 변신 중

외국대학의 강의실은 놀이터로 변신 중

최근 몇 년간 창업, 기업가정신을 교육하는 프로그램들이 국내 대학에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기업을 만들고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지식인 법률, 행정적 절차를 가르치거나 기업가에게 필요한 역량인 창의력, 목표의식, 의사소통능력, 협업능력, 도덕성 등을 키우는 과정이다.

법률, 행정적 절차는 잘 정리된 도표를 보고 교수의 설명을 들으면 쉽게 이해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뒷부분에 열거한 창의력, 목표의식 등의 교육방법에 있다.

필자가 목격한 프로그램 중에서 창의력을 가르치는 최악의 사례는 대략 이렇다.

극장식 강의실에 백 명이 넘는 학생이 앉아있다. 한명의 교수가 대형 스크린에 창의력의 중요성·학술적 정의, 창의적인 사람의 특징, 창의적으로 개발된 제품 사례 등을 두 시간 연강으로 설명한다.

중간에 학생들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끌어보기 위해 창의력이 있어야 풀 수 있는 간단한 퀴즈를 서너 개 보여준다.

나는 이런 강의의 목표가 궁금하다. 강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창의력이 높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인지, 아니면 창의력을 연구하는 학자로 만들고자 하는 것인지 말이다.

목표가 후자라면 일면 수긍이 되지만 전자가 목표라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방식이다.

이런 형태의 교육은 파잔(Phajaan)과 다를 바 없다. 파잔은 코끼리를 길들이는 잔혹한 학대 행위를 뜻한다. 태어난 지 2~3년 이내의 아기 코끼리를 좁은 울타리에 가두고 학대하는 방식이다.

코끼리의 야생성을 제거해서 사람의 말에 순종하게 만드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50%정도의 아기 코끼리가 사망한다고 한다.


▲사진 1: 파잔을 당하고 있는 아기 코끼리. ⓒCalfune 트위터

우리 대학의 학생들은 대학에 입학하기 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이미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파잔을 당한 셈이다.

앞서 열거한 기업가의 역량인 창의력, 목표의식, 의사소통능력, 협업능력, 도덕성 등은 대학을 들어오기 전에 이미 말살된 상태이다. 일부 특화된 고등학교를 제외하고 모든 교육은 대학 입시에 맞추어져 있다.

하나의 답을 고르는 훈련과정에 창의력은 필요하지 않고 수능 고득점만이 목표인 상태에서 개인별 목표의식은 설 자리가 없다.

주입식 교육을 받고 혼자 답을 외우는 과정에서 의사소통은 불필요하며 같은 반 학우가 상대평가의 경쟁자인 상태에서 협업은 사치이다. 성적만으로 학생의 가치가 평가되는 교육환경에서 도덕성은 교과서 속 개념일 뿐이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이렇게 창의력, 목표의식, 의사소통능력 등이 파잔된 학생들을 다시 울타리에 가둔 채로, 그러한 역량을 키우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서글프게도 이러한 교육방식에 대학생들은 크게 반발하지 않는다. 이미 그들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방법이며 그들이 경험한 유일한 학습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이런 방법으로 창의력, 목표의식, 의사소통능력 등을 키울 수 없다는 진실을 깨닫고 변화를 추구하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외국 유수 대학의 움직임을 소개한다.

미국 UC버클리(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에서 운영 중인 기업가정신 프로그램은 게이미피케이션을 이용해 설계된 교육과정이다.

기업가에게 필요한 역량을 나눔의 정신, 소통능력, 도덕성, 도전정신 등의 10개 항목으로 나누고 각 항목을 익히기 위한 게이미피케이션을 제공하고 있다.

예로 소통능력과 협업능력을 키우기 위해 팀을 둘로 나눠 음성통화로만 소통하며 캠퍼스 내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을 즐긴다. UC버클리는 이 프로그램을 작년 가을부터 운영하고 있다.


▲사진 2: UC버클리의 게이미피케이션기반 기업가정신 프로그램. ⓒUC버클리

독일 켐프텐대학은 소프트웨어공학 교과목에서 eMgage(Extended Mobile Gaming Education)라는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다.

학생들의 학습 성취도에 따라 포인트를 부여하고 리더보드에서 현황을 보여주며, 우수한 성과를 내거나 열심히 참여한 학생들에게 뱃지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독일 하노버대학은 소프트웨어프로젝트 교과목에서 학생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게임과 같은 목표설정 및 경쟁구조를 제공한다. 게이미피케이션 적용 후 학생별 참여수준이 76%나 상승하는 효과를 얻었다.

▲<사진 3: 하노버대학의 팀피드 게이미피케이션. ⓒLeif Singer

영국 체임벌린대학의 간호학과는 각종 4천여개의 의학적 상황, 3백여 개의 약물 및 가상 환자에 대한 체험이 가능한 게이미피케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4: 간호학에 게임을 접목한 체임벌린대학. ⓒ체임벌린대학

영국 코벤트리대학 경영학과에서는 공급망관리 교과목에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하고 있다. 한 학기 동안 이어지는 게임으로, 매 수업마다 학생들은 공급망을 관리하기 위한 전략수립과 의사결정을 한다.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않고 결과를 엑셀로 취합해 게임을 진행한다. 게임 속 가상의 공급망에 대한 운영성과는 주차별로 집계돼 리더보드의 형태로 학생들에게 제공된다.

▲사진 5: 코벤트리대학의 공급망관리 교과목 수익 리더보드. ⓒ코벤트리대학

이밖에도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과의 HCI교과목, 미시건대학 정보학과의 200명 대상 개론과목 등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이 다양하게 접목되고 있다.

북미와 유럽지역의 대학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학문영역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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