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국가발전을 위하고 또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내놓은 이 법안들이 지금 국민에게 오히려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는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 안팎의 강경 보수 세력들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나섰다.
조갑제 "촛불집회 때도 친북좌익 편들더니"
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은 지난 5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박근혜 의원이 5일 예상했던 대로 국회 폭력 점거 사태에 대하여 한나라당과 민노당-민주당을 다 같이 비판하는 양비론을 폈다"며 "민노당과 민주당이 폭력으로 국회 의사 진행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범법 행위이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한 분노가 없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국민들은 박 의원이 촛불난동 사태 때에도 불법폭력 시위대보다는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졸속 협상을 더 비판했을 뿐 아니라 친북좌익세력이 주동한 촛불난동을 이념적으로 보면 안 된다는 말을 한 것을 잘 기억한다. 그의 팬 클럽인 박사모는 한때 촛불시위에 가담하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조 전 사장은 "선악 구분과 불법성이 확실한 상황에 대한 양비론은 결과적으로 악과 불법을 편드는 것이 된다"며 "북한정권과 대한민국 사이에서 양비론을 펴면 결과적으로 북한정권 편을 드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까지 말하기도 했다.
조 전 사장을 '가장 존경하는 언론인'으로 꼽고 있는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그는 "오늘 낮에 지역의 원로어른들을 모시고 간단한 점심을 했다"며 "여야대화니 국민통합이니 거창한 소리할 것 없이 '당 안이나 좀 하나된 목소리를 내달라'는 국민들의 절박한 요구가 화살처럼 쏟아진다"며 박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그는 "하기는 요즘 172석이니 거대여당이니 하는데, 한나라당 172석이 아닌 것 같다는 확실한 의심이 있다. 한 지붕 아래 두 가족이니까"라며 "숫자야 뭐, 100대 70? 아니면 거꾸로? 그 반대 70대 100? 복잡하지만, 문제는 '172석 아닌 것이 분명하다'고 결론내린 국민들의 시선이다. 마치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선진과 창조모임'처럼, 한나라당이 물과 기름 같은 '친이와 친박모임'처럼 되버렸다는 따가운 시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동아>, "한나라당 '민생법안'이 우리당 '4대악법'과 같다니"
이들 뿐 아니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적전분열'을 경계하며 박 전 대표에게 맹공을 가했다.
<조선일보>는 6일 자 사설을 통해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현실의 진흙탕 정치를 이미 벗어버린 국가의 원로, 세속의 이해 다툼을 멀리 초월한 종교지도자의 냄새가 물씬 나는 지당한 이야기"라고 비꼬았다.
이 신문은 "박 전 대표가 5개월여 만에 이례적으로 당 회의에 참석해 겉으로 보면 여야를 모두 탓하는 양비론에 가깝지만 사실은 자신의 마음속 저울은 한나라당이 더 문제라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라며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을 양분한 집권당 최대 계파를 이끄는 현실 정치인이지 국가 원로도 종교 지도자도 아니다. 박 전 대표는 국민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명쾌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게 좋겠다"고 압박했다.
<동아일보>도 이날 사설을 통해 "박근혜 전 대표는 또 어떤가. 그는 5일 '한나라당이 내놓은 법안들이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준다. 당 대표 시절 열린우리당이 4대 악법을 내걸고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강행처리하려 했다'고 말했다"면서 "한나라당의 '경제살리기' 입법을 노무현 정권의 좌파 코드 '4대 악법'과 동일시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국회의 기능마비로 민생과 경제가 얼마나 더 어려워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거나 관심도 없단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신문은 이날 사설을 통해 방송법 등을 강행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웰빙정당'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이날 예정된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이들 강경보수파의 목소리가 반영되 박 전 대표에 대한 공세가 진행될 지도 관심사다. 이같은 경우 친이-친박 갈등은 급격히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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