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30일 신년 화두로 "위기를 맞아 잘못을 바로 잡고, 나라를 바로 세우다"라는 뜻의 '扶危定傾(부위정경)'을 선정해 발표했다.
'부위정경'은 <주서(周書)·이기전(李基傳)>의 "태조 부위정경, 위권진주(太祖 扶危定傾, 威權震主 : 태조가 위기를 맞아 나라를 안정시켜 그 위엄과 권위가 왕을 두렵게 하였다)에서 유래한 것. 청와대 측은 정범진 성균관대 전 총장의 추천으로 '부위정경'을 신년 화두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지금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뜻에 가장 잘 부합한다고 판단해 이를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단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지만, 각종 'MB법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 등을 감안하면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일종의 '마이웨이'를 선언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폭정은 반드시 심판"→"해마다 풍년"→"나라를 바로 세우겠다"
이 대통령은 본격적으로 대선행보를 시작한 이래 매년 사자성어를 발표하고 새해 포부를 밝혀 왔다.
지난 2006년 말에는 "폭정은 반드시 하늘의 심판을 받는다"는 의미의 '한천작우(旱天作雨)'를 '대선의 해'인 2007년의 사자성어로 제시했었다. 좌파정부 척결을 대선 이슈로 띄워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일견 아귀가 맞는다.
당시 한 측근은 "하늘은 군주의 정치에 대해 분명한 시비를 가린다. 폭정에 대해서는 엄중한 벌을 내리며, 그 벌은 백성이 내리지만 결국 하늘의 뜻이다. 어지러운 세상이 계속되고 백성의 도탄이 지속되면 하늘은 백성의 뜻을 살펴 비를 내린다"라고 '한천작우(旱天作雨)'의 뜻을 풀이한 바 있다.
그러나 작년 연말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던 이 대통령은 "화합의 시대를 열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는 뜻의 '시화연풍(時和年豊)'을 2008년의 사자성어로 선정했다. 어느 해보다 극심한 사회갈등과 경제위기를 경험한 현실과는 동떨어진 포부였던 셈.
과연 이 대통령이 2009년 '부위정경'의 화두대로 위기를 극복하고 위엄과 권위를 얻을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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