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일 대국민 담화문을 낭독하고 '최순실 국정 농단'을 놓고 두 번째 사과를 했다. 하지만, 야당의 반응은 싸늘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별도의 특검에서 수사받고 국정에서 손을 떼지 않으면 "정권 퇴진 운동에 들어가겠다"는 최후통첩까지 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절망적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국기를 문란시키고 국정을 농단했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그저 개인사로 변명했다. 국정을 붕괴시킨 뿌리가 대통령 자신임을 조금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는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고 있다"고 맹비판했다.
추미애 대표는 "지금은 수습이 아니라 대수술이 필요한 때"라며 두 가지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야당이 요구하는 별도의 특검과 국정 조사를 받아들이고, 대통령이 그 수사에 응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권력 유지용 일방적인 총리 후보 지명을 철회하고,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고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수용하라"는 것이다.
추미애 대표는 "이러한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저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정권 퇴진 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했지만, 비록 조건을 달긴 했어도 추미애 대표가 직접 나서 '정권 퇴진 운동'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당도 싸늘…"근본 진단 잘못, 3번째 사과해야"
국민의당의 첫 반응 역시 부정적이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같이 박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를 생중계로 지켜본 후 "물론 진지하게 말씀하신 내용도 있지만, 저 정도 가지고 국민의 마음을 풀어줄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는다"며 "저는 3번째 사과도 곧 나오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 '저 자신도 검찰 수사에 임할 것이고 특검 수사도 수용하겠다'고 말씀하신 것은 잘 하셨다"면서도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을 위해서 추진한 일인데 결과가 나쁘다? 이것은 국민의 가슴에 비수를 댄 만큼 아프게 느꼈다. 어떻게 '최순실 사단'과 '안종범 사단'이 대기업 발목을 비틀어 돈을 걷은 일이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을 위한 일이냐. 국민은 아무도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도 "좋은 뜻으로 하려고 했는데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겨서 안타깝다?"라며 "(그게 사건의 본질이었으면) 국민은 아마 거리에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국민은 소중한 주권을 대통령에게 위임했는데, 그 권한을 위법적으로 최순실과 그 일당에게 나눠준 것(이 본질)"이라고 부연했다. 김 의장은 "여야에 진정으로 협력을 구하려면 대통령이 초당적 위치에 서야 한다"며 "새누리당 탈당 등 국민·언론의 요구가 (대통령 담화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는 지적도 했다.
박지원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질의 응답 없이 담화문만 발표하고 퇴장한 회견 형식에 대해서도 "청와대 출입 기자들에게 국민이 묻고 싶은 얘기를 좀 듣고, 여기에 좀 진지한 해명을 해줬으면 했는데 아직도 대통령의 스타일이 안 바뀌었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위원장은 여야 영수회담 전망 등에 대해서는 일단 이날 오후로 예정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청와대 측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어 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추미애 대표도 '영수 회담'에 대해서는 "(특검 수용, 2선 후퇴 등 요구 사항을) 수용하는지 보고 논의하겠다"며 부정적인 뜻을 피력했다.
심상정 "박 대통령 하야 촉구 범국민 대책 기구 제안"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책임 회피 담화문을 국민은 절대 수용하지 않는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해야 할 유일한 책무는 하야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상정 대표는 "오늘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했어야 할 첫 번째는 국민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소상히 이실직고하고, 대통령으로서 그 책임을 분명히 인정하는 것이어야 했다"며 "그런데도 대통령이 직접 챙긴 불법을 최순실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며 발뺌했다. 국민 무시 국회 우롱 개각에 대해서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대표는 특히 "제 정당과 정치 지도자, 시민 단체, 국민이 참여하는 범국민 대책 기구를 제안한다"며 "저는 오늘부터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헌정 질서 회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구성을 위해서 모든 사람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박지원, 심상정 대표는 오는 5일 예정된 고 백남기 농민의 '공동장례위원장'으로 장례식에 참석한다. 5일에는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다. 야당 의원들이 장례식장 참석 후 대거 집회에 참석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국은 더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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