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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책임총리? 대통령 답변은 생각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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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책임총리? 대통령 답변은 생각 안나"

기자회견 도중 울먹이기도…국민의당 내분도 소상히 밝혀 반발 예고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 총리 권한을 달라"고 건의했다고 밝혔으나, 당시 박 대통령의 답변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김 내정자는 3일 오후 2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유보했던 총리직 수락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 내정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지난 10월 30일 독대해 총리직을 제안받았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달력을 봐야 한다. 일주일 전쯤"이라고 말했다. 이날에 "지난 토요일 독대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대통령과 만난 날짜조차 정확하기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김 내정자는 대통령과 무슨 대화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대통령과 대화를 어느 정도 했느냐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일일이 설명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제가 (대화를) 나눈 것은 경제, 사회 부분에 있어서는, 그것은 제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에게 전부 맡겨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답변이 뭐냐"는 질문에 김 내정자는 "대통령의 정확한 워딩(발언)은 생각나지 않지만, 대통령이 동의하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김 총리의 '책임 총리' 건의에 동의했는지 여부조차 본인의 추정으로 결론을 얻은 셈이다.

본인 스스로 엄중한 시기로 규정했으면서, 그 엄중한 시기에 총리직을 제안받은 배경에 대해 얼버무리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의 당부 발언조차도 언론에 공개할 수 없는 수준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내정자가 기자회견을 열기에 앞서 정진철 청와대 인사수석은 국회 예결위에 출석한 자리에서 "보도에 나오는 대로 내치는 총리, 외치는 대통령이 하는 식의 구분이 현행 헌법에서는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었다.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나 '책임 총리' 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태도다.

이 같은 지적이 나오자 김 내정자는 "아마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 후 "형식적인 차원에서 대통령이 완전히 결재권도 행사할 수 없는 그런 상태로 가는 게 아니다. 입법안, 법률안 낼 때는 대통령 서명이 있어야 하고, 각료 임명도 (대통령) 서명이 있어야 한다. 이원집정부제 형태의 법률적 권한을 다 가지는 형태의 총리가 될 수 없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김 내정자는 이날 국정교과서 추진에 "저는 국정교과서라고 하는 것, 교과서 국정화가 우리 사회에 합당한 것인가,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김 내정자는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규정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이 있다. 저는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조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다만 국가 원수인 만큼 그 절차나 방법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가능하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것으로,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 탈당 문제에 대해 "이 문제는 일차적으로 대통령과 여당의 문제"라고 사실상 탈당 반대 의견을 밝혔다. 김 내정자는 "헌법적 권한 행사를 통해 국무총리와 여야 협치 구도를 만들면 대통령의 당적 보유 문제가 크게 완화되리라 생각한다"고까지 말했다.

다만 김 내정자는 "하지만 이 문제가 지속적으로 국정 발목 잡는 경우 국무총리로서 대통령 탈당을 건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수준의 입장을 추가했다.

김 내정자가 박 대통령과 독대해 총리직 제안을 받은 날은 지난달 30일이다. 김 내정자가, 박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던 이날은 대통령에 대한 '하야' 여론이 정점을 찍었던 상황은 아니었다. 게다가 30일 이후, 나흘 동안 김 내정자는 박 대통령과 대화를 전혀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입장 발표를 하루 뒤로 유보한 이유도, 청와대와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여전히 박 대통령은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고, 김 내정자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 다수인 야당이 반대하면 현재 구조상 국회 인준을 통과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기자의 지적이 나오자 김 내정자는 "이해를 구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그러고도 저를 받아주지 않으면 당연히 그대로 (총리직 낙마를) 수용하겠다. 두말없이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수용했다 뒤엎은 과정 설명하며 국민의당 내분 소상히 밝혀

김 내정자는 국민의당의 어수선한 상황을 소상하게 언급해 반발을 예고하기도 했다. 총리직 제안이 오기 전, 김 내정자는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직을 제안 받았다. 안철수 전 대표가 김 내정자를 설득해 수락을 받고 당내에 통보까지 했었다. 그러나 김 내정자는 이를 걷어차고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직을 택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구겨진 상황이다.

김 내정자는 관련해 "수용 (이야기가) 나오다가 결국 또 호남 중진들께서 반대를 강하게 했다. 그래서 (내가) 못 받아들이겠다고 했고, 그러는 사이에 당내가 조용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는 과정에 그리고 제가 (비대위원장 수락 여부) 최종적인 결심을 해야 하는 단계였는데, 그 단계에서 제가 총리직 제안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협치를 언급한 김 내정자가, 야당을 향해 본인의 문제 때문에 발생한 일임에도 "당내가 조용하지 않다"고 언급한 셈이다.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영입을 수용했다 거절한 후, 마땅한 변명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대를 고려하지 않고 행한 발언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이날 기자회견 도중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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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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