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포츠 재단이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도움을 받아 검찰 수사 위기에 처한 롯데 그룹으로부터 70억 원을 받아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하지만 정작 롯데가 검찰 수사를 피하기 어렵게 되자, K스포츠 재단은 최순실 씨의 지시로 돈을 돌려줬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롯데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것을 K스포츠 재단이 미리 알고 돈을 돌려줬다는 것인데, 이 사실을 알려줄 사람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밖에 없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K스포츠 재단이 롯데로부터 70억 원을 모금했다가, 롯데에 대한 압수수색이 들어가기 열흘 전에 70억 원을 돌려줬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검찰이 K스포츠 재단에 (롯데를 압수수색할 계획을) 알려줄 수는 없으니, 이를 알려줄 사람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재벌에 대한 핵심 수사 정보까지 K스포츠 재단에 보고해서 돈을 돌려주게 만드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믿을 수가 없다"며 "돈을 모금한 K스포츠 재단이 왜 그 돈을 돌려주겠다고 했겠나. 돈을 받을 적에 롯데(에 대한 검찰 수사)를 봐주겠다고 보장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롯데가 체육 인재 육성 사업과 관련해 건설비의 절반인 35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의사가 있다'고 적힌 K스포츠 재단의 내부 문건을 이날 공개했다. K스포츠 재단 관계자는 지난 3월 17일 롯데그룹 임원들을 만나 재단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자금 지원 의사를 확인받았고, 롯데와의 면담 전후로 최순실 씨와 안종범 수석으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안종범 수석은 "롯데와는 얘기가 잘 돼고 있는 거냐, (K스포츠 재단이 추진하는 사업은) VIP(대통령) 관심 사업"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K스포츠와 면담한 이후 롯데 측은 지난 5월 중순 지원하기로 한 금액을 두 배로 늘려 70억 원을 K스포츠 재단에 송금했다. 당시는 신동빈, 신동주 형제의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 그룹에 대한 검찰의 내사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K스포츠 재단은 지난 5월 말 롯데로부터 받은 돈 70억 원을 최순실 씨의 지시로 전액 반환했다. 검찰은 재단이 돈을 돌려준 지 열흘 뒤인 6월 10일 롯데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K스포츠 재단이 검찰 수사 위기에 처한 롯데 그룹의 약점을 잡아 70억 원을 모금했지만, 검찰 수사가 이뤄지기 열흘 전 검찰 수사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돈을 돌려준 것으로 보고 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모금 활동에는 안종범 수석이 관여했지만, 검찰 수사 정보는 우병우 수석이 넘겼으리라고 추측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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