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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 중증 환자들의 종합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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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 중증 환자들의 종합병동?

[함께 사는 길] 4대강 청문회를 열어라·②

<4대강 X파일>(호미 펴냄) 저자인 최석범 수자원 기술사는 지난 9월 19일 자 <강원일보> 칼럼에서 '4대강 실패를 인정하라'고 주장했다. 4대강사업은 사전평가도 없었지만, 사후에 사전보다 더 나쁜 수질을 초래한 실패작임에도 정부는 여전히 이 사업에 대한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담이지만, 최 기술사는 이명박 씨가 서슬 퍼런 권력을 휘두르던 시절 4대강사업의 문제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4대강 X파일>을 내고 외국으로 피신할 생각도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책이 덜 팔려서 그럴 일은 없었지만, 당시 수문학 전공자로서 4대강사업 반대 입장을 내기가 그만큼 쉽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사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4대강사업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고인 물이 썩는다'라는 것은 인류의 지난한 생존 과정에서 체득한 경험적 진실이자, 과학적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부정한 이들이 너무나 많았다. 전국의 수많은 토목공학 전공 교수 중에 단 세 명(대전대 허재영 교수, 가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 인제대 박재현 교수)을 제외하면, 대다수 전문가들은 'MB어천가'를 부르며 낯 뜨겁게 4대강사업을 찬동했다. 그 덕분에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강을 강이라 부르기 어려운 상태, 호수도 아닌 그저 독성 섞인 녹조로 가득한 저수지를 얻게 됐다. 22조 원이라는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서 말이다. 4대강사업으로 수질이 좋아진다고 했던 이들은 누구였으며, 그들은 현재 어떤 입장일까? 일말의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끼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 한 사람도 없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9년 4월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4대강 살리기' 합동보고대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자료사진

낙동강에서 취수하지 않겠다는 경상남도

최근 경상남도는 "낙동강 본류 취수 대신 댐을 건설해 경남 전역에 1급수를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도 산업 및 생활폐수 때문에 낙동강을 1급수로 만들기 어렵고, 상류 지역의 유해 화학물질 유출 사고에 취약하다"라는 것이 명분이다. 경상남도의 이번 발표는 다른 의도(대규모 토목사업 등)가 깔려 있지만, 어쨌든 현재의 낙동강 상태가 식수원으로 부적합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첫째, 4대강사업의 핵심 목적 중 하나는 수질 개선이었다. 4대강사업에는 22조 원이 투입됐고, 낙동강은 전체 금액 중 거의 절반가량의 공사비가 투입됐다. 4대강사업의 물리적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던 2011년 10월 이명박 씨는 "4대강이 생태계가 살아난 강으로 재탄생했다"며 성공을 선언했다. 지난해 1월 발간한 <대통령의 시간>(알에이치코리아 펴냄)이란 회고록에서는 "머지않아 우리 4대강이 되살아나 맑은 물이 가득 차 흐르는 것을 바라보면서 보람을 느끼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라고도 밝힌 바 있다. 경상남도의 이번 발표는 4대강사업의 효과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자, 이명박의 주장을 부정하는 것이다.

둘째, 경상남도는 4대강사업에 적극 찬성 입장이었다. 즉, 이명박 못지않게 경상남도 지역 정치인들은 4대강사업에 적극적이었다. 대표적으로 김태호 전 경남지사(전 새누리당 국회의원)는 대운하부터 4대강까지 광적으로 집착했던 인사다. 그는 2008년 12월 "낙동강은 죽은 강으로 방치돼 있어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더니, 2009년 6월에는 "낙동강에 직접 가보면 물에 손을 넣기 힘들 정도로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며 4대강사업을 강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4대강사업 이후 김 전 지사의 말은 현실이 됐다. 지금 독성 녹조로 썩어 가고 있는 낙동강이야말로 손을 넣기 힘들 정도로 절체절명의 상황에 부닥쳤다. 이에 대해 김 전 지사는 어떠한 해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2010년 6월 4대강사업을 반대하던 김두관 지사 때는 경상남도 내 시장, 군수들이 4대강사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그야말로 난리를 쳤다. 박완수 전 창원시장(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2010년 10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장·군수와 주민 의견을 무시한 채 국책사업 발목잡기 식으로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보를 설치해 수량을 확보하고 수문을 열어 물을 순환시키면 오염 문제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4대강사업 추진을 촉구한 바 있다. 현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갈지자 행보로 유명하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그는 이명박 후보에게 "식수원에 배 띄우는 나라가 어딨느냐"고 몰아세우면서 "대운하는 환경 대재앙"이라 반대했다. 그랬던 양반이 한나라당 대표를 거치면서 대운하와 다를 것이 없는 4대강사업에 대해서는 "수량을 풍부하게 해서 수질을 개선하자는 것"(2010년 5월)이라면서 4대강 찬동 인사를 자임했다. 최근 홍 지사는 녹조가 "4대강사업 때문이 아니다"라는 억지도 썼다.

전문가들의 곡학아세, 씻을 수 없는 참혹함

이명박 씨는 2009년 11월 공중파 및 케이블 방송에서 동시 생중계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수질 악화로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을 30~40년 전 기술로 이해하는 듯하다"면서 로봇물고기를 통해 수질 오염 여부를 상시 체크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로봇물고기는 사기극으로 밝혀졌지만, 이를 맹신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2009년 12월 <한국일보> 강병태 논설위원은 기명 칼럼을 통해 "정부는 수질 악화를 막는 여러 첨단 기술이 있다고 반박한다. 비교 자체가 잘못된 느낌이다. 4대강을 그냥 두면 물이 충분히 흐르고 수질도 낫게 유지되는지 의문이다"라며 정부 편에 섰다. 이에 앞서 미국 위스콘신대 박재광 교수는 2009년 7월 <문화일보> 칼럼에서 "(환경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반대 측의 환경에 대한 기우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4대강사업 후 지하수 수위 상승으로 인근 농경지가 침수되었다. ⓒ이철재
4대강사업에 동원된 최첨단 기술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보에서 물이 줄줄 새고 심각한 세굴(강바닥이 파여 나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또한 물고기 떼죽음이 일상화되더니, 급기야 물고기의 씨가 말랐다는 소리가 4대강 전역에서 나오게 한 것일까? 큰빗이끼벌레, 실지렁이, 붉은깔다구 애벌레 등 4대강사업 전 흐르는 강에서 볼 수 없었던 생물체를 탄생시킨 것이 최첨단 기술이었을까? 4대강사업의 '최첨단 기술'은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국토를 파괴하는 최첨단의 '억지'이자 최첨단의 '사기극'에 불과했다. 지금 4대강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심한 후유증이 이를 말해 주고 있다.

박재광 교수 외에도 4대강사업으로 수질이 좋아질 것이라 주장한 전문가들이 상당했다. 대운하 추진 시절 '배가 지나가면 수질이 좋아진다'던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박석순 교수는 2008년 1월 YTN 인터뷰에서 "하천에 물이 없어서 수질이 나쁘기 때문에 물을 채움으로써 하천 생태계도 살리고 굉장히 수질 개선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석순 교수는 SNS를 통해 "현재 녹조는 폭염 때문이며 일부 언론과 반대론자들이 거짓 선동을 하고 있다"며 "4대강 녹조 뻥치는 자들은 '환경 사기꾼'이라 불러 달라"며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부산대 신현석 교수는 2010년 5월 <오마이뉴스> 생방송 토론에서 "4대강사업 후 수질이 개선될 수 있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리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신 교수는 2011년 3월 강연회에서 4대강사업을 "자연의 보전, 수질 정화, 인간 문명의 발달, 국토의 재생"이라고 정의하는 등 4대강 전도사를 자처했던 인사다. 인하대 김계현 교수는 2010년 6월 <문화일보> 기고를 통해 "건국 이래 대규모 하천 준설을 하지 않아 토사가 쌓여 수질이 악화"되고 있다며 "수질이 열악한 것은 이번 4대강사업처럼 넓은 시각에서 전체 하천을 대상으로 이수와 치수를 동시에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4대강사업 띄우기의 노력 덕분인지, 최근 김 교수는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오염원 차단 없이 수량을 늘리는 것의 수질 개선 효과는 미미하다. 이는 학계는 물론 이전 환경부에서도 인정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4대강사업을 찬동한 전문가들은 물을 채우면 수질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 주장했고, 극심한 녹조 현상이 발생한 것은 오로지 하늘 탓으로 돌리고 있다. 같은 조건일 때 유속이 느려지면 수질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다시 말해 4대강 사업은 16개의 보(실제로는 대형 댐)를 막아 물의 흐름을 막히게 했고, 그로 인해 극심한 수질 오염을 만들었다.

소위 전문가라는 이들이 상식 수준의 이런 뻔한 상황을 몰랐을까? 불행히도 전문가들의 참담한 곡학아세는 전문가 집단 내 학문적 자정기능 상실을 의미하는 것이자, 전문가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심각한 불신을 양산시켰다. 전문가들이 권력을 좇아 학문적 양심을 외면하는 나라, 권력에 굽실거린 이들이 더 많은 연구비를 정부로부터 타내 힘을 발휘하는 상황, 이는 4대강 사업의 후유증이 단지 강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낯 뜨거운 4대강 찬가(讚歌)하더니, 참혹함에는 침묵

현 농림축산식품부 김재수 장관은 2009년 1월 <매일신문> 기고를 통해 "여름철 홍수와 주기적인 가뭄으로 1300만 영남인의 젖줄인 낙동강이 친수공간으로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더 이상 방치하면 찬란한 민족 문화를 꽃피운 역사적인 낙동강을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의 강으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낙동강 재탄생' 사업을 농어업분야에서 앞장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2009년 9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산의 평생소원이 '우리도 이제 맑은 물 한 번 마셔보자는 것'"이라면서 "나는 4대강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현재 부산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석좌교수다.

국토부 차관과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지낸 김희국 전 의원은 2010년 6월 <헤럴드 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낙동강 상류는 수량 부족, 중류는 수질 악화, 하구는 홍수 피해라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어 사람의 몸에 비유하자면 사실상 '물의 종합병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한국건설법무학회 회장 자리에 올랐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2009년 10월 국감에서 "보를 설치한다고 해서 반드시 수질이 나빠지거나 홍수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더니, "4대강사업을 하지 않으면 경북, 경남 등의 주민들이 수질 때문에 물을 먹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4대강사업이 '세계 수출 효자 종목'이 될 것이라 했던 것이 조원진 의원이다.

▲ 4대강사업 이후 지천 재방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함께사는길(이성수)

4대강사업 이후 김재수 장관의 말과 달리 낙동강은 죽음의 강으로 전락하고 있고, 김형오 전 의장의 말과 달리 부산은 여전히 평생소원을 풀지 못하고 있다. 김희국 전 의원의 말을 빌리자면,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4대강사업을 강행한, 결코 해서는 안 될 사업을 광적으로 집착한 이명박 정권이야말로 중증 환자들의 종합병동이었다.

여기에 국민 식수원에 독성 남조류가 가득한 녹조를 방관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 역시 같은 상황이다. 또한 조원진 의원의 호언장담과 달리, 4대강사업 이후에도 녹조 등 수질 오염 때문에 식수원이 불안해진 상황이다. '수출 효자 종목'이라고까지 4대강사업을 추켜세웠던 조원진 의원은 이에 대해 뭐라고 할까? 정치는 사기극이 돼서는 안 되지만, 4대강사업은 말 그대로 사기극이었다. 공교롭게도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상식을 부정한 인사 중에는 여전히 우리 사회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인사들이 많다. 이들은 혈세를 낭비한 책임을 둘째치고라도 국민을 기만하고 국토 환경을 파괴한 것에 대해 사과 한 마디조차 없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슬픈 민낯 중 하나다.

지난 8월 이명박 씨가 "차기 정권을 반드시 내 손으로 창출"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 언론에 보도됐다. 이에 대해 역사학자 전우용 박사는 SNS를 통해 "4대강사업 지지 찬동자 중 사과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게, 이 자신감의 원천"이라며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쌓아두면, 파리가 집주인 행세하기 마련"이라 꼬집었다. 이명박 씨와 4대강사업을 추진하고 찬동했던 인사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전우용 박사의 표현처럼 '파리가 집주인 행세하는 일'이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4대강사업의 책임을 따지지 않으면, 제2, 제3의 4대강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따라서 4대강 청문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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