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쳤다는 의혹에 이어, 중요한 사실이 또 주목받고 있다. 최 씨의 청와대 인사 개입 의혹이다.
JTBC가 24일 밤 보도한 데 따르면 최 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PC에서 발견된 파일 중에 2013년 8월 4일 오후 6시 27분 최종 수정된 '국무회의 말씀 자료'가 있다. 이 자료에는 비서진 개편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다음 날인 8월 5일 오전 10시 30분 청와대 이정현 당시 홍보수석은 비서진 개편을 전격 발표한다. 당시 발표된 명단은 비서실장에 김기춘, 정무수석에 박준우, 민정수석에 홍경식, 미래전략수석에 윤창번, 고용복지수석에 최원영 전 수석이다.
특히 인사에 관해 박 대통령이 보안을 생명처럼 여긴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 비서진 개편 관련 사실을 최 씨가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나온 것은 충격적이다. 청와대 핵심 참모들조차 인사와 관련된 내용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다음 날인 8월 6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이번에 청와대 비서진을 새롭게 교체한 것도 그런 새로운 변화와 도전의 길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서입니다. 앞으로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국민을 대변하는 자세로 과거 정치의 틀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미래를 위한 정치를 해 주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최 씨가 청와대 인사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메시지 관리 등을 넘어서 인사에까지 개입했다면 국정 농단 의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던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의 지난 9월 20일 대정부질문 발언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조 의원은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비서관 발탁과 윤전추 행정관의 청와대 입성에는 모두 최순실 씨와의 인연이 작용한 것이라고 하는데 근거 없는 말이냐"고 최 씨의 청와대 인사 개입 의혹을 폭로했다.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최 씨가 미리 알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최 씨의 의혹은 '대통령기록물 유출'에 이어 '청와대 인사개입' 의혹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도 실정법 위반?
정치권의 한 인사는 "기념사와 같은 것을 손보는 수준이 아니라 국무회의 발언이나, 대북 정책의 핵심 기조인 '드레스덴 선언'까지 최순실 씨가 손을 봤다는 게 사실이라면, 이는 최 씨가 실제 국정 운영에 참여한 것으로까지 해석될 수 있다.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최 씨가 실정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윤 의장은 25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 기록물관리법에 의하면 대통령 기록물의 무단 파기와 대외 반출을 금기하고 있다"며 "대통령 기록물을 방어하지 않고 무단 파기하거나 국외로 반출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그뿐만 아니라 무단 유출하거나 손상 또는 변질시키면 7년 이하의 징역,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 PC에 담긴 파일이 실제로 유출된 것이라면, 최 씨에게 대통령의 연설을 건넨 청와대 직원은 물론, 이를 수용한 박근혜 대통령까지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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