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 사무실의 PC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이 다수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 연설문 파일을 열어본 시점이 박 대통령의 실제 연설 전이라는 점, 곳곳에 '첨삭'의 흔적이 있다는 점은 여러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JTBC는 24일 최순실 씨의 컴퓨터 파일을 입수, 200여 개의 파일을 분석한 결과 최 씨가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 약 44건을 받아봤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최 씨가 연설문을 파일 형태로 받은 시점은 모두 대통령이 연설을 하기 이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최 씨의 측근인 고영태 씨가 "최순실 씨가 좋아하는 것은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하는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이같은 보도는 대통령의 연설문을 어떠한 공식 직함도 없는 민간인이 미리 받아봤다는 것이어서, 그간 대통령의 연설문을 최 씨가 검토해왔다는 의혹은 한층 더 증폭될 수밖에 없다. 국정 대사를 대통령의 '비선 측근'이자, 과거 불미스러운 스캔들의 주인공이었던 최태민 씨의 딸이 쥐락펴락했다는 것으로까지 해석될 수 있는 일이다.
이 매체는 "최 씨가 갖고 있던 연설문 또는 공식 발언 형태의 파일은 모두 44개였다. 대선 후보 시절 박 대통령의 유세문을 비롯해 대통령 취임 후 연설문들이 들어있었다"며 "그런데 최 씨가 이 문건을 받아 열어본 시점은 대통령이 실제 발언했던 것보다 길게는 사흘이나 앞섰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상당수 대통령 연설문이 사전에 청와대 내부에서도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설문이 사전에 청와대와 무관한 최 씨에게 전달됐다는 사실은 이른바 '비선 실세' 논란과 관련해서 큰 파장을 낳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문제의 파일들을 보면 먼저 박 대통령이 '통일 대박론'의 구체적 청사진으로 제시했던 '드레스덴 선언'이 눈에 띈다. 최 씨는 박 대통령 연설이 있기 하루 전, 드레스덴 연설문의 사전 원고를 받아본 것으로 돼 있다. 박 대통령 연설이 시작된 시각은 2014년 3월 28일 오후 6시 40분경인데, 최 씨가 파일 형태로 전달된 원고를 열어본 시점은 하루 전날인 3월 27일 오후 7시 20분경이다.
심지어 최 씨가 미리 받아본 원고에는 약 30군데 정도가 붉은 글씨로 표기돼 있다. 해당 부분은 박 대통령이 실제로 읽은 연설문에서 일부 내용이 달라진 부분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 씨가 직접 원고를 첨삭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원고가 미리 최 씨 측에 건네졌다는 점, 붉은 글씨 부분이 고쳐졌다는 점 등을 미뤄보면 최 씨가 실제 연설문을 고친 것 아니냐는 의혹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 외에도 2012년 12월 31일 오후에 공개된 박 대통령 당선 첫 신년사, 2013년 5월 18일 오전 10시에 나온 기념사 등도 박 대통령의 실제 발언이 있기 전 최 씨가 받아본 것으로 보인다. 이 매체는 "최 씨에게 건네진 연설문은 최씨를 거친 뒤에 내용이 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외에도 국무회의 자료, 청와대 비서진 교체 관련 자료 등도 최 씨가 미리 받아 봤다는 흔적이 확인된다. 특히 청와대 비서진 교체 관련 자료를 미리 봤다는 것은 비선 인사의 청와대 인사 및 운영에 대한 개입으로 볼 여지가 있다. '국정 농단'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는 셈이다.
최 씨가 현재 언론 취재 등을 피해 거처를 옮겨가며 잠적하고 있는 상황 역시 이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떳떳하면 거처를 옮기면서까지 잠적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라는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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