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복귀를 선언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국민의당 사이에 흐르던 온기류에 변화가 일 조짐이 보인다. 손 전 대표가 사실상 정계 복귀의 명분으로 들고 나온 개헌론에 대해 국민의당의 최대 주주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회의적 반응을 보이면서다.
손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모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간판으로 하는 이른바 '친노' 그룹에 강한 적대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연대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 바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가 '단일화를 하자'는 것은 '내가 대선 후보가 될테니 내 밑으로 들어오라'는 뜻이다. 민주당이 '야권 통합'과 '대선 후보 단일화'를 운운하는 것은 우리에겐 무가치한 일로, 응대할 필요가 없다"며 "(후보 단일화론이) 진실성을 갖기 위해선 문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 선언이 우선돼야 한다"고까지 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친문'이 독식해 버렸다"며 "그런 일들 때문에 손학규 전 대표도 민주당을 떠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손 전 대표에게 재차 러브콜을 보냈다.
"누구도 우리 당에 들어올 수 있도록 열어놓고 있다. (중략) 안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될 준비는 하고 있지만 '꼭 자기가 돼야 한다'고 고집하지는 않고 있다. 당 내 다른 주자가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안 전 대표는 헌신할 것이다."
그러나 손 전 대표가 정계 복귀 선언에서 "명운이 다한 제6공화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 저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할 만큼 중점을 뒀던 '개헌'에 대해 국민의당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박 비대위원장부터가 "대통령이 개헌에 대해 강한 의지를 표명하지 않고, 대선이 1년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개헌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게다가 박 위원장은 "개헌을 고리로 한 (정치) 연대는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안철수 전 대표 본인도 전날 "사실 개헌 이전에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되는 많은 일들이 있다"며 "경제 문제도 사실 개헌이 되지 않더라도 풀 수 있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전날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나오다 기자들과 만나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며 "예를 들어 선거법, 법률 하나도 제대로 합의해서 개정하지 못한다면 그보다 더 큰 개헌은 더 힘들 것 아니냐. 그래서 우선은 우리가 필요한 부분들, 법률부터 개정해 나가고, 그 이전에 현재 법률 하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그런 것들이 다 잘 이뤄지는 상태에서만 더 큰 합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7공화국을 열기 위해, 꺼져버린 경제 성장의 엔진을 갈아 다시 시동을 걸기 위해 뚜벅뚜벅 걸어 나가겠다"는 손 전 대표의 정계 복귀 일성과는 상당한 온도차가 느껴지는 발언이었다.
앞서 손 전 대표는 자신의 저서에서 손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에게 '진정성을 느꼈다'고 했고 "우리 둘이 힘을 합쳐 10년 이상 갈 수 있는 정권교체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했다. 안 전 대표 역시 이같은 대화가 오갔음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손-안 연대'가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그러나 불과 이틀 만에 '개헌'이라는 변수가 나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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