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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미국 중심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서평]'포스트 아메리칸 월드'로 살펴본 미국의 성찰과 한계

1.

"세계인들이 새로운 미래를 다시 창조하는 미국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미국인들은 어떤 느낌이 들까? (…) 내겐 오마르라는 이름의 아홉 살짜리 아들이 있다. 그 아이가 자라면 이 나라에선 자신이 원하는 것이면 뭐든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러나 만일 버락 오바마라는 이름의 후보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내가 아들의 미래를 더욱 더 확신하게 될 듯하다"

뉴스위크 국제판 10월 18일자에 실린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 편집장의 오바마에 대한 지지선언 칼럼 중 일부다.

"1982년 가을, 나는 18살 학생의 신분으로 8000마일 떨어진 인도에서 이곳에 도착했다. 미국은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 (…) 젊은 방문객에게 미국은 무한한 관용과 약속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 한 세대 전 모든 것이 어색하기만 했던 이 18살짜리 유학생에게 그랬던 것처럼, 오늘날 미국을 방문하는 젊은 유학생에게도 꼭 같이 매혹적이고, 마을을 들뜨게 만드는 그런 곳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380~381면)"

자카리아가 꿈꾸는 '포스트 아메리칸 월드(Post American World)'다.

2.

얼마 전(12월 2일) 중앙일보는 '오바마 생각 알려면 이 책 읽어라'는 기사를 통해 4권의 책을 소개했다. 그 중 첫 번째로 소개한 책이 자카리아 편집장의 『미국 중심의 세계 이후(Post American World)』다. 우리말 번역은 『흔들리는 세계의 축』이다.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지난 5월, 공항에서 이동하려던 오바마의 왼손에 책 한 권이 들려있었다. 자카리아가 쓴 『미국 중심의 세계 이후』였다."

자카리아는 이 책의 첫 문장에서 이 책은 "미국의 쇠락에 관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모든 나라들의 부상'에 관한 책(22면)"라고 했다. 이 책의 정확한 정의다.

처음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 '미국 일극체제의 종언을 선언하면서 새로운 다자주의에 대한 전망을 담은 책이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기대 혹은 전망은 여지없이 부서졌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자카리아 자신의 문장대로다.

자카리아는 '일극주의의 종언'을 선언한 듯 하면서도 결코 종언을 맞이할 것이라고까지는 평가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의 부상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부상보다는 그 한계를 치밀하게 묘파한다. 그 '다른 나라'도 고작 중국과 인도 뿐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장점을 강조하기 위한 비교대상일 뿐이다. 이 책은 중국과 인도, 나아가 영국과의 비교를 통해 미국의 장점을 부각시켜나간다. 성공한 이민1세대의 한계라고 표현하면 저자가 서운해할까? 미국적 가치에 대한 확신, 미국식 패러다임에 대한 강력한 지지가 이 책의 특장이다.

3.

자카리아는 이미 2005년과 2008년에 걸쳐 포린 폴리시(Foreing Policy) 선정 '세계 100대 지성'에 선정된 바 있다. 이번달 포린 폴리시는 오바마 행정부의 드림팀 구성에 대한 특집을 마련했다. 여기에서 싱가포르 국립대 리콴유스쿨 학장인 키쇼어 마부바니(Kishore Mahbubani)는 오바마 행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파리드 자카리아를 추천했다. "자카리아는 그의 저서에서, 미국이 복잡한 세계를 헤쳐가려면 왜 실용적 현실주의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가를 자세히 밝혔다"는 게 이유였다.(사실 자카리아의 저서에서는 두 군데에 걸쳐 마부바니 학장이 언급된다. 마부바니도 "미국인들은 '고치' 속에 살기 때문에 '미국을 바라보는 세계인들의 태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엄청난 변화'를 보지 못한다(334면)"고 비판한다.)"

물론 자카리아는 추천과는 달리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가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은 오바마 당선자와 거의 다르지 않다. 지난 1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는 외교안보팀 인선 발표장에서 '미국적 가치(American Values)'로 '민주주의와 정의, 기회와 희망'을 들었다.

문제는 어떻게 지키느냐이다. 자카리아는 이 책의 결론부에서 미국이 직면할 '새로운 시대'에 대한 '새로운 법칙' 6가지를 현실적 해법으로 제시한다(346~368면). 첫째는 '선택하라'는 것이다. 우선순위에 대한 선택의 필요성, 특히 중국과 관련한 선택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둘째 보편적인 룰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세계가 따를 수 있는 룰과 관례와 가치의 창출이다. 셋째 역사적으로 영국식 모델이 아닌 강대국에 대한 포용전략을 택했던 비스마르크가 되어라. 넷째 일품요리를 주문하듯 국제관계를 다루어나가되, 이를테면 리처드 하스식의 '주문식 다자주의(원문)'를 추구해야 한다. 다섯째 비대칭으로 사고하라.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여섯째 정당성이야말로 최고의 파워다.

4.

저자에 따르면 포스트 아메리칸 월드(Post-American World)는 이제 "수많은 다른 장소로부터 수많은 다른 민족들에 의해 규정되고 이끌려가는 세계"(27면)다. 하지만 이 책의 비교대상은 사실상 세 나라 뿐이다. 그 세 나라를 그는 독수리(미국), 용(중국), 소(인도)로 비유한다.

한 장을 할애한 중국에 대한 서술에서 그는 나폴레옹의 말을 빌어 중국을 얘기한다. "중국을 잠자게 그냥 내버려둬라. 중국이 깨어나면 세계를 뒤흔들테니까."(148) 중국에 대한 은연중의 불안감일까? 그는 최근 칼럼에서는 니알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가 명명한 '치메리카(Chimerica, 중국과 미국을 하나의 나라로 본 것)'라는 개념을 활용한다. 중국의 경제력을 높이 평가한다. "향후 몇 십년동안 가장 힘들고 중요한 대사직을 꼽으라면 주중대사일 가능성이 크다"라며 중국의 중요성을 주목했다(뉴스위크 12월 3일자 칼럼).

하지만 중국이 결코 미국을 대체할 수 있을 거라고는 평가하지 않는 듯하다. 아메리칸 드림은 있지만 차이나 드림은 없다는 것이 그의 결론인 듯하다. "중국이 지배하는 세계에 살고 싶은 아시아인들은 없다. 사람들이 동경하는 차이니즈 드림은 없다.(346면)"

인도 출신이라서일까? 인도의 성장과 잠재력에 대해서도 한 장을 털어 상세히 분석한다. 그럼에도 그에게 인도는 "정부 때문에 성장하는 게 아니라, 정부에도 불구하고 성장한다. 그것은 상의하달식이 아니라 상향식 성장이어서, 어지럽고 혼란스러움 대체로 무계획한 성장(211면)"이며, "인도는 마침내 국민에게 경제적 권력을 위임한 왁자지껄한 민주국가(217면)"라 평가한다. "시스템에 충격이 가해지지 않는 한 인도의 경우 새로운 글로벌 게임에서 사회가 국가를 여전히 앞서갈 것이다.(254면) "이 점이야말로 미국과의 커다란 차이라고 평가한다.

이 책의 인도에 대한 분석 중 결코 동의하기 어려운 몇몇 소절이 있다. "영국이 남긴 영어 유산은 아마 인도의 가장 중요한 유산일지도 모른다(211면)." 한편 맞는 말일 수 있지만 극단주의적 뉴라이트식 역사해석의 미국판이 아니길 기대한다.

또 한 가지, "서구화는 단순히 무기와 완력에 대한 것이라는 주장을 들을 때마다 부디 이 편지를, 그리고 이와 같은 수백 통의 다른 편지나, 메모나, 지령 등을 생각하기 바란다.(121~122면)" 그 편지는 고작 이것이다. 1823년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캘커타에 현지인들을 훈련시키기 위한 학교를 설립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산스크리트어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러자 그 지역 지도자 중 한 사람인 람모한 로이 왕이 영국 총리에게 왜 이런 쓸모없는 것을 가르키냐며 편지를 보낸다. 자카리아는 이 편지를 인용하며 자칫 위험스러운 논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식민지배가 꼭 나쁘지만은 않았다, 순수한 의도가 있었다, 성공을 원하는 피식민지가 있었다는 식의 논리이다. 안타깝다. 결코 이 부분은 세계의 지성다운 논증이 아닐 성 싶다. 굳이 반증을 하나 적어두려 한다.

"인종적 우월감은 식민지 경영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제국 내에서 자치를 허락받은 곳은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등 백인 자치령들(Dominions) 뿐이었다. 반면 인도와 같은 유색인종의 거주 지역은 피지배국(Dependency)으로 통치했다."고 적고 있다.(강만길 외, 『영국의 식민사상과 사회진화론』 中 <영국의 식민사상과 사회진화론>, 염운옥 29~30면)

자카리아는 '단기적'으로 미국에 최대의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지역으로 '유럽'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유럽은 결정적으로 불리한 점을 하나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인구통계적인 층면에서 미국이 가지고 있는 역동성이다. 미국의 인구는 2030년까지 6500만 명이 더 증가할 것으로 "반면 유럽은 '사실상 인구 정체'가 계속될 것(295면)" 미국의 상대적 우위를 입증하는 증거로서의 유럽이다.

대영제국의 몰락과 미국의 상승을 비교하기도 한다. "여기서 본질적인 핵심은 글로벌 강대국 영국의 시대는 실패한 정치 때문이 아니라 실패한 경제 때문에 끝났다는 사실이다. 영국은 막대한 글로벌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경제는 구조적으로 취약했던 것이다. 그리고 시행과 중단 사이에서 오락가락한 금 본위제, 제국 관세의 부과, 막대한 전쟁 부채 등 잘못된 해법들은 상황을 더 악화 시켰다.(273면)"

5.

물론 자카리아는 세계의 축인 미국이 흔들리는 이유에 대해서도 분석한다. 로버트 라이시 하버드대 교수는 그래도 정치가 괜찮다는 쪽인데, 자카리아는 '정치 탓'이다. "'뭐든 할 수 있어(can-do)'의 국가였던 미국이 당파적 싸움이 목적이 된 '아무 것도 하지 마(do-nothing)'의 정치 프로세스에 빠져버린 것(315면)"이라고 비판한다. 자유무역에 대한 미국민들의 지지도가 세계 꼴찌라는 여론조사를 들며 "정작 미국 자신은 스스로를 세계화하는 것을 잊어버렸다(90면)"고 꼬집는다. 미국 예외주의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글로벌 스탠다드 그 자체였던 미국은 이제 "라이베리아와 미얀마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터법을 쓰지 않는 국가(307면)"가 되어버렸다. "풍요가 불러온 문제"인 유가 상승과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를 적으면서도 미국의 가공할만한 에너지 소비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다. 국제형사사법재판소(ICJ)와 교토의정서에 대한 미국의 예외주의는 아예 비켜갔다.

그럼에도 자카리아는 여전히 미국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아무리 비교해봐도 미국은 훌륭한 나라이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하면, 조금만 태도를 개선하면 충분히 잘 할수 있다는 논리이다. "세계에서 이전의 입지를 회복하기 위해서, 미국은 먼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되찾아야 한다(369면)". 오바마 당선자를 통해 다시 한 번 유행한 1933년 프랭클린 D. 루즈벨트의 말을 인용한다. "우리는 두려워해야 할 유일한 두려움은 두려움 바로 그 자체이다. 이름도 없고, 이유도 없으며, 정당화될 수도 없는 두려움 말이다."

그가 생각하는 미국의 장점, 증거는 이렇다. 미국은 "130년째 세계최대 경제대국의 지위를 유지(275면)"하고 있고, "세계 50대 대학의 42~68퍼센트가 세계인구의 5퍼센트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에(287면)" 있고, 미국의 시스템은 '시험 실력주의'가 아닌 "능력의 실력주의(291면)"이며, "인구 1인당 기준으로 봤을 때, 미국이 실제로 중국이나 인도보다 더 많은 엔지니어를 훈련시키고 있(285면)"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육상을 지배한 적이 없는 영국과는 달리 "육상, 해상, 영공, 우주 등 모든 차원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고, 2위에서 15위 국가의 국방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전 세계 국방비의 50퍼센트에 이르는 국방비를 지출(275면)"하고 있다. 많은 수의 이민을 받아들인 결과 "외국 유학생과 이민 출신들이 미국 과학 연구자들의 50%를 이루며, 2006년의 경우 과학과 엔지니어링 분야 박사학위 취득자의 40%, 컴퓨터공학 분야 박사학위 취득자의 65%를 이룬다.(297면)"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무리한 논증도 나타난다. "미국의 수학과 과학 점수가 싱가포르나 홍콩 같은 상위권 국가에 훨씬 뒤진다 해도, 집합적 점수는 그 이면에 존재하는 지역과 인종, 사회, 경제적 편차를 숨기는 것이다. 빈곤계층 그리고 소수 집단 학생들은 "미국의 부유한 교외 지역 학군 학생들의 점수는 TIMSS 수학 분야에서 언제나 최상위를 차지하는 싱가포르 학생들에 비래 크게 뒤지지 않는다(289면)." 혹시라도 인종적 차이를 인정하는 건 아닌지, 지나친 엘리트주의는 아닌지 자못 염려스러운 대목이다.

이민자답게 개방의 중요성을 일관되게 역설한다. 자카리아는 "1980년대 이래의 개방되고 연계된 엄준한 국제환경로 인해 모든 나라들에게 성장과 번영의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기회가 제공되었다"고 적고 있다(57면). 물론 이는 자국의 입장을 위해 후진국의 발전을 막아서는 선진국들을 '역사적 위선자'로, 그들의 행태를 '이중잣대'로 질타한 장하준 교수의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away the ladder)'와는 다른 관점이다.

6.

이 책이 주는 최종적 느낌은 이렇다. 자카리아는 미국을 참으로 사랑한다. 그리고 여전히 미국의 힘을 신뢰한다. 미국이 일시적인 어려움을 딛고 충분히 역사적인 최강대국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입장인 것 같다. 하지만 못내 아쉽다. 이 책 자체가 미국중심주의 시각을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관점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미국시민의 입장에서 당연한 서술일 것이다. 수년전 필자는 뉴스위크에 실린 자카리아 편집장의 미국일방주의에 대한 장문의 비판기사를 읽고 그를 주목하며 늘 존경해왔다. 하지만 약간은 생각과 존경을 변화시켜야 할 것 같다. 그는 어느 누구보다도 확실한 미국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책이 오바마 당선자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책으로 선정되고 있다는 책이다. 그렇다면 오바마 당선자는 미국 예외주의, 미국 우월주의, 미국 일극주의, 미국 중심주의로부터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고 비판적 성찰을 할 수 있었을까? 물론 우리도 철저히 대한민국의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묵상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이 던지는 시사는 바로 그것이다. 저자의 후기로 서평을 끝내려 한다.

"올해 여덟 살인 아들 오마르(Omar)는 이 프로젝트 자체에 좀더 관심이 깊었다. 내가 쓰는 책이 어떤 내용인지 처음으로 그에게 설명하자, 그는 약간 고민이 된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아빠는 왜 미래에 대한 책을 쓰고 싶은 거죠? 아빠 말이 틀리다면 사람들은 책을 더 이상 사보지 않을 텐데.' 내가 아들을 난감하게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38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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