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오는 21일 예정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불출석 사유서를 19일 제출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의 간곡한 출석 요청에도 불구하고 우 수석은 불출석 입장을 끝내 밀어붙인 셈이다.
우 수석은 이날 국회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상기 본인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로서 비서실장이 당일 운영위원회 참석으로 부재중인 상황에서 국정 현안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 업무적 특성이 있으며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해 부득이 참석할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최근 "(우 수석이) 운영위 국감에 잠깐만이라도 나와줬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했으나 우 수석은 이를 깨끗하게 무시한 셈이다.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기껏 송민순 회고록 이슈로 야당을 몰아세웠는데 '우병우 물타기'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 수사 상황을 보고 받고 있는 우 수석이 '검찰 수사'를 핑계로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검찰의 우 수석에 대한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우 수석이 수사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김 장관은 당시 "이미 언론에 보도되거나 드러난 객관적 사항에 대해서만 (검찰이 우 수석에게) 보고하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대한민국에 우 수석 말고 어떤 피의자가 그런 (자신에 대한 수사) 보고를 받을 수 있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우 수석 불출석으로 여야 대치 정국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우 수석이 불출석할 경우 국회 동행명령권 발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우 수석이 불출석 입장을 밝힌만큼 제 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그에 동의하면 동행명령권이 발동될 수 있다.
민주당은 격앙된 분위기다.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우 수석의 불출서 사유서를 접한 후 브리핑을 통해 "기가 막힐 노릇이다. (불출석 이유가) 검찰 수사 진행중이라는 이유라면, 진작 사퇴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우 수석과 청와대는 상식에 반하고 국민을 등지는 길을 선택했다. 민주당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경우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대한 법률'에 따르면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에서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국회는 의결을 통해 동행 명령권을 발동, 지정된 장소까지 동행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행명령을 받은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동행 명령을 거부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동행 명령 영장(令狀) 집행을 방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국회에서 동행 명령권이 의결되더라도 끝내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장이 발부돼 집행관이 청와대를 찾아오더라도 이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우 수석 출석 문제로 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경북 영주를 방문, 영주 소수 서원 등을 둘러보고 국내 관광 활성화 방안을 강조했다. 경북 영주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고향이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우 수석에 대한 '신임'을 드러낸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도 정치권 안팎에서 들리고 있다.
최근 한 일간지가 박 대통령이 우병우 민정수석을 교체할 것이라고 보도한 적이 있었는데, 청와대는 "느닷없는 보도"라며 이를 일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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