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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뜨는 동네, 곧 어려운 상황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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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뜨는 동네, 곧 어려운 상황 온다"

[젠트리를 말하다 ③] 김경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젠트리피케이션. 홍대, 성수동, 경리단길, 연남동 등 소위 동네가 뜨면서 기존에 그곳에 있던 원주민들이 밀려나는 현상을 말한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존재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세입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에는 미약한 법에 불과하다. '핫플레이스'에서 건물주와 세입자 간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 보니 도심 한복판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게 강제 집행이다.

이런 가운데 <프레시안>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현재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얼마만큼 심각한 수준인지, 해외에서는 어떤지, 지금의 문제를 보완할 방법은 없는지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앞서 이태원 경리단길, 강남 가로수길 등 '핫플레이스' 지역을 연구한 허자연 도시공학 박사(지방공기업평가원 전문연구원), 해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연구한 맹다미 도시 및 지역계획학 박사(서울연구원 연구위원)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관련기사 ☞ : [젠트리를 말하다 ①] 가로수길 프랜차이즈 7년 새 30개→225개, [젠트리를 말하다 ②] 런던·뉴욕은 '도시 재생' vs. 서울은 '이익 독점')

세 번째로는 김경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하버드 대학교 부동산/도시계획 박사)와의 인터뷰를 싣는다. 김경민 교수와의 인터뷰에서는 현재의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에서 소외되는 주거 젠트리피케이션과 젠트리피케이션이 부동산 시장에, 그리고 부동산 시장이 젠트리피케이션에 주는 영향 등을 다뤘다.

▲ 가로수길에 있는 곱창집 우장창창이 강제 집행된 뒤 세워진 펜스. ⓒ프레시안(허환주)

"우리 사회에서 약자는 누구인가?"

프레시안 : 현재 한국 사회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화두다. 뜨는 동네에서 기존 상인들이 밀려나면서 여러 파열음이 일어나고 있다.

김경민 : 여기서 우리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본질적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젠트리피케이션에서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즉, 상인들이 쫓겨나는 문제만이 부각되고 있다. 젠트리 현상을 고민할 때의 첫 번째는 '우리 사회에서 보듬어야 할 더 큰 도움이 필요한 약자는 누구인가?'이다. 그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해보겠다.

프레시안 : 개발이 되면서 그 자리에서 터전을 잡고 살고 있던 원주민들이 밀려나는 '주거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부각되지 않는 점을 지적하는 듯하다. 하나하나 이야기해보자.

김경민 : 지금은 괜찮은 가게가 생기면 즉시 반응이 생긴다. 동네에 재미있는 가게(공방, 카페 등)가 들어서면 그 동네가 한순간에 떠버리는 구조다. 문제는 그렇게 뜬 동네의 토지 시장에서 상업 용지와 주거 용지 간 경쟁이 발생하는데, 평당 단가를 계산하면 주거 용지는 상업 용지를 이기지 못한다. 자연히 주거 용지의 상당수는 상업 용지로 변경된다. 서래마을의 경우, 가정집이었던 다세대 연립주택의 1층과 반지하층이 카페와 레스토랑 등 상업용으로 바뀐 것을 자주 본다. 카페가 건축주에게 지불하는 임대료가 주택 임대료보다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지 이용 규제(주거용을 상업용으로의 전용을 불허하는 규제)가 없다면, 건축주 입장에서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자기 건물에 들어오는 것을 환영한다. 돈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부동산 시장 구조상 당연한 일이다.

프레시안 : 동네가 뜨면 기존 살던 원주민들이 쫓겨나고 그 자리에 장사하는 사람들이 들어온다는 이야기인 듯하다. 실제 지난 8월 서울시가 발표한 '젠트리피케이션 데이터 분석 결과 보고'를 보면 연남, 상수, 경리단길 등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지역에서 지난 10년 동안 젊은 원주민은 떠나고 그 자리를 음식점들이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주거 세입자들이 떠난 자리에 상인들이 들어왔다는 이야기다.

김경민 : 이를 1차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쫓겨나는 원주민들은 상인들보다 상대적으로 약자다. 상대적 약자인 주거 세입자들을 내쫓고 상인들이 들어오는 구조다. 이후 이들 상인들을 내쫓고 스타벅스 등 대형 프렌차이즈가 들어온다. 우리는 지금 이 구조 속에서 후자에만 주목한다. 나는 그보다는 전자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건물주-상가 세입자' 구조에서는 상가 세입자가 약자이지만, '상가 세입자-원주민' 구조에서는 원주민이 약자라는 이야기인가. 그렇기에 원주민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인 듯하다. 하지만 현재 원주민이 쫓겨나는 구조는 거의 사라지지 않았나.

김경민 : 현재 뜨는 동네인 서촌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그곳에는 맹아학교가 있다. 맹아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눈이 안 보이기에 몇 년에 걸쳐 이곳 동네 지형을 익힌다. 자연히 그런 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서는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고 싶어 한다. 다른 곳으로 이사하면 다시 또 지형을 익혀야 하지 않나.

하지만 서촌이 상업화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상업화에 따라 지가가 올라가면, 덩달아 주거 가격도 올라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맹아 자녀를 둔 사람들이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 언제 자기가 살던 곳에서 쫓겨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역마다 사회적 약자가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고 보다 약자가 누구인지를 주목해야 하며, (우리 정부의 예산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정책이 모든 것의 우선해야 한다.

다만, 여기서 정말 안타까운 점은 이들 주거 세입자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단결이 안 되고 뉴스에 지면화가 안 된다는 점이다. 이를 서울시나 중앙 정부가 선제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프레시안 : 이명박-오세훈이 서울시장일 때 진행된 뉴타운‧재개발에서 원주민들이 밀려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바라봐야 하나.

김경민 : 비슷하다. 1차 젠트리피케이션에서 뉴타운 사업은 대표적이다. 중산층이 들어와 기존 저소득층이 쫓겨나는 게 뉴타운 사업이다. 모든 것을 다 부순 뒤, 새로 짓는다. 그 뒤 들어오는 사람들 중 원주민은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1950~60년대 대규모 철거 후 재개발을 하였으나, 이런 식으로 거의 90~100% 물갈이가 되는 젠트리피케이션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 재개발 지역인 북아현동. ⓒ프레시안(허환주)

"미국식으로 망한 동네는 적어도 서울에는 없다"

프레시안 : 이야기를 돌려보자. 도시 재생 전문가들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이야기한다. 낙후된 동네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미국 할렘가의 개발과도 비교된다. 교수님도 이에 동의하나.

김경민 :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저소득층과 미국의 저소득층 간 차이는 상당히 크다. 1950~70년대 미국의 심각하게 낙후된 지역은 (임대) 아파트 유리창이 깨져 있고, 그야말로 치안이 위험한 지역이었다. 어떤 지역에서는 쥐들이 자고 있는 아이들의 귀를 갉아먹을 정도로 위생도 빵점이다. 한국 그리고 서울에 그렇게 주거 환경이 밀집된 곳이 있는가? 과거 미국의 슬럼처럼 주거가 열악하지 않다. 미국식으로 동네가 망한 곳은 적어도 서울에는 없다.

미국 슬럼처럼 낙후돼 있으면 변해야 한다. 새로운 사람과 자본이 후미지고 낙후된 지역에 들어와서 지역의 변화에 일조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났다고 여겨지는 동네 중, 상황이 그렇게 심각한 지역은 많지 않다. 지금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서촌은 중산층과 건전한 서민들이 사는 동네다. 성수동도 일반 시민이 사는 곳이다. 그런 곳에 무슨 젠트리피케이션을 통한 도시 재생이 필요한가? 이태원의 경우, 저소득층이 살지만 그곳 역시 사람 사는 동네다. 미국 슬럼과 다르다.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자신들의 삶을 고민하는 사람이 사는 생활 터전이다. 그런 동네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아니라, 그런 동네에 사는 저소득 서민들의 생활 수준을 올리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프레시안 : 문제는 한국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해외처럼 '공공에 의한 도시 재생' 진행 과정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자발적, 즉, 자연스러운 자본의 유입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김경민 : 우리나라처럼 세입자가 일방적으로 쫓겨나는 예를 해외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의 경우, 세입자의 힘이 세다. 건축주가 세입자를 건물에서 내보내는 경우는 건물이 시설면에서 너무 낙후되어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이 필요한 경우이며 이 때에도 제대로 된 보상을 한다. 따라서 일본 전문가들에게 한국의 젠트리피케이션에서 상가 세입자와 주민들이 쫓겨나는 이야기를 하면 매우 놀란다.

하지만 우리는 이유가 불분명하다. 리모델링하면 쫓겨나는 식이다.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은 100%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상업 행위를 현재보다 더 길게 보장해 준다면 어느 정도 부작용이 감소될 것이다. 즉, 일반적인 계약이 2년인데 이를 늘리는 것이다. 이 견지에서 작년에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의 효력이 조금씩 나타나리라 본다.

프레시안 : 이미 5년을 보장받지 않나. 2013년 8월,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는 기존 2년을 보장하던 것을 5년으로 늘렸다.

김경민 : 거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환산 보증금이다. 서울시의 경우, 이 환산 보증금이 4억 원이 넘을 경우, 5년을 보장받지 못한다. 하지만 서울시 대다수 뜨는 지역에서의 환산 보증금은 4억 원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그렇기에 이 환산 보증금 제도를 없애야 한다. 그러면 세입자도 5년 동안 편히 장사할 수 있다. 건물주도 오랜 기간 세입자를 봐야 하기 때문에, 꼼꼼히 상황을 지켜보면서 계약할 것이다.

모든 건축주들이 높은 임대료만 좇는 것은 아니다. 임대료가 약간 싸더라도 장기간 꾸준히 안정적으로 임대료를 내는 세입자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공실이 발생하는 경우,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입자를 보호할 수 있는 플랜과 세입자와 건축주가 서로 양보할 수 있는 룰 세팅(예를 들어, 5년 기본 계약이나, 2년 시점에서 임대료 상승분에 대한 제한 조건과 세입자가 퇴거할 수 있는 권리 등)이 서서히 이루어진다면, 현재의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점은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프레시안 : 대형 프렌차이즈가 대거 들어오는 문제도 있다. 5년 뒤 프렌차이즈가 우후죽순 들어오면서 상권 자체가 죽는 식이 될 수도 있다.

김경민 : 면적에 제한을 두면 된다. 대기업 프렌차이즈가 특정 규모 이상(예를 들어, 20평)에서 장사할 수 없도록 하면 이들의 입점을 막을 수 있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은 기본적으로 사용 면적이 크다. 따라서 일정 면적보다 작은 경우, 이들은 입점을 꺼린다. 유럽에서는 이미 그런 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파리의 경우, 지역 특색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 지역에서는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한 면적 규제를 하고 있다. 우리도 그것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 된다.

"핫플레이스, 가격 지나치게 고평가 돼 있다"

프레시안 : 현재 서울 곳곳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해방촌이 뜬다고 한다. 방송인 노홍철이 이곳에 책방을 내면서 '핫'한 지역이 돼버렸다. 지가도 상당히 올랐다고 한다. 이런 지역의 미래는 어떻게 될 거라고 예상하나?

김경민 : 쉽지 않을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요즘 뜬다는 해방촌을 예로 들어보자. 이곳은 산비탈에 위치한다. 이곳까지 주중에 얼마나 많은 이가 가겠나? 상권이 활성화되려면 가게의 경우 최소한의 회전율이 나와야 한다. 주말에는 외부 관광객으로 가능하다고 치자. 그런데 주중 낮 시간대에도 회전율이 나와야 하는데, 주변에 강력한 오피스 타운이 존재해서 사무직 직원이 점심을 하러 오는 동네가 아니라면 주중 낮 시간대 회전율 맞추기 쉽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들어오는 수입에 비례하여 월세가 결정되는데 그 월세가 과연 얼마를 받을 수 있느냐이다. 즉, 수익률은 투자(건물 매입 비용 혹은 토지 가격) 대비 임대료 수입인데, 현재 토지 가격은 매우 높아졌다. 그런데, 실질 임대료가 과연 기대한 만큼 나올 수 있을까? 강북 지역의 경우, 많은 지역들의 수익(률)이 매우 저조하다.

예를 들어, 서촌을 보자. 1층은 카페 등 가게인데, 2층 이상은 대개가 주거 용도로 사용된다. 그런데 이 곳의 원룸 월세는 60~70만 원 정도다. 강남 지역은 잘 하면 100만원도 받는 경우가 있는데, 강남 대비 60~70% 수익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서촌 땅값은 강남과 비슷하다. 수익은 3분의 2 수준인데 지가는 비슷하다. 토지 가격이 지나치게 고평가되어 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소위 뜨는 동네에 거품이 끼었다는 이야기인가.

김경민 : 그렇다. 현재 뜨는 동네에 굉장히 리스키(risky)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해방촌 주변에 무엇이 있나? 거대한 오피스 기업이 위치하지 않는다. 수익의 대부분이 (잘하면 주중 저녁과) 주말 관광객에게서 나온다. 그곳 주민들은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거기에 카페나 레스토랑이 만들어진다고 할 때, 현재 토지 가격을 고려하면 답이 안 나온다. 향후 이자율이 오르면 많은 이들이 상당히 곤란한 시기가 오리라 예상한다. 뒤늦게 건물을 사고 들어온 이들은 무척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비싼 임대료를 내고 들어온 세입자도 마찬가지다.

프레시안 : 무턱대고 뜨는 동네라고 비싼 돈을 들여 들어온 이들에게는 좋지 않은 전망인 듯하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줘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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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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