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3년 전 측근인 최순실 씨 딸의 승마 문제와 관련해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며 질타했던 일선 부처 국장과 과장에 대한 해임 지시까지도 직접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2일 <한겨레>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노태강 전 체육국장과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국장이 최근 강제로 공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인사는 지난 2013년 5월 청와대의 지시로 최순실 씨 딸의 승마 대회를 둘러싼 시비를 조사해 "최순실 씨나 반대쪽이나 다 문제가 많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올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그해 8월 유진룡 당시 문화부 장관을 불러 수첩을 꺼내 두 사람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고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면서 사실상 좌천 인사 지시를 했다. 이는 유 전 장관도 시인한 사실이다.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은 이후 실제로 좌천됐다. 추가로 그 후에 박 대통령이 "이 사람이 아직도 있어요?"라고 집요하게 지적하는 바람에 결국 두 인사가 공직까지 강제로 떠나게 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 신문은 문화부의 한 관계자가 "노 전 국장의 경우 올해 초 프랑스 장식미술전 문제로 청와대와 중앙박물관이 갈등을 겪고 있을 때, 박 대통령이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노태강'이라는 이름을 보고는 '이 사람이 아직도 있어요?'라고 문제를 삼은 것으로 안다"며 "그 뒤 노 전 국장에게 '물러나 달라'는 압력이 본격적으로 가해졌다"고 말했다.
노 전 국장은 올 초 사퇴 압력을 받게 되자 "나는 국가공무원법상 신분이 보장된 사람"이라며 저항했다고 한다. 그러나 "옷을 벗어달라"는 문화부의 집요한 요청에 어쩔 수 없이 공직을 떠나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최순실 씨와 관련해 두 인사가 '미운털'이 박혀 쫓겨났다는 의혹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해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해당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야당은 해당 보도를 인용하며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공직을 자신의 주머니 속 공깃돌 취급하고 공직자 목숨을 파리목숨처럼 취급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그 사유는 대통령이 총애하는 사람의 따님의 일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 대표는 "'이 사람 아직도 있어요'라는 대통령의 한마디로 이 사람은 파리 목숨이 돼버렸다"며 "정말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혼용무도(昏庸無道,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도가 없다)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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