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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백남기고 세월호다!"…울분의 평화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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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백남기고 세월호다!"…울분의 평화 집회

[현장] "어느 자식이 아버지 시신을"…"세월호 아이들 진상규명 중단 없다"

지난달 25일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뒤 첫 대규모 추모 집회가 1일 열렸다.

백남기 투쟁본부는 1일 오후 4시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서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유족뿐 아니라 세월호 유가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이 함께했다. 주최 측은 오늘 집회에 약 3만 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대학로를 가득 메운 집회 참가자들은 집회에 앞서 "우리가 백남기다"라고 크게 외쳤다.

▲ 故 백남기 씨 차녀 백민주화 씨. ⓒ프레시안(최형락)

둘째 딸 백민주화 씨가 무대 위로 올라섰다. 민주화 씨는 "아직 많은 분들이 빈소에 찾아오셔서 아버지 가시는 길이 외롭지 않을 것 같다"며 감사 인사를 한 뒤 준비한 글을 낭독했다.

"'물대포로 인한 사망이 분명하다면 왜 부검에 동의를 하지 않느냐'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수술 직후 뇌사 상태와 거의 비슷하다고 했던 주치의는 사망진단서에 병사라고 표기하고 표기의 실수는 인정하나 수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사인의 증거가 넘쳐나는데 어느 자식이 아버지의 시신을 또다시 수술대에 올려 정치적인 손에 훼손시키고 싶겠습니까. 저희는 절대로 저희 아버지를 두 번 세 번 죽이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민주화 씨는 "강신명이 그렇게 노래를 불렀던 준법 법보다 더 위에 있는 것이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그 기본 정신도 갖추지 못한 개념 없고 무자비한 경찰의 물대포에 아버지를 잃었다"며 경찰을 향해 "또 이 같은 끔찍한 희생이 없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면 오늘 이곳 집회 참가자들을 끝까지 잘 보호해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백남기 투쟁본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정현찬 가톨릭 농민회 회장은 "동지가 떠난 25일 이 땅이 울고 하늘이 울고 이 땅의 농민 노동자 민중이 울었다"며 "지난 11월 14일 물대포를 맞을 때 막아주지 못해서, 317일 동안 사경을 헤매면서 살려달라고 그렇게 애원해도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정 회장은 경찰의 거듭된 신청으로 결국 백 씨에 대한 부검 영장이 발부된 데 대해 "물대포를 막지 못하고 살려주지 못한 미안함, 부끄러움 때문에 당신에게 절대 칼 대지 못하도록 우리가 당신을 지켜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청춘을 바쳤던 그 정신. 그리고 이 땅의 생명과 식량을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한 그 정신을 살아 있는 우리들이 꼭 지켜내겠다"며 "이 세상의 일은 살아 있는 우리에게 위임하고 하늘에서 편히 쉬라"고 했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예은이 아빠이자 백남기 어르신의 아들"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뒤, "슬프지만, 슬픔의 눈물을 연대의 행동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다가는 이제 곧 얼마 안 있어서 추모하기 위해 이렇게 모일 사람이 안 남아날 것 같습니다. 세월호에서 죽을 수 있고 물대포로 죽을 수 있는 현실에서 하나 둘 슬픔의 눈물만 흘리다가 다 쓰러져 가면 어느 누가 이렇게 모일 수 있을까요. 지금 당장 바꿔야 합니다. 더 이상 세월호에서 물대포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없도록 이 세상을 당장 바꿔야 합니다."

마지막 발언에 나선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전국 백남기 분향소 확대,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서명운동 동참, 추모 모금 동참, 10월 8일 추모 촛불대회 참여 등 국민 행동을 제안했다. 아울러 "경찰은 언제든 부검을 강행하기 위한 시신 탈취 시도를 할 것"이라며 "투쟁본부의 긴급 요청 시 최대한 빠르게 백남기 어르신이 계신 서울대병원으로 집결해달라"고 요청했다.

ⓒ프레시안(최형락)


경찰, '주요 도로' 이유로 행진 금지 통고…충돌 예상


참가자들은 집회가 끝난 오후 5시 20분경부터 '종로5가 → 종로1가 → 청계천 모전교'에 이르는 3.5킬로미터(km) 구간 행진을 시작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1일 오전 도심 행진에 대해 금지 통고를 내리면서 충돌이 예상된다.

백남기 투쟁본부는 종로1가에서 서대문사거리를 거쳐 경찰청까지 행진하겠다고 신고했으나, 경찰은 행진 구간이 주요 도로라는 이유를 들어 금지 통고했다.

경찰의 행진 금지 통고에 대해 투쟁본부는 "3개월 전 똑같은 구간 행진 신청에 대해 조건부 허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는 행진에 대해 '주요 도로'라는 이유를 들어 금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행진 당일 아침에 금지 통고를 한 것은 가처분 신청 등 어떠한 행정적 대응도 불가능하게 해 백남기 농민의 추모 행진을 막겠다는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추모행진을 금지하겠다는 것은 백남기 농민 추모 분향소를 막으라는 내부 지침을 보낸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박근혜 정권과 살인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기 위한 범국민적 열기를 저지하려는 치졸하고 패륜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 경찰이 시민들의 추모 행렬을 가로막아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세월호 특조위 해산해도 계속 활동" 다짐

한편 이날 오후 7시 40분에는 서울 광화문 광장 남측 세월호 참사 특별 조사와 선체 인양을 요구하는 농성장에서 세월호 참사 900일을 기리기 위해 '세월호 900일 문화제'가 열렸다.

당초 오후 7시로 예정된 문화제는 백남기 농민 추모 집회 참가자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해 예정보다 늦춰졌다. 이날 경찰이 종로에서 광화문으로 진입하는 도로를 차단해, 집회 참가자들이 제때 도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최측은 문화제 참가 인사를 약 5000여 명으로 추산했다.

이날 문화제는 특히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해산으로 인해 관심을 끌었다. 해양수산부가 활동 종료를 통보해, 특조위 공식 업무는 지난달 30일로 끝났다. 이미 지난 6월 말 예산이 끊겨 특조위 해산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문화제에 참석한 이석태 특조위원장은 "국회가 진상 규명을 제대로 하라고 해서 시작한 특조위가 어제 강제 해산됐다"며 "저희(특조위)는 처음부터 이 정부에선 태어나서는 안 될 존재였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이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에서 누가 진실을 감추는지 어제 (특조위 해산으로 인해) 비로소 확인됐다"며 "이 정부의 정체를 비로소 알게 됐다"고 정부의 행태에 분노를 드러냈다.

다만 특조위 구성원은 계속해서 진상 규명 작업을 이어가리라고 이 위원장은 강조했다. 그는 "(특조위는) 어제 새롭게 태어나, 여러분이 원하시는 진상규명을 위해 다시 나아갈 것"이라며 "특조위는 유가족, 시민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4.16세월호참사진상규명및안전사회건설을위한피해자가족협의회(이하 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은 참사 900일을 맞아 "유가족이 죽을 때까지, 우리가 하지 못하면 다음 세대라도 반드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 더는 우리와 같은 참사를 겪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전명선 위원장은 특히 정부를 가리켜 "특조위를 강제 해산하고 국민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연대하고, 계속 모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위원장은 특조위 해산을 두고 "저희도 이제부터 (새롭게) 시작한다"며 "정권이 특조위를 강제 해산한 이날부터 가족협의회는 전국에 계신 모든 분과 연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가능토록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이날 문화제는 고 백남기 농민 추모 집회, 노동계의 성과연봉제 반대 집회와 맞물려 집회 참가자와 경찰 간 강한 충돌이 우려됐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충돌은 크지 않았다. 백남기 농민 추모 집회에 참가한 이들이 광화문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충돌이 있었으나, 전면 갈등으로 커지진 않았다.

▲세월호와 백남기는 맞물려 있다. 이날 광화문에서는 세월호 참사 900일 추모 집회가 열려, 백남기 씨 추모 집회 인원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이 서로 만났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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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기자
이대희 기자
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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