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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울고 CNN과 폭스뉴스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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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울고 CNN과 폭스뉴스만 웃었다"

[박영철의 국제 경제 읽기] 美 대선 첫 'TV 토론'의 진실

2016년 미국 대선 첫 'TV 토론'의 패자는 미국이고, 승자는 언론이다.

누가 이겼는가? 지금부터 선거일까지 두 후보의 지지율은 어떻게 변할까? 이 승자가 과연 미국 경제를 장기 침체에서 구해낼 것인가? 왜 CNN과 폭스뉴스 등을 첫 'TV 토론'의 최대 수혜자라고 평가하는가? 오늘 칼럼은 이 네 가지 질문을 집중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가벼운 준비운동을 하자. 첫 대선 TV 토론이 열린 지난 월요일(9월 26일) 직전까지 대선의 양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었는지를 정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토론이 시작하기 약 7시간 전에 발표한 CNN/ORC 여론 조사에 의하면 미 대선의 승패를 가르는 중대한 경합주(Battleground States)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모멘텀이 크게 강화되는 양상이다. 구체적으로, 콜로라도 주에서는 트럼프가 42% 지지율로 힐러리(41%)에 1%포인트 앞서고, 펜실베이니아 주에서는 반대로 힐러리가 45% 지지율로 트럼프(44%)를 1%포인트 앞선다. 말 그대로 초접전 양상이다.

한 달 전 이 두 주에서 힐러리가 10~12%포인트로 트럼프를 압도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수치가 투표장에 나갈 의사가 있는 유권자(Likely Voters)를 상대로 한 4자 가상 대결(제3당인 자유당과 녹색당 후보를 포함한)의 결과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트럼프 지지율의 급등이 공화당 당원의 소위 '자기당 후보 지지(Go back home)' 추세의 강화와 제3당 지지율의 하락이 낳은 결과라는 점이다. 따라서 비상사태에 돌입한 힐러리 진영에게 이번 TV 토론 승리가 절체절명의 과제가 된 셈이다. 힐러리가 지난 1주일 전부터 하루에 서너 시간씩 토론 준비를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둘째, 미국 언론 그 가운데 특히 케이블 방송인 CNN, MSNBC, 폭스뉴스 등은 첫 후보 TV 토론을 최대 정치 막장 드라마로 변신시켜 시청률과 광고 수입의 극대화 전력에 올인했다. 지난 2주 동안 가용 가능한 유명 무명의 패널리스트를 총동원하여 하루에도 두서너 시간씩 지극히 편향적이고 선동적인 엉터리 정치 분석을 남발하면서 미 대선 역사상 최대 기록인 시청자 1억 명을 호언장담했다. 결국 26일, 지난 1980년 대선 때의 레이건과 카터 후보의 토론 시청자 8000만 명을 경신했다. 최다 시청자 수는 1억1400만 명이 시청한 작년 슈퍼볼이다.

지금부터 위와 같은 대선 양상을 배경으로 진행된 지난 월요일 첫 TV 토론의 승자는 누구인지 검토해보자.

미국 언론의 다수는 토론 다음 날인 화요일(9월 27일) 1면 기사에서 힐러리를 승리자로 지목했다. 예를 들어, CNN의 실시간 여론 조사를 보면 클린턴이 잘했다는 응답이 62%, 트럼프가 잘했다는 답변은 27%였다. <워싱턴포스트>도 27일 조간에서 클린턴을 승자로, 트럼프를 패자로 평가했다. 그러나 조심스럽게 다음과 같은 평가를 추가했다.

"클린턴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보다는 훨씬 나았다."

심지어 친트럼프인 폭스뉴스도 힐러리가 첫 TV 토론의 승자라고 선언했다. 물론 수십 개 중소 미디어의 스냅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가 승자라는 결과도 많았지만 신뢰도가 매우 낮다는 평가이다.

CNBC의 제이크 노박(Jake Novak)의 시각이 흥미롭다. 그는 9월 27일 "클린턴-트럼프 토론으로 우리 모두가 당혹스럽다(Clinton-Trump debate should leave us all embarrassed)"라는 기사에서 이렇게 밝혔다.

"정치 평론가 다수는 토론의 승자는 힐러리라고 주장하고, 온라인 실시간 여론 조사는 트럼프가 이겼다고 한다. 다만 확실한 사실은 토론의 패자는 미국이다."

노박은 그 이유를 놓고 첫 TV 토론의 질이 너무 낮고 의미 있는 정책 제안과 설명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자. 오늘부터 선거일까지 두 후보의 지지율은 어떻게 변화할까?

일반적으로 첫 TV 토론이 대선의 최종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하다는 게 정설이다. 심지어 첫 TV 토론에서 지고도 대통령이 된 경우도 있다. 2012년 대선에서 오바마가 승리한 경우이다. 그런데 이번 경우에는 두 후보가 유권자의 호감과 신뢰성을 사지 못하는 희한한 상황이기 때문에 첫 TV 토론의 파괴력이 클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큰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토론 진행 상황과 토론 내용을 감안할 경우 생각보다 훨씬 미미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왜냐하면 아무 후보도 지지층을 확충할 만큼 설득력 있고 비전 있는 토론을 하지 못하고 단순히 기존 지지층만 결속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 다수가 힐러리를 첫 TV 토론의 승리자라고 평가하면서도 그의 정책 제안이 월등해서가 아니라 다만 토론 준비를 잘했다는 뜻이며 토론 결과 지지자 변동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예고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따라서 이번 토론은 그간 대선 토론에 대한 명언이 적중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TV 토론에서는 절대로 후보의 대통령으로서의 지도력이 평가되지 않는다."

여하튼 2016년 대선은 더욱 흥미진진하고 손에 땀을 쥐도록 접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 확실하다.

세 번째 질문으로 가보자. TV 토론의 승자가 과연 미국 경제를 장기 침체에서 구해낼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아니다." 어떤 후보도 미국 경제를 예상되는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게 할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어제 토론에서 첫 번째 이슈인 "어떻게 미국의 경제 번영을 성취할 것인가"에 대한 두 후보의 대답은 천편일률적이고 교과서적인, 그러나 진짜 알맹이가 빠진 D 학점 정도의 수준이었다.

왜냐하면, 미국 경제 정책의 성공 여부는 성장과 분배를 어떻게 조합하여 장기적인 균형 성장을 이룩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힐러리는 점진적인 경제 개혁 정책을 제시하여 구조적인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고, 트럼프는 '더 위대한 미국을 만든다'는 주장으로 선진국 중 최악인 소득 양극화를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네 번째 질문을 짚어보자. 왜 케이블 채널인 CNN과 폭스뉴스 등을 첫 TV 토론의 최대 수혜자라고 평가하는가?

답은, 앙꼬(팥소) 없는 찐빵인 첫 TV 토론를 1억여 명이 시청한 역대 최대 정치 쇼로 승화시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최근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은 소셜 미디어 등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그 위력을 상실해 가고 있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확실한 것은 2차, 3차 토론에도 수많은 시청자를 모이게 할 수도 있게 되었다.

나는 유럽 유학 시절 1974년 프랑스의 미테랑과 데스탱의 대선 TV 토론을 감탄하면서 볼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오늘 칼럼의 결론을 어제 밤새며 TV 토론을 봤다는 친구의 이메일로 대신한다.

"정말 한심하더군요. 이건 정치가 아니고 코미디입니다."

미국의 질 낮은 정치 수준을 보여준 셈이다. 그래서 이번 토론의 패자는 미국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미국 유권자의 정치 수준은 이 같은 미디어의 정치 쇼를 판단할 능력이 있다고 믿고 싶다.

이 기사를 작성하는 데 도움을 준 전희경 박사께 감사를 드린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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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서,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 국제경제학)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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